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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사과가 지금 화제다.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의 한 명으로 꼽히는 게이츠 교수가 자기 집을 강제로 열려다 백인경찰에 체포된 사건을 두고 한 말 때문이다.

게이츠 교수는 출장에서 돌아와 자기집 문이 열리지 않자 뒷문으로 들어가 강제로 문을 열려고 했고 이를 목격한 주민의 신고로 보스톤의 케임브리지 경찰국 소속의 크롤리 경사에게 체포되었다. 이 과정에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 클로리 경사가 이를 거부했다는 명분으로 수갑을 채워 게이츠 교수를 경찰서로 끌고 갔다. 

흑인사회에서는 이를 두고 인종차별이라고 들고 일어났고 백인은 백인들대로 공권력의 정당한 집행이라고 맞섰다. 오바마도 불쾌함을 느낀 나머지 "내가 만약 백악관에 그런 식으로 들어가려 했다면 아마 총을 맞았을 거다" 라고 뼈있는 농담을 하자 이번에는 대통령이 이 사건에 간섭한다고 들고 일어났다. 결국 대통령이 체면을 접고 대의를 위해 사과를 했다는 것이 오바마 사과의 요지이다. 참으로 미국다운 이야기이다

결국 오바마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인종차별 문제를 덮고 본인이 경솔한 부분이 있었다고 자신의 발언을 취소하며 게이츠 교수를 체포한 클로리 경사와 게이츠 교수를 백악관으로 불러 맥주 한 잔 하면서 앙금을 털어 버리자고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이 얼마나 통 큰 정치인가 ?

미국의 대통령이 어느 자리인가 ?
그런 대국의 대통령이 일개 교수나 경찰의 행위에 대해 한말 가지고 사과를 하다니...
한국 같으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이런 아량은 미국이란 사회가 얼마나 공권력의 집행에 대해 엄격하고 개인의 이해관계보다 우선 하는가를 말해주고 있다.

백인경찰이 무리하게 게이츠 교수를 체포한 건 아무래도 지나쳤고 인종차별의 냄새가 풀풀 나지만 당사자인 경찰이 사과하기는 커녕 흑인의 대명사격인 오바마 대통령이 사과를 하고 당사자들을 화해시키려 한다니 참으로 아름다운 용서와 인내가 아닌가 한다.

오바마의 입에서는 아마도 백인들을 한 방 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나라의 공권력을 집행하는 입장에서는 그것이 잘못되었더라도 대의를 따라가겠다는 뜻이 함축된 걸로 보여진다. 거기에 한발 더 나아가 백인경찰을 불러 맥주 한 잔 따라주며 당사자들의 화해를 주선한다니 참으로 이 게임에서 진정한 승자는 오바마요 흑인인 것 같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행해지고 있는 정치와 공권력이 이런 수준은 못 되더라도 적어도 한 번 쯤은 상대방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나누며 현안들을 타협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는 없는지 ? 얼마 전 국회에서 목욕당이란 모임을 만들어 국회의 여당과 야당의원이 수시로 목욕탕에서 만나 스스럼 없이 대화를 나눈다고 하여 화제가 된 일이 있는데 이제 그 기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다.

나라가 시끄러울수록 이런 타협과 아량이 필요한데 지독한 자기 아집과 이해관계로 우리들에게 이런 훈훈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철저하게 자기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하면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시대의 약자인 서민이나 소수자의 한을 풀어 주기는 커녕 방관하여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오바마의 민주적이고 통 큰 화해 제스처와 발빠른 사과를 보면서 왜 오바마가 그토록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미국이란 나라는 아직도 겉으로는 인종차별이 없는 것처럼 하면서 속으로는 소수민족을 괴롭히는 못된 근성이 아직 남아 있다는게 확연해 보인다.

그럼에도 당하는 자가 참고 더 나아가 가해자를 포용하려는 몸짓!
참 처절하고도 큰 그림의 생존전략이다.

그나저나 오바마는 게이츠 교수를 체포한 경찰에게 맥주  한잔 하면서 뭐라고 그를 K.O시킬 농담을 할까 그것이 궁금하다.


#오바마사과#통큰 정치#게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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