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똑 닮은 얼굴에 호피 무늬의 털 그리고 짧은 꼬리. 맹수의 기운이 느껴지는 고민견이 등장했다.

13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은 한국의 토종 견종인 '동경이' 카파(수컷, 2살)였다. 카파는 호랑이를 연상시키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외양은 늑대와 유사했다. 진돗개보다 체구는 좀 더 작은 편이지만, 몸집에 비해 크고 발달된 흉부를 지녔다. 

물린 횟수만 6-7회, 손가락 절단도
 
 KBS2 <개는 훌륭하다> 관련 이미지.

KBS2 <개는 훌륭하다> 관련 이미지. ⓒ KBS2

 
'동경이'의 정식 명칭은 '경주개 동경이'로, 경주의 고려시대 지명인 동경(東京)에서 유래했다. 천연기념물 제540호로지정되어 있을 만큼 귀하다. 강형욱 훈련사도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세가 지긋한 보호자는 2년 전 겨울에 만난 카파를 유일한 가족이라고 소개했다. 또, 건강이 좋지 못했는데 카파 덕분에 병이 호전됐다며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카파는 '앉아'부터 '충성'까지 보호자의 명령을 잘 수행했다. 물론 그렇기만 했다면 '개훌륭'에 사연을 보냈을 리 없었을 것이다. 손님이 방문하자 보호자는 카파에게 입마개부터 착용시켰다. 아주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규칙인 듯했다. 보호자는 카파에게 물린 횟수만 6~7회라면서 얼마 전에는 엄지 손가락이 절단됐었다고 설명했다. 팔을 물려 집 안이 온통 피바다가 됐던 적도 있다고 했다. 

입질이 발현되는 상황은 주로 음식이나 간식을 주고 난 후 머리를 쓰다듬으려 할 때였다. 단순히 방어적 공격이 아니라 신경질적인 반응에 가까웠다. 보호자는 카파의 공격성을 교정하기 위해 훈련소에도 보내봤지만, 훈련사까지 공격해 다시집으로 데려와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껏 공격한 사람만 7명, 보호자도 예외 없는 입질에 강형욱 훈련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무조건 사냥하려고 하는 행동이죠" (강형욱) 

그렇다면 산책은 어떨까. 보호자와 함께 잘 걷고있던 카파는 갑자기 어디론가 돌진했다. 수풀 속에 숨어있던 고양이 두마리를 발견하고 흥분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보호자는 속절없이 끌려다면서도 필사적으로 통제에 나섰다. 보호자는 "저도 사람인데 안 무섭겠습니까"라면서도 잘 돌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방법을 몰라 답답한 마음이리라. 

강형욱은 '동경이'는 다른 견종보다 비교적 야생성이 강하다고 소개했다. 역사가 오래된 다른 견종들은 사람 친화적으로변했지만, '동경이'는 사냥을 주로 했던 시절의 야생성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진돗개가 현대에 적응 중이라면 '동경이'이는 이제 막 적응을 시작한 단계인 셈이다. 카파가 워낙 공격성이 강한 터라 모든 출연진이 보험 가입을 해야 했다. '개훌륭' 사상 처음이었다. 

"물려본 사람은 알거든요. 물리기 직전의 그 개의 태도와 행동과 느낌과 냄새가 공포는 아니지만 싸한 느낌이 와요." (강형욱)

강형욱은 카파의 공격성은 어느 정도 흐름이 보인다며, '만지지 않으면 된다'고 분석했다. 또, 보호자가 어느 정도 통제가가능하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었다. 다만, 강형욱은 어떤 얘기를 하는 게 좋을지 고민했다. 단순히 개를 잘 키우는방법을 설명해줘야 할지, 그것을 넘어 보호자의 삶을 들춰줘여 할지 고심했다. 훈련 방향을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카파가 늑대의 특성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①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②매 순간 서열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호자의 명령을 잘 따르는 듯 보이지만, 강형욱의 눈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던 모양이다. '앉아'를 할 때도 애교를 섞지 않고 언제든 공격을 준비하는 듯 무기를 숨긴 채 명령을 수행한 느낌이었다. 

강형욱은 '공생 프로젝트'로 우선 '손질 둔감화 훈련'을 제시했다. 카파는 모형 손이 자신의 몸에 닿자 곧바로 공격성을 보이며 입질을 했다. 강형욱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를 내며 계속해서 카파의 얼굴과 몸에 접촉을 시도했다. 또, 돌발 행동으로 카파를 자극했다. 강형욱은 이를 '맹수식의 대화'라고 설명했다. 계속된 접촉에 카파의 흥분도는 점점 높아졌다. 

'공생 프로젝트'의 다음 단계는 '서열 정리 훈련'이었다. 강형욱은 통제에 저항하는 카파의 리드 줄을 잡고서 베란다를 통해 밖으로 나갔다가 소파 위를 오르내리는 등 집 안 곳곳을 종횡무진 누볐다. 보호자는 강형욱의 행동을 의아하게 여겼는데, 강형욱은 자유롭게 접근하기 힘든 공간을 거침없이 오가며 자신이 카파보다 우위에 있음을 인식시킨 것이라 설명했다. 

잠시 후, 카파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확 올라간 흥분도가 낮아지고 있었다. 강형욱은 흥분이 가라앉을 동안 터치는 금물이라 조언했다. 카파가 서열을 인식할 시간을 줘야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확연항 변화가 감지됐다. 카파는 모형 손의 접촉을 장난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접촉에 그토록 몸서리쳤던 게 얼마 전인데, 이전 오히려 모형 손에 얼굴을 비비기도했다.

"특발적인 행동이 없어졌다고는 보장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강형욱)

강형욱이 눈물 흘린 까닭
 
 KBS2 <개는 훌륭하다> 관련 이미지.

KBS2 <개는 훌륭하다> 관련 이미지. ⓒ KBS2

 
강형욱은 훈련을 통해 일정 정도까지는 개선되겠지만, 특발적인 행동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거라 경고했다. 또, 만약 보호자가 자신의 큰아버지라면 못 키우게 했을 거라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그 말을 들은 보호자는 주변 사람들마다 안락사를 권했다며, 걱정하는 지인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자신은 자식같은 카파와 함께 살기만 바랄 뿐이라 대답했다. 

카파 때문에 자신이 살았다고 말하는 보호자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엄지 손가락이 절단될 정도로 큰 사고를 겪었음에도 두려움을 극복하고 카파를 훌륭하게 키워낸 보호자의 사랑은 크고 위대했다. 보호자로서 반려견에 대한 애착도 있고, 리더십도 있었다. 보호자의 진정성에 울컥한 강형욱은 "저도 보호자 같은 마음으로 반려견을 키워보지 못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촬영 후 인터뷰에서 강형욱은 "훈련도 훈련이지만 보호자의 마음을 돌릴까"를 궁리했던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고백했다. 고쳐달라는 보호자만 만나다가 '이 모습도 좋다'는 보호자를 만나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강형욱은 훈련사의 진짜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강형욱을 감화시킨 보호자도, 그에게 한 수 배웠다는 강형욱도 그릇의 크기가 남달랐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개는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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