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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번잡한 도시인들에게 숲은 늘 안식처랍니다.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이 그저 거닐기만 해도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평온해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숲을 찾아 전국의 휴양림을 찾은 적도 있지요.

그런데 멀리 가서 고생할 필요가 없답니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최고의 숲이 숨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광릉국립수목원'이랍니다.

도심의 아파트에서 갇혔던 제 아이들도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신이 났습니다. 하루종일 뛰어 다녔어도 지치지 않나 봅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 가고 나서 수목원과 헤어졌으니까요.

▲ 가을내음이 물씬 묻어나는 낙엽길
ⓒ 이종원
광릉은 세조의 능입니다. 광릉이 조성되면서 500여년 동안 풀 한 포기도 건드릴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시킨 것이 오늘날 광릉숲이랍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세조는 살아 생전 늘 근심 속에 살았을 겁니다. 그래서 죽어서는 조용하고 편안한 곳에 묻히길 바랐던 것입니다. 이유가 어떻든 간에 우린 세조 덕분에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숲을 거느리게 되었답니다. 그것 하나는 세조 임금님께 감사드립니다.

매표소를 지나면서부터 가을 내음이 물씬 묻어나는 낙엽 길을 만난답니다. 연인들에게 이 곳은 천국이나 다름 없습니다. 데이트하다가 실패한 연인들이 있으면 이 곳에서 와서 다시 한번 시도해 보세요.

낙엽 길을 거닐면 누구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거든요. 아마 분위기에 흠뻑 빠져 상대방이 맘에 든다고 할 겁니다. 대신 수목원을 벗어나 딴소리하는 것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자연생태로 그리고 낙엽 밟는 것을 좋아하는 성수
ⓒ 이종원
정수는 나무공부 하느라고 여념이 없습니다. 나무를 자세히 관찰하고 그 이름을 스케치북에다 적고 있답니다. 여름에 다시 와야겠어요. 스케치북에 적혀진 나무의 잎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광릉숲은 무려 2800여 종류의 식물이 자라고 있답니다. 한국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이 4800여 종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얼마나 많은 종류의 식물이 살아가고 있는지 알 겁니다.

성수는 사각사각 낙엽 밟는 소리를 참 좋아하지요. 까르르 웃음소리가 계속 이어집니다. 기어코 신발과 양말을 벗어 던졌습니다. 그리고 자연을 밟아봅니다.

침엽수원에 가면 근래 만들어 놓은 자연생태로가 있답니다. 수십m나 뻗은 침엽수림 사이에 나무 산책로가 500m나 이어집니다. 나무판을 밟는 느낌이 참 좋지요. 곳곳에 숲을 이해할 수 있는 안내판도 서있고 편히 쉴 수 있는 나무 의자도 있답니다. 숲 속의 공주가 따로 있을까요?

생태로를 벗어나면 육림호가 나온 답니다. 호수에는 파란 하늘, 산과 나무까지 담겨져 있어요. '가을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을을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구름다리를 건너 호수를 한바퀴 돌아보세요. 돌부리에 넘어진 성수는 다시 일어나서 배시시 웃습니다. 자연은 이렇게 넉넉한 심성까지 가르쳐 주네요.

호수 중간쯤 가면 자연암반에서 흘러나오는 약수가 있답니다. 촘촘히 덮인 이끼가 물맛을 돋굽니다.

단체로 아이들이 숲 견학을 왔습니다. 눈을 가리고 나무 결을 만지며 숲과 하나가 됩니다. 나중에 그 느낌을 발표하는 것을 들었답니다. 요새 아이들 참 발표를 잘 하네요. 숲과 친하면 나무만큼이나 예쁘게 자랄 겁니다.

▲ 숲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 이종원
호수가에 참 예쁜 통나무집이 있답니다. 국산 낙엽송원목으로 팔각형 집을 만들었는데 풋풋한 나무냄새가 참 좋습니다. 테라스에 앉아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랍니다. 현지인에게 살짝 물었더니 예전에 박정희 대통령 별장이었답니다. 어쩐지….

낙엽 위 나무의자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김밥 두 줄과 단무지 하나가 전부랍니다. 약간 아쉬운 듯하지만 나머지는 맑은 공기로 배를 채우기로 했습니다.

▲ 단풍을 만끽하고 있는 아이들
ⓒ 이종원
단풍과 정수가 참 잘 어울리지요? 성수는 신이 났습니다. 낙엽을 한 웅큼 집어 머리에 뿌려봅니다. 가을을 머리에 이고 있습니다. 이런 추억 오랫동안 기억했으면 좋겠다.

▲ 꽃이 얼굴보다 커요.
ⓒ 이종원
피라미드 모양을 하고 있는 난대 식물원을 방문했습니다. 추운 곳에서 자랄 수 없는 식물들을 실내로 옮겨 심은 것이랍니다. 정수 얼굴을 가릴 정도로 꽃이 크게 피었답니다.

▲ 손가락을 빨고 있는 성수
ⓒ 이종원
손가락을 물고 있는 성수의 얼굴이 자못 진지합니다. '하나, 둘, 셋' 다음엔 5개를 가르쳐야 겠네요.

수목원의 자랑은 '산림박물관'이랍니다. 산림박물관은 모든 소재와 기술을 우리 것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5개의 주제 전시장에서 둘러보면 나무박사가 될 겁니다.

▲ 고목나무 의자
ⓒ 이종원
고목의자에 정수가 앉았습니다. 로마의 성베드로 성당에 있는 베드로의자처럼 보입니다.

▲ 15미터 나무의자
ⓒ 이종원
박물관 마당에는 수석이 전시되어 있답니다. 마당 둘레에 기다란 나무의자가 눈길을 끕니다. 원래 광릉숲 앞에 놓여 있던 200년 된 가로수였는데 강풍으로 쓰러져서 이렇게 15인승 의자로 만들어진 것이지요.

▲ 그림자를 밟고 있어요.
ⓒ 이종원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어요. 정수가 엄마의 그림자를 밟고 있어요.

"머리 밟지마… 아프단 말이야…."
그것도 모자라서 아빠의 그림자까지 밟고 있습니다.

수생식물원도 지나고 습지원, 화목원까지 걸었습니다. '맹인식물원'이 감동을 더해 줍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감촉과 향기만으로 식물을 판별 할 수 있도록 만든 식물원이지요.

하루종일 수목원을 걸었습니다. 피곤하기는커녕 헤어질려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 가을을 보내며
ⓒ 이종원
이젠 떠나야만 합니다.
가을을 뒤로 한 채….

이젠 만나러 가야합니다.
겨울이 저 만치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국립수목원은 예약 필수!
여행정보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입장은 오후 4시까지)
관람료: 성인 1천원/청소년 7백원/ 어린이 5백원
주차료 :소형 3천원/대형 5천원
예약전화번호 : 031-540-1114

1) 승용차

서울에서 태릉과 퇴계원 방면으로 47번국도를 타고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여 들어간다.
의정부에서 포천방향으로 43번국도를 타고 가서 축석고개를 넘어 우회전해서 들어간다.

2) 대중교통

청량리에서 광릉내까지 한번에 가는 좌석버스가 있다.

- 토,일요일에는 숲을 보호하기 위해 관람객을 받지 않는다.

- 5일 전에 예약해야만 들어 갈 수 있다. 예약하지 않은 분들은 입구에서 아무리 사정해도 들어갈 수 없다. / 이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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