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초자치단체 선거 후보들에 대한 정당 공천 폐지 논란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속화 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위원장 이주영)는 이달 말이 활동 기한이지만, 공천을 폐지하자는 야당 쪽과 유지를 희망하는 여당 쪽 견해가 맞서 아직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정당공천폐지가 한국풀뿌리 민주정치의 모든 폐혜를 일거에 해소하는 최우선의 방법이며 정치개혁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현대 민주정치의 기본은 정당정치가 기본이다. 한국에서 정당이라 함은 선거에서 2%이상의 득표율을 얻은 정당을 일컫는다. 그 이하의 득표율을 얻을 경우 자동해체된다. 즉, 최소 2%의 공식적인 국민적 지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정당이다. 이러한 정당을 배제하는 것은 2%의 국민을 배제하는 것과 다름 없다.

또한 정당공천을 폐지할 경우 정당의 풀뿌리라고 할 수 있는 지방조직이 무너지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여 그 공간을 지방의 관변단체가 자리잡게 된다. 그럴 경우 견제 없는 지방 자치가 나타날 공산이 크다. 그리고 실제로 정당이  지방선거 관여했을 때가 그러지 않았을 때보다 정치발전에 더 많이 기여했다.

기초의원에 정당 공천을 배제했던 2002년(제3회 동시선거) 선거에서 여성 의원은 2.2%에 불과했지만, 비례대표제와 함께 정당 공천이 확대된 2006년과 2010년 선거에서는 각각 11.0%와 10.0%로 크게 늘었다. 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소수정당 소속 기초의원의 지방의회 진출이 증가했다. 정당 공천이 금지되면 이들 대신에 토호 등 지역 기득권 세력만 발호할 가능성이 크다. (한겨레  2014.01.10 '지방선거 공천 폐지가 정답인가' 인용) 그러므로 정당공천폐지는 결코 정치개혁의 대명제가 아닌 숙고에 숙고를 해봐야 할 진중한 논의 사항이다.

사실 이번 문제는 정당공천폐지라는 정치적 논란 사안을 두고 시비를 가리는 명제싸움이 아니다. 이번 논란의 문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당리에 따라서 국민과의 약속을 쉽게 저버릴 수 있다는 정치권의 오만함에 있다. 대선 때 당략에 따라 정당공천폐지를 주장하던 여권도 웃기고 그 당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던 야권이 지금와서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우며 비장한척 하는 것도 웃기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는 대상을 국민으로 삼는 여야 모두 질타받아야 한다.

국민과의 약속은 헌법에 준할만큼 엄중하다. 여권이 경제 민주화, 복지 정책에 대해서 임기 내에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말을 신뢰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직 약속을 저버렸다고 보기도 힘들다. 하지만 이번 정당공천폐지와 같이 5000만 국민들과의 약속을 정면으로 배반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가 없다.

최근 인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간디의 7대 사회악이 가슴에 와닿는 말씀이라며 보도 되었던 관련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7대 사회악 중 가장 첫 번째가 '원칙없는 정치'이다. 혹시 약속은 있고 이행이 없는 정치가 박 대통령과 여권의 원칙이라면 그 어떤 국민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결코 정당공천폐지는 정치개혁의 정답이 아니다. 이번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의5000만 국민을 기만하는 정치적 도덕불감증의 문제이며 감탄고토의 대상으로 삼는 태도의 문제이다. 그러니까 약속을 했으면 지켜라. 국민들이 생각하는 최소한의 원칙은 그것이다.


#정치#기초정당공천#박근혜#국민#신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