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국가대표 은퇴 기자회견이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수많은 기자와 시청자의 가슴에 그의 은퇴는 분명 안타깝고 애석했을 것이다.

 

그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승리'라는 두 글자가 아니라 '할 수 있다' '포기하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다'라는 이 강렬한 메시지다.

 

그의 메시지처럼 그의 별명은 '두 개의 심장' '산소탱크'이다. 그만큼 그는 그라운드에서 멈추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달리고 또 달린다. 저러다 쓰러질 것 같지만 그는 절대 멈추지 않고 달리고 또 달린다.

 

2002년 월드컵 4강의 신화이며 우리의 자부심이다. 그는 클럽랭킹 1위의 맨유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다. 그가 맨유에 도착했을 때 아무도 그를 주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당당하게 맨유에서 주전으로 뛰며 까다롭기로 유명한 퍼거슨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다.

 

박지성의 축구입문은 쉽지 않았다. 지금은 그의 적극적인 후원자가 된 부모님조차 그가 축구하는 것을 반대했다. 그는 왜소한 체격에 축구와 맞지 않는 체력을 가진 볼 품 없는 어린 소년에 불과했다. 그의 아버지는 너는 할 수 없다며 '절대불가'라고 답했다. 그러자 박지성은 식음을 전폐하며 축구를 시켜주지 않으면 밥을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고집에 그의 부모님을 어쩔 수 없이 그를 축구에 입문시킨다.

 

그는 그야말로 축구를 위해 살아간다. 한때 그의 축구일기는 인터넷에서 유명했다. 그리고 그의 평발인 상처투성이 발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자신의 체격을 키우기 위해 아이 때부터 혐오스런 보양식을 일부러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박지성에 관한 이런 일화는 너무나 많고 유명하다.

 

그는 명지대 입학할 때는 아무도 그를 받아주는 대학교가 없어서 명지대에 테니스부로 들어가면서 없는 자리를 만들어 명지대에 축구부로 들어간다. 그렇게 그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시련의 시간을 지내게 된다. 사람들은 그의 실력을 보지 않고 단지 그가 왜소한 체격과 체력을 가진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국가대표로 뽑힐 땐 온 국민이 감독을 비난했다. 무명의 선수를 발탁한 이유를 삐딱하게 바라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발로 골을 기록하며 국민의 비난을 환호로 만들어낸다.

 

월드컵을 4강으로 이끌고 그는 히딩크 감독을 따라 아인트호벤으로 갔다. 하지만 그는 또 시련을 겪는다. 그를 향해 쏟아지는 네덜란드인의 야유가 그라운드에 퍼졌다. 그는 그것을 꾹 참고 다시 네덜란드인에게 유명한 축구선수가 된다. 그의 아인트호벤 응원가는 가슴을 뜨겁게 만들 정도로 우리에겐 유명하다.

 

박지성은 그것이 하나도 기쁘지 않다고 고백했다. 어제까지 야유하던 사람들이 나를 위해서 박수치는 것이 섭섭하고 야속했다고 했다. 그가 부상으로 시달릴 때 그를 야유했던 팬들이 한 순간에 그를 영웅으로 떠받드는 것이 싫다고 했다. 그리고 박지성은 미련 없이 자신의 은인이었던 히딩크와 네덜란드를 떠나 영국으로 가버린다.

 

칭찬도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과 비난에도 상처받지 않는 심장도 가져야 하거든요. 프리미어리그가 끝은 아니잖아요 - 박지성

 

다시 박지성은 네덜란드를 떠나 영국 맨유로 이적한다. 모두가 그를 만류했다. 그곳에 가면 벤치에 앉아 경기에 뛰지도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를 적극 지지했던 히딩크 감독마저 그를 만류했다. 그러나 박지성은 맨유로 끝내 가버렸고 그곳에서 다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다.

 

박지성은 아시아에서 온 티셔츠 판매원이라고 어느 영국 축구팬이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그는 지금 맨유에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성장하고 있다. 그렇게 그는 국가대표를 은퇴하며 자신의 부상 입은 무릎이 견딜 때까지 맨유에서 뛰겠다고 각오하고 나섰다.

 

나는 그런 그를 응원하고 싶다.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는 그의 모습에 나 또한 아쉬움을 남기지만 그가 맨유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챔스 결승전에서 뛴 것처럼 맨유 최초의 아시아 선수 전설로 남기를 바란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그는 맨유에서 아시아 선수의 전설로 살아남아 있다.

 

그는 골을 많이 넣는 선수는 아니었다. 아인트호벤에서도 그는 골을 많이 넣는 선수는 아니었다. 다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볼을 따라 움직이며 자신이 필요한 위치에서 다른 선수들을 빛나게 하며 달렸던 선수였다. 그는 '이름 없는 영웅'이라고 맨유에서 불리고 있다. 그는 맨유나 유럽에서 '이름 없는 영웅' 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가슴에, 대한민국 국민의 가슴에는 이미 전설이고 우리를 가슴 뛰게 만드는 영웅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의 발에 페인트를 묻혔다면, 그라운드 모든 곳에 그의 발자국이 남았을 것이다

- 축구 해설위원 서형욱

 

앞으로 그의 경기를 지켜보며 그가 어떻게 성장하고 자신을 이겨갈 것인지 나는 지켜볼 것이고 나와 같은 마음의 사람들은 박지성의 축구인생을 응원하게 될 것이다.

 

아버지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유명한 스타가 되는 걸 원하지 않아요, 10분 뛰는 것에도 만족할 것이고, 그 다음에 20분, 그 다음엔 전반전만 뛰는 선수라도 만족할 겁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언젠가는 저도 반니스텔루이나 웨인 루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뛸 날이 오지 않겠어요? - 박지성

 

쓰러질지언정 무릎은 꿇지 않는다. - 19살 때 박지성의 인터뷰 중

 

축구란 내가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 박지성

 

2002년 월드컵을 통해 박지성의 축구인생을 보며 성장한 '박지성 키드'가 이젠 한국의 주축 축구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이청용, 기성용, 구자철, 손흥민 등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그가 보여주는 투지를 배우며 자란 아이들이 전 세계에서 한국선수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그들만이 아니라 지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는 안 돼'라는 소리를 듣고 있지만 평발이었고 모두가 외면한 볼 품 없었던 축구선수 박지성을 보며 자신들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우리는 그가 골을 잘 넣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를 응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포기를 모르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의 인간성과 그의 투지를 향해 박수를 보내고 응원을 보내고 있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가장 많이 넘어지는 선수이지만 언제나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 가장 많이 뛰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를 향해 함성을 질러댄다.

 

박지성,

자신에게 지지 않는 남자,

포기를 모르는 남자,

이름 없는 영웅,

그가 있어서 참 행복하다.

 

:: 참고자료

MBC 희망강의 파랑새 중 박지성의 성공 키워드

지식채널e - 너무나 평범한 영웅,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지성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2.01 11:09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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