21일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꽤나 흥미있는 방송을 했습니다. 바로 얼마 전 히말라야 14좌를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완등한 오은선 대장의 칸첸중가 등반에 의혹을 제기한 것인데요, 꽤나 용기있는 보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영웅'에 대해 흠집을 낸다는 것 자체가 꽤나 두려운 시도기 때문입니다.

 

이날 방송을 기점으로 오은선 대장의 칸첸중가 등반 의혹은 제 2라운드에 들어섰습니다.오은선 대장은 '현재까지는' 히말라야 14좌 최초 여성 완등자입니다. 단 이것은 '그렇다는' 것일 뿐, 인정은 받지 못했습니다. 산악가들의 정상 등반을 인증하는 엘리자베스 홀리 여사가 오은선 대장의 칸첸중가 정상 등반을 인정하기 않은 것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즉, 현재 오은선 대장의 칸첸중가 정상 등반은 주장일 뿐이지, 아직 사실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의혹은 최초 완등 때부터 계속 제기되어 왔습니다.

 

오은선 대장 그녀는 과연 칸첸중가 정상을 밟은 것일까요?

▲ 오은선 대장 그녀는 과연 칸첸중가 정상을 밟은 것일까요? ⓒ SBS

무엇보다 셰르파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될 것입니다. 제가 산악인이 아니기에 잘 알지 못할지 모르지만, 셰르파들은 몇 번이나 산 정상에 올라 본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길잡이로 쓰이고 있는 것이겠죠. 그런데, 오은선 대장과 함께 산에 올랐던 3인의 셰르파 중 한 명만이 오은선 대장의 정상 등반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두 명은 침묵과 부정을 보이고 있고요.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은선 대장과 함께 산을 오른 세 명의 동반자 중 단 한 명만이 정상에 올랐다고 말하는 것이 말입니다.

 

게다가, 의혹은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오은선 대장의 모교인 수원대학교 깃발이 정상에서 2시간 가량 걸리는 지점에서 발견되었다고 하죠? 그리고 그 깃발은 무엇인가를 기념하듯 고정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은선 대장은 깃발은 잃어버렸다고 말 한 적이 있죠. 가설을 세워본다면, 오 대장이 세워놓은 것을 깜빡 잊고 놓고 하산한 이후 언론에 잃어버렸다는 거짓말을 했다는 가설도 가능할 것입니다. 정말 잃어버린 깃발을, 다른 원정대가 세워주고 간 경우는 생사를 오가는 고산행에서 나타날 만한 행동이라 생각하기는 힘듭니다.

 

칸첸중가 등정 사진 오은선 대장과 파사반의 사진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당신은 어떤 사진을 정상 사진이라고 믿으시겠습니까?

▲ 칸첸중가 등정 사진 오은선 대장과 파사반의 사진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당신은 어떤 사진을 정상 사진이라고 믿으시겠습니까? ⓒ SBS

그리고 이 이전에도 수많은 의혹은 있었습니다. 잃어버렸다던 GPS가 영상에 찍혀있고, 무산소 등반을 하는 여성 산악인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엄청난 속도로 등반을 끝낸 것은 물론, 정상에 올라섰다는 증거라고 내세운 사진마저 증명 불가능에 가까운 상태입니다. 그녀는 '신만이 알고있다'라고 말했으나, 신마저도 이 사건에 대해 오은선 대장의 편을 들어주기 힘들 거라 생각될 만큼요.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오은선 대장이 무엇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일 듯 합니다.

 

너무나 씁쓸한 일입니다. 자랑스러운 일이 되어야 할 오은선 대장의 히말라야 14좌 여성 최초 완등이 이러한 의혹으로 점철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들의 가슴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한 비수가 꽂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우리들을 열광시키는 '1등', 소외되는 '그 아래'의 문제가 오은선 대장의 이번 의혹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문제는 어쩌면, 오은선 대장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작년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영화, <국가대표>를 기억하시나요? 이 영화의 결말부분에는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한국 선수들의 환영식이 나옵니다. 그리고 고위직으로 보이는 한 사람은 쇼트트랙 선수들에게만 환영을 보내지요. 영화만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올림픽이 어떤 대회인가요, 세계 모든 선수들이 기량을 가리는 대회입니다. 사실,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 선수는 국가적 영웅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금메달을 딴 선수에만 열광합니다. 은메달을 딴 선수에게는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지요. 그리고 그 선수가 세계 2위라는 사실은 주목받지 못합니다. 우리는 1등, 오로지 1등에게 열광을 보내지요. 올림픽 선수들과 같은 스포츠인이라는 측면에서 오은선 대장을 바라보면, 그녀의 압박감이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산악인이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은 아닐 것 같습니다. 개인의 이상에 따라 성취감을 주로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몸마저 힘드니, 흔히 말하는 '안정적인 직업'의 범주 안에 들 수는 없겠지요. 그렇다면, 산악인을 포함한 스포츠인들이 운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금전 외의 보상은 무엇일까요? 많이 있겠지만, 흔히 생각하기에 대중에게 인정받는 것과 명예일 것입니다. 야구를 예로 들면 홈런왕, 월드컵에는 득점왕 등 내가 속해 있는 종목에 내가 남긴 '업적'을 증명하는 타이틀이 이들의 일종이겠지요. 그리고 오은선 대장도 스포츠인입니다. 따라서 히말라야 14좌 완등이라는 명예를 얻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완등의 순간 그녀는 생각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다름아닌, 최초가 아니라면 주목을 끌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오은선 대장도 알았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1등병을 고려한다면 말입니다. 그래서 오은선 대장은 칸첸중가에서 모종의 조작을 행했을 수 있으며, 그것이 오늘의 의혹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오은선 대장의 칸첸중가 등반에 대한 의혹과 이번 사건은 오은선 대장 개인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1등병이 불러일으킨 비극이고, 오은선 대장은 우리들의 1등병이 만들어 낸 일그러진 영웅인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오은선 대장이 최초의 완등자였으면 합니다. 그러나, 그녀가 그것에 대해 제기한 근거는 '신만이 알고있다'는 말 뿐입니다. 하지만 대중은 신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들은 오은선 대장에게 증거를 요구하고 있으며, 그녀는 이 증거를 대중 앞에 내놓아야만 당당한 히말라야 14좌 최초 완등자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칸첸중가 등정이 조작이었다면, 이 또한 털어놓고 다시 한 번 정상에 올라야 합니다. 상처와 의심만이 가득한 1등보다 당당한 2, 3등이 더욱 가치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렇게 하여 2,3위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녀의 위대함은 빛이 바래지 않습니다. 그녀는 이미 당당히 자신의 이상을 성취해 낸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2010.08.23 09:05 ⓒ 2010 OhmyNews
오은선 칸첸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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