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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을 기다리는 전동휠체어. 왼쪽 의자 옆에 빨간 줄은 오동석 씨의 팔을 묶기 위한 것이다.
ⓒ 이경숙
지난 9월 6일, 오랫동안 기다렸던 전동휠체어가 드디어 칠성동 공부방에 도착했다.

그토록 소망했던 전동휠체어가 오던 날, 오동석씨는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전동휠체어를 매만지고 조물락거리고 괜시리 이리저리 왔다갔다하고, 하루종일 그는 실없이 웃고 있었다.

그에게는 전동휠체어가 없어지고 근 4개월만에 찾은 자유이다. 전동휠체어 덕에 공부방에 상근 근무도, 아이들과 장애인 소모임 활동도 자유로웠던 그에게 전동휠체어의 치명적 고장은 엄청난 시련이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전동휠체어의 고장은 오히려 우리들(오동석과 느티나무 배움터)에게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처음엔 그 만만치 않은 돈을 쉽게 마련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휴가비까지 선뜻 내놓는 분 등(관련기사-일주일 여름휴가를 가는 대신 '당신의 자유'를 선택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우리의 고민을 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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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전동휠체어는 ' 자유 ' 이다

자세한 후원금 목록

그 동안 모은 돈은 <오마이뉴스> 등을 통해 농협계좌로 들어온 400만2800원, 교사들이 아는 사람들을 통해 마련한 돈 68만8970원, 팔빙수 장사로 33만원.

저금통 3만원, MBC 방송 이후 자립후원금으로 들어온 150만원 가량, 그리고 교사들이 내는 회비가 50만원 가량 있다.

그 중 전동휠체어 비용은 295만원, 휠체어 수리 부품 비용 50만원, 그리고 몸에 맞게 시트를 깔고 수리하는 등 부대비용 50만원.
장애인이동권 연대에 기부 100만원.

자립을 위해 비축할 돈 150만원. 그 동안 사기, 자동차 문제 등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당한 빚은 교사들이 내는 회비로 해결하기로 했다.

이 중에서 전동휠체어 관련 비용은 지출하였고, 나머지 비용은 최종 다시 정리해야 하는 상태이다. / 이경숙
그 동안 <오마이뉴스> 등을 통한 후원금, 지인들의 후원금, 팔빙수 장사와 저금 등 순전히 전동휠체어 장만을 목적으로 한 돈 500만원 가량과 MBC 방송 이후 오동석씨 자립후원금으로 들어온 돈과 교사들의 회비는 전동휠체어를 장만하고 충분히 남았다.

남은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몇 번 토론한 결과, 힘들게 돈을 마련해주신 분들의 뜻이 장애인들의 자유로운 이동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전동휠체어 장만을 위해 들어온 돈 중 남은 돈은 전액(100만원 가량) '장애인이동권연대'에 기부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MBC 방송을 통해 들어온 돈과 교사들이 내는 돈은 오동석씨의 자립을 위해 비축해놓기로 결정하였다.

전동휠체어가 공부방에 도착하고부터 우리는 오씨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다.

도무지 얼굴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이곳 저곳에서 그는 바빴다. 지난 9월 6일 오후 전동휠체어 도착, 9월 8일 미군 장갑차에 의해 살해된 심미선, 신효순 관련 미군 재판권 포기요구 서명작업, 11일 서울 상경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시위에 참여, 그 날 6시 가량에 경찰에 연행되어 다음 날 훈방, 9월 12일부터 14일까지 동료상담 과정 이수.

▲ 자신과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을 상담하기 위해 그는 9월 12일부터 14일까지 "정립동료상담학교 기초"과정을 이수하였다
ⓒ 이경숙
오랜만에 만난 그에게 "왜 그렇게 바빠요?"하니 그는 늘 그렇듯 씨익 웃으며 "전동휠체어가 나를 바쁘게 하네요"라고 대답한다.

그가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서울 상경 시위를 한 것은 전동휠체어 마련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다른 분들의 도움으로 전동휠체어를 마련했지만, 나 외의 다른 장애인들도 이동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지. 이동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중요하고 또 좋은데."

그는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자신이 그렇게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싸우는 것이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빚을 갚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에 서울에 올라간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동료상담'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은 중증장애인들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장애인들을 상담해주기 위해 공부하는 과정이다.

아직도 바깥보다는 집 안에만 있어야 하는 장애인들, 여러 가지 조건으로 고통받는 장애인들을 장애인 자신이 상담해야 하지 않겠냐며 오동석씨는 동료상담학교를 마치고 수료증을 받아왔다.

그는 앞으로 완전한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그 과정에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이제 살아갈 힘이 마구 마구 생긴다고 말한다.

그에게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냐고 물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살께요. 저... 그런데 제가 말을 잘 못해서 뭐라고 해야할지...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은데... 정말 감사해요."

오씨는 씨익 웃으며 말한다.

▲ 오동석 씨가 근무하는 칠성동 공부방 앞에서
ⓒ 이경숙

덧붙이는 글 | 저희들에게 전동휠체어 장만비용보다 돈이 넘치는 관계로, 돈 대신 마음의 큰 후원을 보내주셨던 분, 멀리 이국 땅에서 후원을 해주셨던 많은 분들, 그리고 시를 보내시고, 전화를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셨던 많은 분들에게 다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오동석님에게 자유의 날개를 달아주셨습니다.  

위 기사는 'cafe.daum.net/treeschool'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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