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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즈 시리즈
ⓒ 황금가지
내가 홈즈를 처음 접했던 것은 국민학교(나는 국민학교를 졸업했다) 다닐 때 우리 반 교실에 있는 책장에서였다. 어린 아이 눈높이에 맞춘 문고판은 얇았지만, 흥미진지했다.

명탐정이라는 찬사가 붙는 홈즈의 추리력과 와트슨의 든든한 보조까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홈즈시리즈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애거서 크리스티로 옮기게 되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홈즈시리즈처럼 특정 인물을 많이 부각시키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수도 훨씬 많을 뿐더러 인과관계가 완벽하게 성립되기 때문에 읽으면 읽을수록 논리에 무릎을 칠 때가 많았다.

그래서 홈즈보다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이 더 낫다고 생각했고, 애거서의 분신인 포와로와 미스 마플이 훨씬 뛰어나다는 주장을 펼치기에 이르렀다. 지적능력이 성장해가면서 읽은 애거서크리스티의 작품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홈즈시리즈를 완역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내가 '국민학교'때 읽었던 책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 별다른 흥미가 없었다. 그러다 이 책의 1권 <주홍글씨>를 구입하고 책장을 넘기면서 나는 깊이 빠져 들었다. 일을 하다가고 책을 읽고 싶어 안달이 났으며, 지하철이던 버스안이건 간에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홈즈를 만나기 바빴다.

내 기억 속에는 홈즈과 와트슨이 아주 친한 사이로만 남아 있었는데, 처음 그 둘이 만나는 어색한 풍경부터 시작되니, 더 더욱 그들의 관계 변화에 흥미가 갔다. 오래전에 읽어 하나의 이미지나 느낌 정도만이 남아 있었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조금씩 기억나기 시작했다.

그 기억은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국민학교 다닐 때 쉬는 시간에 시끄럽게 떠들던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집중해서 읽었던 기억이 났다. 같은 책이라 하더라도 나이가 들어 읽으면 그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저 호의적으로만 느껴졌던 홈즈가 극단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며 아편에 중독된 특이한 모습을 보여줄 때면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완역판에는 원작의 삽화들이 삽입되어 있다. 그 삽화들을 보고 있으면 100여년 전 영국의 우울한 날씨과 풍경들이 느껴지며 홈즈의 체취를 한층 더 느끼게 된다.

추리소설은 '살인'을 다루고 있지만 잔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것은 추리 소설이 강조하고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살인 장면이 아니라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탐정들의 머리싸움이기 때문이다.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엉켜 있는 실타래를 풀어가는 재미가 바로 추리소설의 매력이다.

홈즈시리즈는 10권까지 완역될 예정이다. 날이 더워지고 짜증이 늘어가는 여름, 시원한 지적유희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셜록 홈즈 전집 양장 세트 - 전9권 (1판) - 일러스트 500여 컷 수록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황금가지(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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