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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웃나라인 일본에서 2년 전 큰 지진과 해일 피해가 있었습니다. 특히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해일로 인해서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어 원전 4기에서 폭발 사고가 있었습니다.  2년 뒤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한국 포항 MBC에서 취재 요청이 있었습니다. 직접 피해지역에 살고 있지 않아서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일본 현지에서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사실에 대해서 말해달라는 담당 피디 선생님의 요청이 있어서 응하기로 했습니다.
[기자주]

제가 지금 살고 있는 고베시는 후쿠시마 원전과는 50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곳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사고 이후 일본의 모습을 질문에 따라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질문과 대답의 정확성 정확성보다는 일본에서 느끼는 현실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금도 폐쇄된 도로와 지역도 있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떠나갔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후쿠시마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사람들은 하루하루 기약 없는 방사능과의 힘겨운 사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망가진 원자로 시설 안에 있는 핵 연료봉을 안전하게 빼내 다른 수조에 저장하는 작업 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습니까?

"일본 정부에서는 원전 주변 안전지역에 대해서 원래 살던 주민들이 빨리 다시 돌아와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래 살던 주민의 25% 정도만 돌아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돌아와서 사는 것이 아직은 두렵고 무섭다고 합니다. 특히 돌아와서 사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사는 곳에 병원이나 쇼핑센터 등 생활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거나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나이 드신 분이나 어린 자녀가 없는 분이 원래 살던 고향이 그리워 다시 돌아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어린 자녀가 있는 분들은 망설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린 자녀가 있는 분들은 돌아와서 살아도 방사능에 대한 불안을 떨쳐 버릴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합니다." 

2. 2년전 지진과 해일,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복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쓰나미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우리말 가운데 해일이라는 말이 같은 뜻이라고 생각되어 사용했습니다.)

"최근 일본 보도에 의하면 지진과 해일 피해에 대한 복구는 쓰레기를 치우는 등 눈에 보이는 성과를 이루고 있습니다. 다만 지역에 따라서 기존 해일 지역에 다시 마을을 이루고, 집을 짓는 일은 가급적 피해서 높고 안전한 곳에 정착시키려 정부 당국자와 의견 충돌이 있어서 늦어지고 있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재난 지역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이 시급한데 쓰레기는 대부분 임시 소각로나 희망하는 일본 전국 쓰레기 소각장으로 옮겨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해일 피해를 입는 쓰레기는 소금기, 즉 나트륨이 들어있어서 공기 오염이 예상되기 때문에 처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원전 사고로 방사능에 오염된 후쿠시마 지역 쓰레기 처리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4 기는 이미 수소 폭발로 더 이상 발전 불능 상태입니다. 폐로의 수순을 밟고 있는데 처리 역시 간단하지 않습니다. 몇 십 년이 걸릴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3. 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근처 야생 멧돼지 고기에서 기준치의 560배가 넘는 세슘이 검출됐다는 소식이나 맹독성 방사능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이 꾸준히 들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그리고 이런 상황에 대한 일본인들의 생각이나 반응은 어떻습니까?

"방사능 피해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는 일본보다 외국에서 더 많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일본에 사는 사람들은 오히려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느낌입니다. 제 경험으로 처음 방사능 사고가 났을 때 이곳 간사이 지역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비를 맞고 축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본 한국 관광객이 놀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곳 간사이 지역은 곳에 따라서 다르지만 오백 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고, 그 사이에는 2천 미터가 넘는 산도 많이 있어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데 외국에서는 일본 전체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지진이 일어난 일본 동북지방 앞바다는 북쪽 바다에서 내려오는 찬 해류와 남쪽 바다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바닷물이 만나는 황금 어장입니다. 그런데 이번 지진으로 이곳이 오염되어 피해가 큽니다. 어민들은 약 60 퍼센트 정도 회복이 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이곳에서 잡힌 수산물을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문제입니다."  

4. 일본은 지진을 자주 겪고 있기 때문에 평상시 이런 대비를 상당히 잘 해놓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대비에도 불구하고, 단 몇 분 만에 벌어진 일들로 모두 사라진 것에 대한 허탈감도 꽤 컸을 듯합니다. 일본 열도 침몰 공포까지 일으킨 대재앙을 일본 사람들은 2년이 흐르면서 자연의 위력과 인간의 한계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일본 사람들은 지진이나 재난에 대해서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느낌입니다. 일본에는 8백만 신이 있다고 합니다. 이것 역시 지진을 비롯한 자연 재해가 많기 때문에 여러 자연신을 섬기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 역시 1996년부터 일본에서 살기 시작하여 일본 방송 등에서 예상되는 지진이나 해일 피해에 대해서 보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일본 사람들은 그런 예상되는 재난의 피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무서워하고 긴장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800만이 넘는다는 일본 신들은 주로 민간신앙의 신들입니다. 이들 일본 신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 일본 신사일 것입니다. 사진은 교토 후시미에 있는 이나리진자(?荷神社) 본전입니다.
 800만이 넘는다는 일본 신들은 주로 민간신앙의 신들입니다. 이들 일본 신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 일본 신사일 것입니다. 사진은 교토 후시미에 있는 이나리진자(?荷神社) 본전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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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일본에서 최근, 해일 상황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구명정도 제작했다고 합니다. 지진이나 해일과 같은 잦은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가 실제로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원래 일본은 지진이나 자연 재해가 많아서 나름대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2년 전 동북지역 지진은 그동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강력한 것이었습니다. 아이들 학교에서도 지진에 대비한 대피 훈련이나 지진이 나서 집에 가지 못했을 때를 대비하여 비상식량이나 비상 용품을 늘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을에서도 지진이 났을 때 대피시설이나 안전시설들에 대해서 늘 연락해 주고 있습니다. 또한 쇼핑센터에서도 지진이나 재난에 대비하여 비상용품을 가방에 담아서 팔기도 합니다."

6. 사고 이후, 후쿠시마에서 난 농수산물을 기피하는 현상이 많다고 하는데, 이 현상이 출신에 대한 차별로도 번지고 있다고 합니다. 출신에 대한 차별로도 번져… 사고 직후 재앙을 피해 후쿠시마를 벗어난 후쿠시마 주민들을 다른 지역 숙박업소들이 거부하기도… 학교에서 아이들이 따돌림을 당하거나 이웃이 경계의 눈초리로 대하는 등 여러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습니다. 일본 안에서 상황은 어떻습니까?

"후쿠시마에 대한 차별이나 그러한 사례에 대해서 오히려 외국 언론에서 더 많이 보도하는 느낌입니다. 일본 안에서는 후쿠시마를 도와야 한다고 해서 그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나 해산물 등을 팔아주는 특별시장이 이벤트로 열리기도 합니다. 처음 후쿠시마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 그곳 사람들을 전국 자치단체가 받아들여서 생활을 지원했습니다. 그 뒤 그곳에서 사는 사람도 있고 후쿠시마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끔 지방 신문에는 후쿠시마에서 온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특집 기사가 나오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시장이나 상품 진열대에서 후쿠시마 산이라고 쓰인 글씨를 보고 선뜻 장바구니에 담기는 부담이 갑니다. 후쿠시마 사람들 역시 방사능 수치가 안정적이라고 해도 농수산물을 시장에 내다 팔기가 망설여진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방사능은 아무리 적은 양이라고 해도 방사능에 비례하여 암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7. 일본. 탈 원전으로 향하다 다시 핵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안전이 확인된 원전은 재가동하겠다는 선언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현상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선은 어떻습니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정치, 원전산업계 대응과 정책에 대한 일본 국민의 시각은… 특히 일본 경제 경기 침체에 편승한 정부와 원전산업계 정책을 바라보는 국민 시각은 어떻습니까?

"처음 후쿠시마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민주당 정부에서는 원전을 모두 중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자민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원전을 활용하여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 정해진 것 같습니다. 지금 일본에는 원전 51기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간사이 지역인 후쿠야마 오오이 원전 두 기만 가동이 되고 있습니다. 이 원전도 활단층 위해 지어진 것이라 위험하다고 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후쿠시마 재난 2 년째를 맞이하여 거의 날마다 원전 반대자들이 도쿄 총리 공관 앞에서 원전 반대를 위한 대모를 하고 있습니다. 원전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고 미국 등 여러 나라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봅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 폭탄 피해를 입은 뒤 원자력 관련 기술, 시설에 많은 투자를 해왔습니다. 과연 일본 정부가 어느 쪽을 선택할 지는 자명한 것처럼 보입니다."

8. 그런가 하면 반핵시위도 규모가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현상을 일본 국민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핵 반대를 외치는 단체들을 일본 국민은 진정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원전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볼 때 두 가지가 아닌가 합니다. 정치 지도자를 중심으로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원전을 유지하고, 관리해서 선진 기술이라고 하는 원자력에 대한 기술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특히 원자력에 관련된 종사자 수가 5-6만 명 정도라고 합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 폭탄 피해를 입은 뒤 원자력 관련 기술, 시설에 많은 투자를 해왔습니다. 일본이 쌓아온 원자력 기술과 핵연료 재처리 시설이나 능력은 경제적으로 생각해도 쉽게 포기하기 힘들 것입니다.

일반 서민들은 재난을 겪으면서 피해를 입어왔기 때문에 원자력이나 방사능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피하려 합니다. 특히 1년 전에도 원자력 발전소 중지를 위한 대모가 도쿄를 비롯하여 일본 전국에서 벌이진 적도 있습니다. 과연 이 두 세력 가운데 어떻게 결정이 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9. 2년 전 동북지방의 지진과 해일에 따른 피해 그리고 원전 사고는 많은 인명과 재산상의 손실을 가져왔습니다. 이 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이나 책임 소재가 밝혀졌습니까?

"이번 재난과 사고로 인해서 공식적으로 사망자와 행방불명자수가 1만 9천 여 명이고, 2년이 지난 지금도 가설 주택에서 사는 사람이 31만 명이 넘습니다. 재산상의 피해는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2 년 전 지진과 해일, 그리고 원전 사고에 대한 피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이것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역시 지진이나 해일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이번 지진의 진원 더 가까운 곳에 있던 오나가와(女川) 원자력 발전소는 멀쩡한데 더 멀리 있는 후쿠시마 원전에서만 사고가 있어났습니다. 이것은 후쿠시마 원전이 사고에 더 취약했고, 설계상의 문제가 있었고, 지진이나 해일에 대한 대비가 갖추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준비를 소홀히 해서 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원전 관계자들이 책임을 질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최근 동북지방 재난 대상자들이 국가를 상대를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기사화되기도 했습니다."

1979년 3월 미국 드리마일 원전 사고, 1986년 4월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그리고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우리는 원전에서 일어나는 무서운 사고를 끊임없이 보아왔습니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원전이나 방사능 유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데도 원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이나 북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가동 중인 원전의 폐기와 원전 없는 나라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는 여전히 원전이 가동되고 있고 지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원전은 여러 가지 경제성이나 환경 영향을 고려해도 그다지 수지가 맞는 사업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에 매달리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비민주적인 발상이라고 봅니다.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 등등 지구상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습니다. 특정 기업이 기술과 성과를 독점하여 위험성을 안고 있는 원전을 계속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PS. 이 기사를 작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포항MBC 최부식 피디님, 최해진 작가님, 그리고 박선환 아나운서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내용은 3월 11일 오후 여섯시 40분 포항MBC 라디오 열린세상에서 방송된 내용을 고치고 덧붙여서 만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일본 동북지방 지진과 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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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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