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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하다가 문득 본 '사드 배치' 기사

'사드 배치 반대한다' '사대 배치 반대한다'는 문구를 중국어로 써서 붙였습니다.
▲ '사드 배치 반대한다' '사대 배치 반대한다'는 문구를 중국어로 써서 붙였습니다.
ⓒ 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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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몇 차례 계약직의 계약 기간이 끝나고 현재는 청년실업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입니다. 최근 홍대 거리에서 노점을 시작했습니다. 일자리를 찾아야 하고 산더미 같은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합니다. 그래서 오전에서 오후까지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사람이 많다는 '금·토·일' 저녁에는 노점을 합니다.

노점단속이 나올까, 민원이 들어가진 않을까 걱정하며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젊음의 패기로 시작했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경기가 많이 어려워져서 장사가 잘 안 됩니다.

홍대 거리도 많이 한산해졌습니다. 날은 춥고 몇 시간을 서있어도 물건을 한 개도 못 팔 때도 있습니다. 노점을 찾는 손님 중에 30~40%가 중국 관광객들입니다. 중국어를 못하지만 장사를 위해서 가격 정도는 중국어로 말합니다. 그래서 배운 말이 '산첸('삼천'의 중국 발음. 파는 물건 대부분이 삼천 원)'입니다. '산첸'이 제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노점을 하다 보면 손님이 오지 않는 시간에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러던 중 인터넷 기사로 사드 관련 내용을 보았습니다.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도입을 논의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를 보면서 '예전에도 사드를 도입한다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다시 추진하려나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총선이 다가오니 안보를 이야기 하나 보다'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옆에서 장사를 하는 분께 물었습니다.

"사드를 배치한다는데요?"
"사드 배치하면 안 되는데."

그래서 "왜요?"라고 되물었습니다.

"중국이 '경제 보복'할 수도 있다잖아. 중국 관광객들 없으면 그나마 벌이도 안 될 거야."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띵'한 느낌이었습니다. 오마이갓! 사드가 '군사문제인 줄만 알았는데, 이게 끝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노점상들 사이에서도 핫이슈는 '사드'

이미 홍대 노점상을 찾는 손님 중 30~40%정도는 중국 관광객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품 정보에서 중국어를 함께 표기하는 노점상도 많고, 대부분 점원은 간단한 중국어를 구사합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타격을 받는 곳 또한 노점상입니다. 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경제가 어려워지면 노점에도 사람들이 잘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중국인 관광객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장사에서도 외교문제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녁을 먹으러 한 노점 포장마차에 갔습니다. 떡볶이를 먹으며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모, 사드 배치하면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관광객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데요?"
"에휴, 그러게 말이야. 그나마 중국 관광객들이 있으니, 이 정돈데... 줄어들면 걱정이다.메르스 때처럼 되는 거 아닌지 몰라. 거리가 휑하겠다."

사드 배치가 군사적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많은 사람의 경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이건 무슨 말이에요?" 사람들이 물었다

'사드배치 반대한다' 노점 매대 옆에도 이렇게 붙였습니다.
▲ '사드배치 반대한다' 노점 매대 옆에도 이렇게 붙였습니다.
ⓒ 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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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반대한다'고 노점 매대에 붙이자고 생각했습니다. 기왕 붙일거면 '중국어로 붙여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어는 '산첸'밖에 못하니 '어떡하지'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SNS에 "'사드 배치 반대한다를 중국어'로 어떻게 쓰느냐"고 올렸습니다. 많은 SNS 친구들이 중국어 번역문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래서 매대에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反对末段高空区域防御)'라는 문구를 중국어로 적어 붙였습니다.

젊은 여대생 3명이 솜사탕을 사러 왔습니다. 그 친구들이 물었습니다.

"언니, 이거 무슨 뜻이에요?"
"'사드배치 반대한다'는 말이에요."
"사드? 이거 왜 붙였어요?"

솜사탕을 만들며 손은 바쁘게 움직이면서 이 친구들에게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맞아. 우리나라에 중국인 관광객이 많기는 해요~. 힘내세요!"

이들은 솜사탕을 받아들고 총총 걸어갔습니다.

'사드 배치는 곧 민생 문제'

2015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 수는 중국인이 598만 명으로 가장 많다고 합니다. 중국은 연일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경제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고 분석합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적 보복을 가하면 한국으로 오는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노점뿐만 아니라 관광 산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메르스 사태가 한창일 때, 정부의 미흡한 대처로 인해 많은 관광객이 우리나라로 향하던 발길을 끊었습니다. 사드 배치로 인해 그때의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상인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는 우리나라의 안보에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을뿐더러, 아직 적절한 논의가 끝나지 않은 문제 아닐까요. 전자파로 인해 야기될 피해, 그리고 외교적 문제까지 일으키는 사드 배치. 심사숙고하고 고민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를 이렇게 서둘러 결정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드 배치는 군사적 갈등뿐만 아니라 경제적 문제를 함께 일으킬 수밖에 없는 '민생 문제'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국민의 의견을 들어줄 순 없는 걸까요.


#사드#THA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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