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단 8분만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는가."

이는 던칸 존스 감독의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 <소스 코드>(source code)의 설정이자 극중 주요대사다.

강제적으로 타인의 과거로 향하게 되는 콜터 스티븐스

▲ 강제적으로 타인의 과거로 향하게 되는 콜터 스티븐스 ⓒ 써밋엔터테인먼트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피 끓는 열정 가득한 군인, 콜터 스티븐스(제이크 질렌할). 문득 눈을 떠보니 그는 생판 모르는 남의 모습을 한 채 시카고 어느 통근 열차에 몸을 싣고 있다. 자신을 잘 안다는 듯 맞은편의 여자는 소소한 대화를 걸어오고 어리둥절해 하며 상황파악을 하는 새 8분이 흐르자 열차는 갑자기 폭발, 그는 낯선 곳에서 눈을 뜬다.

이번엔 제 모습이지만 웬걸, 여긴 또 어디람. 사방이 막힌 어느 캡슐에 갇힌 채 눈앞의 작은 모니터 속 누군가로부터 지시받는 상황의 그는 낯선 압력에 꼼짝없이 조종당하는 상황이다.

콜터는 당황스러워 죽겠는데 모니터 속의 낯선 여인 캐롤 굿윈(베라 파미가)은 상황 설명은 생략한 채 어서 임무완수, 그러니까 열차 폭발의 범인을 찾아낼 것을 독촉한다. 죽은 타인의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구하라니, 이게 말이 되나. 게다가 현재 그가 있는 캡슐 또한 실제가 아니라 그의 뇌가 만들어낸 허상의 이미지란다. 이 무슨 해괴한 상황인가.

게다가 그 자신 역시 전쟁 통에 크게 다쳐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니, 콜터로서는 환장할 노릇이다. 

8분 안에 후속 테러를 막는 임무를 띤 콜터

▲ 8분 안에 후속 테러를 막는 임무를 띤 콜터 ⓒ 써밋엔터테인먼트


8분의 가상현실, 그 안에 임무를 완수하라

임무완수 전까지 그의 의지와 무관하게 계속해서 8분 전의 상황으로 되돌려 보내지는 콜터. 그가 가게 되는 곳은 죽인 이의 뇌가 사후에도 잔상처럼 남아있는 사망 직전 8분의 시간, 이른바 '소스 코드'의 세계다.

타인의 모습으로 모든 상황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후속테러를 막는다는,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인류애적인 막중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비록 그 자신은 다 죽어가더라도 말이다.

다소 난해한 SF적 설정에서 시작한 이 영화는 이야기의 주된 설정인 '소스 코드'를 연출을 통해 이해시킨다. 예컨대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 8분의 상황에 놓이게 되는 소스 코드 속 콜터를 영화는 그의 외양 그대로로 연출한다.

다만, 그가 창 또는 거울 등의 반사경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확인할 경우에는 그가 소스 코드를 통해 접속해 있는 이미 죽은 타인의 육신으로 비춰진다.

관객은 그가 인지하는 것처럼 실제의 콜터를 받아들이지만, 소스 코드 세계 속 사람들은 그를 콜터가 아닌 타인으로 인지하게 되는 셈이다.

단, 이러한 연출이 아쉬운 부분은 도돌이표의 끝, 마지막 8분 이후 콜터의 실제 이미지가 드러나는 신이다. 지속되는 가상현실 속에서 콜터와 크리스티나는 거리로 나가 거리풍경 이미지를 반영하는 거대한 스테인리스 소재의 공공조형물 앞에 나란히 선다.

그 순간 비춰지는 콜터의 모습은 아쉽게도 타인이다.

소스 코드 이론 상 당연한 것일테지만, 8분 이후의 삶이(물론 가상현실이지만) 지속되는 만큼 콜터의 드러나는 외양이 실제 콜터의 모습 그대로였다면 감동이 더욱 진해지지 않았을까.

휴머니즘, 그리고 '최고의 8분'

<소스 코드>가 특별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동일한 상황 속 8분의 도돌이표를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냈다는 점, 그리고 휴머니즘이다.

열차 폭발 직전의 8분 상황 속으로 끊임없이 돌려보내지는, 잔인할 만치 압박적인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의 행위에 대한 자신만의 동기부여를 찾아내는 콜터. 이렇듯 그가 스스로 발견한 동력이 이야기 전개를 통해 나타나는 휴머니즘 이라면, 영화 속 최고의 8분도 있다.

임무완수를 한 콜터의 간청에 마음이 흔들린 굿윈이 마지막으로 그를 보내게 되는 소스코드의 마지막 8분이 그것. 여유롭게 폭발물과 테러범을 진압하고 후속 테러를 막은 이후, 같은 칸에 동승한 어느 TV코미디언의 승부욕을 일부러 자극해 그가 모든 승객을 웃기도록 유도한 콜터.

호기심 가득한 열차 안 모든 승객이 그 코미디언을 보며 미소를 띠고 웃는 사이, 그는 자신이 스스로 목적을 띠고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준, 이른바 후천적 동기부여의 토대이기도 한 매력적인 여인 크리스티나(미셸 모나한)와 로맨틱한 키스를 나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한 이 순간에 8분은 다 채워지고 화면은 정지되는 것.

콜터와 크리스티나 타인의 과거, 소스코드 안에서 만나게 된 콜터와 크리스티나.

▲ 콜터와 크리스티나 타인의 과거, 소스코드 안에서 만나게 된 콜터와 크리스티나. ⓒ 써밋엔터테인먼트


평행이론, '실재'는 여러 곳일 수도

마지막 8분 이후 영화는 '이야기 속 혁명'을 꾀한다. 소스 코드 이론대로라면 다 채워진 8분 이후 열차 폭발로 상황은 종료되고 가상현실 역시 정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지화면으로 인해 멈춘 것만 같았던 이야기는 일시정지였던 마냥 다시금 전개된다.

이후 콜터는 크리스티나와 함께 열차 밖으로 나온다. 한편 그가 소스 코드의 세계에서 굿윈에게 보낸 메일은 소스 코드의 세계 속 또 다른 굿윈에게 전달된다. 이로써 영화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실재하는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설을 넌지시 던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실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며, 소스 코드처럼 어딘가 또 다른 실재가 평행이론처럼 존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한 실제 세계가 어디든지 내가 지금 진짜라고 믿고 있는 지금의 이곳, 내가 속하고 숨 쉬고 느끼는 세계에서 목적의식을 갖고 행복하게 살면 그것이 의미 있는 것이고 진정한 내가 실재하는 세계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어찌 보면 빤한 교훈 같은 이야기를 영화는 촌스럽지 않게 보여준다.

자, 그렇다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숨 쉬는 곳은 어떤 세계인가.

소스 코ㅡ SOURCE CODE 던칸 존스 제이크 질렌할 SF-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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