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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역 전세사기피해자 대책위와 부산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대책위가 17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앞에서 전세사기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부산지역 전세사기피해자 대책위와 부산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대책위가 17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앞에서 전세사기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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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전세사기 피해자 한 분이 대구에서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금 여러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사기 임대인이나 바지사장, 공모한 중개인 등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기 일쑤입니다."

17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정문. 재판을 앞두고 한 전세사기 피해자가 울분을 토했다. 전세사기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지만, 피해자들은 경종을 울릴만한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피해자는 "특히 이번 사건은 시간이 한참 지나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도 모자라 침수피해까지 감당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사법부를 향해 전세사기범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 수영구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의 첫 공판기일이 열린 날이다. 1년 가까이 재판을 기다려온 피해자들은 방청 전 재판부에 바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언론에 발표했다.

"더는 버틸 수 없다"라는 전세사기 피해자들

2년 전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떼인 이후 완전히 일상이 파괴된 피해자들은 무거운 어깨를 쉽게 펴지 못했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첫 출발을 전세로 시작했지만, 돌아온 건 사기였다. 피해 건물의 공동담보만 근저당 80%인 50억 원대에 이르고, 계약한 이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건물마저 부실해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 등 이중고를 겪었다.

올해 9월 결혼을 예정하고 있는 30대 김민호(가명)씨는 어렵사리 돈을 모아 전셋집에 들어갔지만, 마주한 쓰라린 현실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모든 꿈이 국가와 중개인, 사기꾼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 특별법 개정 기대감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다시 부여잡았다. 그는 법정과 정부를 향해 "더는 버틸 수 없다. 우리가 무지해서 당한 게 아니다. 중개인을, 법과 국가를 믿고 계약했다. 이를 방치하지 말고, 특히 사기꾼에게 엄벌을 부탁한다"라고 호소했다.
 
 전세사기 관련 수사기관의 기소와 법원의 재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사태의 반복을 막을 엄정한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전세사기 관련 수사기관의 기소와 법원의 재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사태의 반복을 막을 엄정한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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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나이대 피해자인 정준규(가명)씨의 말에도 우리 사회를 향한 원망이 섞여 있었다. 정씨 역시 이번 사건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며 핵심을 짚었다. 전세 대출의 구조를 알면 사회적 문제라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단 얘기였다.

"네가 계약을 했으니 개인 간의 거래이지 않으냐? 천만의 말씀입니다. 2030세대 대부분이 버팀목 나라 정책 대출시 등기부 등본과 본인의 신용을 은행에서 평가받습니다. 은행은 그 건물을 판단해 안전하다며 채권을 내주고, 우리는 이를 임대인에게 주고 집에 들어간 겁니다."

정작 사건이 벌어지니 이자만 갚으라는 정부와 은행의 태도에 그는 크게 분개했다. 정씨는 "이런 정책 구조라면 법인 하나 차려서 사기 치는 게 일도 아니"라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 말이 되지 않지 않느냐. (대책은 물론) 피해자 인생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사기꾼들을 분명히 처벌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들의 곁에는 부산참여연대, 사회복지연대, 부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지역의 여러 단체도 함께했다. 민변의 김승유 변호사는 "관리책임자가 도망간 상황에 침수피해까지 겪은 건물 사건인데, 대한민국 젊은 청년들의 삶이 전세사기로 침수되고 있다"라고 심각성을 꼬집었다. 무엇보다 그는 "이 순간에도 가해자들은 책임을 회피할 방법만 모색하고 있을 것"이라며 법원의 엄정한 잣대와 근본적 해결을 강조했다.

이날 공판기일 시간은 불과 10여 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사기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진 해당 건물 임대인 A씨의 첫 공판이 시작되자 양측의 의견이 맞붙었다. 검찰은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피고인이 2021년 6월부터 2022년 9월 29일까지 총 17회에 걸쳐 피해자를 속여 17억 원을 편취했다"라며 공소사실을 설명했고, A씨의 법률대리인은 "당시 시가가 70억 원에 달해 (그럴 의도가 없었다) 근거가 부족하다"라고 반박했다.

처음 열린 재판인 터라 재판부는 더 준비를 거쳐 신문과 변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을 들은 동부지원 형사1단독은 "7월 15일 오후 2시를 다음 기일로 잡겠다. 검찰은 (혐의) 입증 계획과 자료가 있다면 미리 제출해달라"라고 향후 일정을 밝혔다.

금방 법정의 문이 닫혔지만, 피해자들은 재판부의 조속한 사건 검토와 결론을 기대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박희영 부산전세사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시간끌기는 절대 안 된다. 다른 사건에 비해 진행이 한참 늦은 만큼 강력한 처벌로 가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전세사기#부산수영구#부산지법동부지원#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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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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