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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서울대병원 이용자들의 주 보행동선 끊어져

▲ 원남파출소앞 없어진 횡단보도(왼쪽이 원남파출소, 오른쪽이 서울대 병원 가는 길
ⓒ 김정규
청계고가 철거에 따른 교통대책의 일환으로 원남동의 원남고가차도가 철거되었다. 이와 더불어 이 지역은 예전의 다리밑 그늘진 곳의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환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원남고가차도의 철거와 더불어 이 지역 주민과 서울대병원을 이용하는 보행자들의 주 보행동선이 끊어지고 말았다. 바로 횡단보도가 없어진 것이다.

원남사거리 원남파출소 앞에는 원남고가도로가 철거되기 전에 횡단보도가 있었다. 이 횡단보도는 주민들이 지하철이나 은행, 시장 에 갈 때 이용하는 주요 통행로였다. 또 서울대병원 단지에 상주하는 주민이나 병원 방문객 10만 여 명의 주된 통로로 1호선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이 길이 아니면 사거리를 한 바퀴 돌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대의 약국 밀집지역인 종로 5가로 갈 때도 이 길이 가장 빠른데 서울대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약을 타려는 사람들은 이 횡단보도가 없어지면서 병원 앞 몇 개 약국밖에 이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 서울대병원 후문의 약국
ⓒ 김정규
이 동네에서 식당을 하는 최영애(52)씨는 횡단보도가 없어진 후 가장 손해를 본 사람이다. 식당 앞 횡단보도가 없어진 후 손님도 뚝 끊겨 취재를 하던 날도 점심때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또 은행을 이용하거나 시장을 보려면 예전에는 20m 남짓한 횡단보도만 건너면 되었는데 이제는 세 개의 다른 횡단보도를 건너야 겨우 갈 수 있다고 한다.

최씨외에 동네의 노약자나 병원의 휠체어를 탄 사람들은 세 개의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길을 갈 엄두를 못 낸다고 한다.
최씨는 교통정책에서 '차보다 사람이 우선해야'한다면서 '공청회 한 번 없이 없애버린 행정'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마지막으로 최씨는 “이거 없으면 주민 다 죽는다”며 "주민들이 수시로 무단횡단을 해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횡단보도가 없어진 후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아 상권도 죽어간다"며 횡단보도를 재설치해 줄 것을 하소연했다.

"구청장은 자기 앞마당도 못지키나"

이곳 주민과 상인들은 스스로 대책위원회(위원장 강문호 이하 대책위)를 만들어 횡단보도를 다시 만들어 달라는 탄원서를 서울시장과 서울경찰청장, 종로구청장에게 보내고 있다.

▲ 강문호 대책위원장
ⓒ 김정규
대책위원장인 강문호씨는 "우리는 불합리한 것은 요구도 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도 가능하다"며 자신들이 지금까지 한 활동들과 주민들의 민원을 기자에게 하소연하듯 늘어놓았다. 주민들은 탄원서를 내는 것을 비롯 플래카드를 붙이고 주민대책회의를 만들어 서명을 받는 등 활동을 했으며 활동비는 주민들이 1만원씩 거두어서 충당하고 있다고 한다. 대책위는 종로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약속한 날 구청장이 사라져 면담도 해 보지 못했고 전화를 해도 통화를 할 수 없다고 한다.

"몰랐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없어졌더라"

근처 원남파출소를 찾아가 문의를 해 보았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김영택 경사는 “우리도 없어진 줄 몰랐다. (주민이 그렇게 말해서)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짜) 없어졌더라”며 "우리도 민원이 많이 들어와서 보고서도 냈다"고 했다. 보행자들의 무단횡단이 빈번히 일어나는데 어떻게 하고 있냐는 질문에 "단속은 하지 않고 계도만 한다. 도로는 우리가 관여하지 않고 구청이나 시청에서 알아서 한다"고 답했다.

"원활한 교통 처리를 위해서"

횡단보도가 없어진 이유를 알기위해 서울시내 횡단보도를 관리하고 있는 서울경찰청 관제계 최민섭 경사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최 경사는 "율곡로에서 혜화로터리 방면과 이화사거리 방면으로 고가차로가 있었는데 청개천 복원 공사와 관련해서 그것이 없어져, 평면도로에서 교통량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 4현시 신호를 운영하던 것을 3현시 신호로 바꾸면서 부득이 횡단보도가 없어졌다"고 대답했다.

▲ 주민들은 횡단보도가 없어 번번히 무단횡단을 한다.
ⓒ 김정규
또한 4월 16일 경찰 5명과 전문가 등 일반인 10명으로 구성된 교통심의위원회에서 이 안을 통과시켰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안과 관련해 민원이 많이 들어와서 서울시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녹색교통운동의 하혜종 팀장은 “차량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신호 현시를 하나 줄였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다른 방안의 검토없이 단순히 횡단보도를 줄이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주민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고 교통소통에만 관심을 가진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횡단보도를 없애는 것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행정당국의 무성의를 지적했다.

구의원이 약속은 했지만…

대책위원장인 강문호씨는 사거리에 플래카드를 붙여 놨는데 얼마전 떼었다고 하며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구(區)의원인 나대암씨가 여러번 와서 떼라고 해서 뗐다. 7월 10일까지 설치를 해 준다고 해서 뗐는데 확실치가 않다."

강씨는 약속한 날까지 횡단보도가 설치가 되지 않으면 7월 11일에 주민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주민이 대부분 노약자여서 힘이 없으니 어디 학생들이나 시민단체에서 도움을 줄 수 없냐고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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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라고. 이 말의 의미는 네가 알고 있는 사실이 네가 직접 탐구해서 얻은 것이냐, 아니면 들어서 알게된 것이냐?를 묻는 말이다.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정보들을 나는 얼마나 스스로 진위여부를 탐구하고 받아들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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