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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들의 지역주의 조장과 상습적인 대통령 모욕발언은 '철밥통'지키기의 다름아니다.
ⓒ 김남윤

내년 총선을 7개월 앞둔 현직 국회의원들이 재선을 향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회의원 임기 4년동안 매일 뉴스의 중심에 있는 의원이 있는 반면 단 한번도 TV에 나오지 못하는 무명의 의원도 많다.

이름을 들으면 초등학생도 아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매일 뉴스에 귀기울이는 필자조차 생전 처음 듣는 국회의원 이름도 있으니 얼굴이나 이름을 팔기 위해 생쇼(?)를 해야 하는 의원들의 팔자를 측은지심의 심정으로 이해할만도 하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밥통이 아무리 크고 중요하다한들 의원직이 국민의 공복이라 생각한다면 정도를 넘어서 밥통을 지키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천편일률적인 의원활동보다 '브랜드 정치', '이미지 정치'를 잘 해야 정치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학습을 했겠지만 국민은 안중에 없는 것 같다. 오직 자신의 '정치 밥통'만 지킬 수 있다면 할말 못할말 가리지 않겠다는 '정치건달'식의 언행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현대 비자금'사건에 연루돼 15일 검찰에 출두한 민주당의 이훈평(서울관악구갑)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누구로부터도 대가성 있는 돈을 받지 않았다"며 결백을 주장한 뒤 "이번 소환에 정치적 음모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적 음모가 없기를 바란다"는 뜻은 정치적 음모가 없다면 자신은 무죄가 될 것이고 유죄로 몰아 가면 가차없이 정치적 음모에 의하여 자신이 희생되었다고 주장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즉 이훈평 의원은 자신이 죄가 있고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음모가 있는가 없는가가 쟁점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유죄로 판명될 것을 가정하여 '정치 밥통'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항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혹이 생긴다.

항전의 대상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자신이 속한 민주당 소속의 노무현대통령이다. 자신의 밥통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을 대상으로 싸움을 걸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민봉기(인천 남구갑) 의원은 15일 태풍‘매미’피해 대책을 다루기 위해 국회 재해대책특별위가 열렸으나 주무장관인 김두관 행자부 장관에게 '정치권 쓰레기 집단 발언'을 해명하고 사과하라고 다그쳤다.

그 '쓰레기'의 범주에 자신도 들어 가는 것으로 확신을 했는지 아니면 자신은 쓰레기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다른 동료의원들의 명예를 살려주기 위하여 응원전을 펼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민봉기 의원은 '정치밥통'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하여 무리수를 둔 게 아닌지 의심이 간다.

60대 국회의원이 40대 장관에게 20년 나이차이를 내세워 "내가 나이 많은 입장에서 한 마디 하자면 '언행을 조심하고 막 생각나는 대로 말해서는 안된다'"고 훈계하는 것이 과연 국회 재해대책 논의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카메라에 찍히기 위해 몸싸움을 해가며 의원 총회 앞자리를 차지했다는 어느 신출내기 국회의원의 무용담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민봉기 의원의 '장관 혼내기'가 공히 '정치 철밥통'지키기는 아니었을까?

민주당 김경재(전남 순천) 의원은 14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은 지금 청와대의 '왕따'"라고 했다가 여론이 불리해 지자 "'유인태 정무수석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말이 잘못 전해졌다"고 말을 바꿨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선대위 홍보위원장을 맡아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일등공신 중의 공신이었다. 그러나 역시 '정치 철밥통'을 기키기 위하여 의리와 지조를 버리고 자신이 지원했던 노 대통령을 초등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반장 정도로 격하시키는 발언을 했다.

대통령과 정치적 의리를 지키는 것보다 호남 지역민의 여론임을 내세워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게 결국 자신의 철밥통을 지키겠다는 것인지. 개혁만 외치면 무조건 노 대통령이 배후조종하는 것이라고 몰아 붙여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혹시 민심을 가장한 김 의원 자신의 기득권 사수 방어책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노 대통령을 욕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언론을 탈 수 없는 기형적인 정치문화, 이 상황을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며 즐기는 언론문화는 과연 동전의 양면인가.

노 대통령 만들기의 특등공신이었던 추미애(서울 광진구을) 의원과 조순형(서울 강북구을) 의원도 "노 대통령은 민주당의 통합을 원하는지 분당을 원하는지 입장을 밝히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민주당의 현 상황에 대하여 노 대통령이 어떠한 언급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인지할 텐데 추미애 의원과 조순형 의원은 무슨 의도인지 노 대통령을 몰아붙이고 있다.

누구는 20년만에 한번 할까 말까한 대통령자리를 민주당 덕분에 단박에 대통령까지 됐는데, 친정이 망해가는 것을 어찌 뒷짐만 지고 바라보느냐며 버릇이 없다고 노 대통령을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을 '사쿠라와 양아치들'에 둘러 싸인 골목대장 정도로 보는 동료의원들과 비슷한 입장이다.

노 대통령이 당정분리의 합리적 정치문화를 구현하겠다고 아무리 선언을 해도 절대로 믿을 수 없고 설사 사실이라 하더라도 믿지 않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다분한 언행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한나라당은 한나라당 대로, 민주당 사수파는 사수파대로, 신당파는 신당파대로 정치적 입장과 대안을 가지고 도래한 국정감사를 잘 하고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것이다. 국민들은 현재 정치판이 더 이상의 쓰레기판으로 전락하거나 시궁창판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정치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너무나 피곤하고 괴롭기 때문이다. 자신의 출신지역을 팔아서 볼모로 삼는다거나 대통령만 모욕하면 선명해 진다는 착각에서 하루 빨리 벗어 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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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윤기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면서 네티즌들과 정치,사회문제들에 대하여 상호 공유하기위하여 기자회원으로 가입하였습니다. 특히 언론,정치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언론,정치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모든 것이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건축업체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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