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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줄줄이 파면 당하고 있다. 한겨레신문 7월 26일치에 따르면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300원짜리 반전 배지를 팔아 모금한 돈을 이라크 어린이 돕기 성금으로 언론사에 내고, 전교조 연가투쟁에 무단으로 참석하였다는 이유로 파면되었다. '사립학교법상 품위 유지와 근무지 이탈 금지 조항을 어겼다'는 것이다.

수년 전에 교장들 몇 명이 기자재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이 드러나 징계 받은 일이 있다. 그 중에 나와 함께 근무했던 교장선생님도 있었는데 명백한 부패행위였으나 1개월 정직에 그쳤다.

교사에게 파면은 사형선고와 같다. 반전배지를 판 것을 '품위유지' 불이행으로 몬 것은 지나치다. 300원짜리 반전 배지를 희망하는 아이들에게 팔고 수익금 2만원을 이라크 어린이 돕기 성금으로 낸 일로 교원의 품위를 얼마나 손상시켰을까? 기자재 납품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교장보다 더 크게 손상시켰을까?

초중등교육법에 나타난 교장의 자격조건은 엄격하다. 제21조 1항 별표1의 자격기준에는 '學識·德望이 높은 者로서...'라는 항목이 있다. 교사자격조건에는 없는 내용이다. 즉 교장은 평교사보다 학식과 덕망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식·덕망'은커녕 직위를 이용해 뇌물을 받은 부패한 교장은 정직 1개월로 그쳤고, 많은 학교에서 공공연히 이뤄진 '계기교육'의 일환으로 원하는 아이들에게 반전배지를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고스란히 성금으로 낸 교사는 파면 당했다. 이게 정의로울까?

한겨레 7월 29일치에 의하면,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감시 프로그램인 네오피스쿨을 교사들의 업무용 컴퓨터에 설치하여 교사들이 어떤 작업을 하는지 교장이 모니터링 할 수 있게 하였다. 이에 반발하여 한 교사가 네오피스쿨을 삭제하였고, 이 사실이 적발되어 '복종의무와 성실의무 조항을 어겼다'는 이유로 그 교사는 파면되었다.

교사들의 동의 없이 감시용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교사들의 작업을 감시하는 것의 위법성 여부와 상관없이, 절차에 따라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삭제하였다면 교사의 잘못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정도는 파면사유가 될 수 없다.

이런 일로 교사가 파면된다면 충청남도 교육감은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할까?

<연합뉴스>에 따르면 충청남도 교육감은 2000년 7월 교육감선거 결선투표에서 1차 투표 탈락후보에게 자신을 지지해주는 대가로 써준 각서가 2장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장은 '결선투표에서 나를 지지해주면 천안·아산·연기지역 인사권의 위임 외에도 (이 지역) 제반 재정에 관해 협의를 하겠다'는 것과 '4년 단임', 또 한 장은 '이 위원이 차기에 출마하면 교육감이 되도록 적극 지원하며 각서 위반시 법적인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이다.

사소한 잘못으로 평교사들은 파면되는데, 미증유의 각서 파동의 장본인 충남교육감은 시민단체들의 사퇴요구에 도무지 반응이 없다.

교육감은 품위유지의 의무가 없는가? 이렇게 기막히는 내용의 자필 '각서'가 대한민국 모든 교육감은 물론 교육계 전체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있으나 보성초 사건에 목소리 크게 내던 교육계 수구세력들은 오불관언이다. 그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지(noblesse oblige)는 먼 나라의 얘기일 뿐인가? 아니면 그들은 지위에 따른 도덕적 잣대가 다른가?

지위가 높은 자에게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다. 거기 까지 못 간다면 적어도 법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 한다.

교사들은 가벼운 잘못에도 무거운 처벌을 받고, 교장이나 교육감은 무거운 잘못에도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면 또 하나의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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