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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즐거움이 함께합니다. 그가 품는 희망은 현실로 이루어집니다. 그동안 너무나 아파서 가슴이 막막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오며, 작기만 했던 가능성은 어느덧 기대 이상으로 실현됐습니다. 그리고 삶의 희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 과정들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중심에는 '사람은 상처 받고 고통만 당하기엔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약 24년(1991~2014년) 동안 조카와 함께 울고, 웃던 나날들의 경험이, 어떻게 풍성한 열매로 자리하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기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기자 말

처음에 연재기사를 올릴 때에는 덕이가 그동안 잘 참고 잘 따라주면서 잘 자라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덕이의 어린 시절에 대하여 덕이에게 전해 줄 수 있는 선물의 의미로 시작을 하였는데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가슴 아린 일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아파도 아프다고 표현하지 않는 덕이가 아플 때에 아프다고 말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생각해보고 적용해 보는 중이었다. 어느날 덕이가 치킨을 먹는 중에 이맛살을 찌푸리는 것이 아닌가,

고모 : "덕아 혹시 이 아프니?"
덕 : (말은 안 하면서 뭔지 모를 불편하고 고통스러워 보이는 찌푸린 덕이의 얼굴)
고모 : "덕아, 잠깐 치킨 내려놓고... 어디 보자 아~~ 해볼래?"

이런~ 성한 어금니가 없을 정도로 충치가 있었고 하나는 신경까지 깊이 패였다. 그러니 안아프겠는가... 그동안 통증을 느꼈을 텐데 말이 없었다. 가엾은 덕이 어쩌면 좋은가.

덕이 엄마, 아빠의 치아가 좋은 편이셨고, 덕이가 매일 잠들기 전에 양치하는 것을 몇 개월 지도하고 스스로 양치 잘하는 것을 본 후, 매일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이야기 해놓았기에 믿고 있었다.

특히 덕이는 한 번 알려주면 그대로 하는 특성이 있으므로 더더욱 잘 하겠거니 하고 있었다. 그날은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와서 먹이고 재운 후 다음날 할머니께서 덕이를 데리고 치과에 다녀오셨다. 상한 이가 많아서 치료가 오래 걸릴 거고, 다 치료하려면 비용도 어느정도 예상하라는 안내를 받고 치료 후 집으로 왔다.

"죄송하지만 다른 치과로 가보세요"

가장 심하게 상한 어금니 하나는 씌워야 했다. 그러려면 덕이가 이와 잇몸을 깨끗이 잘 씻어야 치아 본을 뜨고 씌울 수 있는데, 양치가 안 되어 본 조차 못 뜬다고 한다. 덕이의 양치를 할머니께서 도와주셨지만 손주가 아파하니까 아프지 않을 정도까지만 양치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러면 맨 뒤에 있는 이가 아파서 그곳에 칫솔을 못 대고 있으니까 그것부터 먼저 치료해주면 양치를 잘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자 담당자가 하는 말이 "죄송하지만 우리 치과에서는 지금 진행되는 이에 대해서 본뜨고 씌우는 것까지만 하겠습니다, 그 다음은 특수치료하는 치과로 가보세요"란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아이가 일단 장애인이고 설명해주어도 못 알아듣기 때문에 너무 힘들다"라고 한다. 그것도 덕이가 옆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고, 듣고 있는데 그렇게 말을 한다.

그럴거면 처음부터 덕이가 장애를 지닌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때 말할 것이지 지금에 와서 이것 저것 다 건드려 놓고서 하나만 씌우고 다른 곳으로 가보라니 기막힌 일이다. 그 특수치과치료하는 곳을 추전해 달라고 했더니 대학병원에 찾아 가보시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전화로 이곳 저곳을 알아보았을 때 특수치과치료하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집에서 너무나 멀어 그곳을 다니기란 어려워 보였다. 일단은 하나를 씌우고 다음 치료부터는 인근의 다른 치과에서 받기로 결정했다.

어디에서든지 덕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똑같은 말을 반복해야 한다. 그들이 묻는 말에 덕이가 또래들에 비하여 표현이 부족하고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관계로 그들도 쉽게 덕이의 상태를 알아차린다. 그러므로 새로운 곳에 가면 내가 앞서 덕이의 상황을 말해 주곤하는데 유쾌하지가 않다.

덕이가 치료를 잘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서점에 들러 덕이가 원하는 책도 사고, 내 친구를 만나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녁 때가 다 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 가자고 내 손을 잡아 끈다.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선택한 후에 직접 직원에게 "얼마예요?"라고 물어보고 계산하라고 덕이에게 이야기하면서 내 지갑을 건넸다. 가판에 써 있는 가격을 아직은 덕이가 모르니까 말로 하도록 지도했다.

천 원짜리 숫자를 세기 시작한 덕이

덕 : "어마예요?" ('얼마예요'의 ㄹ 발음을 아직은 어려워한다.)
캐셔 : "이천 원입니다."

그런데 계산을 하려던 덕이가 내 지갑을 들여다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눈빛을 나에게 보낸다. 지갑 속을 보니 이런 현금은 달랑 천 원짜리 한 장 뿐이었다. 내가 카드를 내밀자 카드결제는 5천 원 이상만 결제가 가능하다고 한다(지금은 5천 원 이하라도 카드결제가 자연스럽지만 그때는 안 해주는 곳이 많았다).

일단 덕이가 이곳에 남아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고, 내가 빨리 가서 현금을 찾아 오겠다고 말하고 다녀와서 계산을 했다. 만 원을 내고 8천 원을 거스름돈으로 받았다. 이 일을 경험하면서 덕이가 어쩌면 천 원짜리에 대하여 이해하고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거스름돈 8천 원을 덕이에게 보여주면서 한 장 한 장 세어보면서 천 원, 이천 원, 삼천 원... 을 쭉 세어보았다.

덕이가 알고 있다. 이제 천원에 대한 개념을 이해한 것이다. 그렇구나 되는구나 싶어 가슴이 벅찼다. 나는 다시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8천 원을 한 장 한 장 덕이에게 건네주면서 덕이보고 얼마인지 말해보라고 권했다.

고모 : "천 원짜리 한 장이면?"
덕 : "천 원."
고모 : "두 장은?"
덕 : "이천 원."
고모 : "세 장이면?"
덕 : "삼천 원."

와우~~~ 되는 것이다. "덕아 어떻게 이렇게 잘 알아!!! 아주 잘했어"라며 꼬옥 안아주었다. 나보다 더 기뻐하는 덕이는 양입꼬리가 양볼 위로 올라간다. 이런 표정은 아주 흡족하다는 뜻이다.

고모 : "덕이가 천 원짜리에 대하여 아주 잘 아니까 이번주 용돈부터는 천 원짜리 두 개 이천 원으로 올려줄게."
덕 : (변함없는 대답) "응."

천 원짜리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점점 덕이는 대화할 때 상대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도 알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상대의 말에 알맞은 표현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 또한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치과치료#아이스크림#천원과 돈#지갑#용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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