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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천수만은 새들의 천국입니다. 수천 마리의 가창오리가 일제히 날아오르는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일 겁니다. 수다쟁이 가창오리가 내는 함성소리도 가슴속에 여운으로 남는답니다.

▲ 아이들은 철새 인형을 좋아한다.
ⓒ 이종원
서산 간월도 행사장에 도착하면 큼직한 철새 인형이 아이들을 맞이합니다. 인형과 어울릴 틈도 없이 탐조버스에 올랐습니다. 새가 붉은색에 민감하기 때문에 버스에 붉은 부분은 하얀 테이프로 붙여 놓았답니다. 버스에 오르면 고성능 망원경과 새가 그려진 책받침을 하나씩 준답니다.

버스는 간월호를 한바퀴 돌면서 다양한 새를 만나게 합니다. 중간에 탐조대가 있어 20여 분간 멈춰 새를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도 가진답니다. 되도록 오른쪽 좌석에 앉는 것이 좋습니다. 시계 방향으로 버스가 움직이거든요. 호수와 논이 어찌나 넓은지 확 트인 경관만 봐도 시원하답니다. 천수만은 무려 4700만 평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실감이 나지 않지요? 대한민국 사람 전부가 천수만에 싱글침대 하나씩 놓고 누울 수 있는 넓이랍니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 파란하늘을 볼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대신 새들은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한답니다. 비가 오기 전에 먹이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 모래톱엔 오리가 가득 앉아 있다.
ⓒ 이종원
천수만에 새가 많은 이유

왜 천수만은 철새들의 낙원일까요? 새는 번식지와 월동지를 이동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답니다. 동아시아 철새의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습지에서 봄과 여름철에 번식을 하고 동남아나 호주에서 겨울을 난답니다. 러시아에서 호주까지 긴 여행을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쉬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면 긴 여행을 할 수 있겠습니까? 서울서 부산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하는데 휴게소가 하나도 없다면 참 난감하겠지요? 철새들에게 최상의 휴게소가 천수만이랍니다.

몇 년전 뻘을 메우고 농지를 만들면서 새의 종류도 바뀌었답니다. 바다새인 도요새 종류가 사라지고 오리나 기러기떼가 몰리게 되었답니다. 아산농장은 비행기로 볍씨를 뿌리고, 2m가 넘는 콤바인으로 추수를 하기 때문에 낙곡들이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자연히 새들의 먹잇감이 늘어났겠지요.

더구나 이 곳엔 사람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어 새들의 가장 큰 적인 사람에게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농장을 일반인들에게 계속 매각하고 있답니다. 자연히 이 곳에 농사지으러 들어오는 사람은 자꾸만 늘어가 환경단체들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수백 마리의 기러기 떼가 논바닥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대다수가 고개를 처박고 있는데 한두 마리는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피고 있답니다. 그 새들은 적의 공격에 대비한 파수꾼이지요. 먹이를 먹고 싶을텐데 전체를 위해 꾹 참고 있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 탐조대는 볏집으로 위장하고 있다.
ⓒ 이종원
탐조대는 3군데가 있답니다. 그 중에서 새가 많은 곳에 버스를 세운답니다. 볏집으로 만든 위장보호막이 세워져 있습니다. 작은 구멍으로 새를 관찰하지요. 안내자는 대형 망원경을 설치하여 눈앞에서 새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 하늘을 날고 있는 철새
ⓒ 이종원
새가 날고 있습니다. 맨 앞의 새가 리더겠지요. 그룹에서 가장 경험 많고 힘있는 새가 앞장을 선답니다. 만약 리더가 힘들면 교대를 해준다고 합니다. 엄격한 규율사회이고 의리를 중히 여기는 사회랍니다.

안내자가 제게 물어봅니다.
"갈대가 내는 피리소리가 들리세요? 저는 이 소리가 참 좋은데…."
암만 귀를 쫑끗해도 들리지가 않아요. 도심의 기계음에 민감해서 그런가 봅니다.

모래톱엔 가창오리가 가득 앉아 있습니다. 낮에 먹이를 찾으면 편할텐데 가창오리는 주로 밤에만 움직인답니다. 그 이유는 체격이 작고 힘이 약하기 때문이지요. 정글의 법칙이 천수만에도 적용됩니다.

왜가리도 보입니다. '왝왝' 울어서 왜가리라고 하더군요. 이 새는 욕심이 많아서 먹이를 먹다가 다른 먹이가 보이면 토해 놓고 또 먹는 다고 합니다.

'까마귀 검다하여 백로야 우지마라' 라고 한 옛 속담이 맞는다고 합니다. 정말 까마귀 속살은 하얗고, 백로의 속살은 까맣다고 합니다. 백로가 우아하게 논바닥을 걷습니다. 아마 까마귀를 생각하고 있나 봅니다.

▲ 볏단과 정미소
ⓒ 이종원
박하사탕처럼 생긴 것이 논바닥에 굴러 다닙니다. 그것은 볏집단이라고 합니다. 예전엔 볏집을 그냥 널어 놓았는데 근래들어 저렇게 묶어 소의 사료로 쓰고 있다고 합니다. 볏집에 낱알이 많이 묻어 있어 저것까지 가져가면 새가 굶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환경단체에서 아주 걱정을 많이 하고 있어요.

논 중간에 무진장 큰 건물이 서 있습니다. 멀리서 보았을 때 시멘트 공장인 줄 알았습니다. 서산농장에서 나온 쌀을 정제하는 곳이지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정미소랍니다.

▲ 가창오리가 하늘을 수놓고 있다.
ⓒ 이종원
이 넓은 곳을 메꾸었다고 생각하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간척사업은 양쪽에서 땅을 메꾸면서 간척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서해에는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 10m가 넘는 돌도 그냥 쓸려 갔지요. 모두들 포기했지만 정주영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물을 가득 채운 유조선을 간척지에 세워 물을 막은 것이지요. 세계 최초의 공법이기 때문에 정주영 공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생태관과 솟대
ⓒ 이종원
행사장 입구에는 솟대가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하늘을 날고픈 인간의 소망을 하나씩 걸어봅니다.

생태관은 볼거리가 참 많습니다. 철새에 대한 정보와 명칭, 이동경로등 유익한 정보가 가득 있답니다. '새소리 감상관'입니다. 듣기 어려운 새소리를 선택해서 들을 수 있지요. 새의 울음소리가 참 경쾌합니다.

▲ 가창오리 영상관과 새소리 감상관
ⓒ 이종원
가창오리 영상관도 있습니다. 수천 마리의 군무에 넋이 빠진답니다. 천연기념물 전시관도 놓치지 마십시오. 점차 사라져 가는 새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기회랍니다.

행사장에서 천수만을 바라보는 탐조대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운 좋으면 가창오리떼를 만날 수 있지요.

▲ 간월암
ⓒ 이종원
행사장 바로 뒷편에 간월도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천수만 간척으로 인해 섬 아닌 섬이 되었답니다. 이곳은 무학대사의 체취가 살아있는 곳이지요. 조선 건국의 큰 힘이 된 무학대사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아버지가 나라에 진 빚을 갚지 못해 쫒기는 처지가 되었답니다.

그래서 포졸들이 그의 어머니를 대신 잡아갔고 도중에 아기를 낳게 되었습니다. 아기를 보자기에 덮어놓고 사또 앞에 가서 사정을 했겠지요. 풀려 나와 아기 있는 곳으로 달려갔더니 큰 학 두 마리가 날개를 펴서 아기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舞鶴(무학)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답니다.

대사는 간월암에서 수도를 하던 중 어느날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곳의 일몰이 참 아름다운데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랍니다. 간월도 어리굴젓은 아주 유명하지요. 임금님의 밥상에 올랐다고 할 정도니까요.

천수만 철새기행전 안내자 함인자씨

▲ 함인자씨
안내자가 재미있는 퀴즈를 냅니다. 괭이갈매기가 둥지를 틀고 알을 낳으면 살쾡이들이 몰래와서 알을 훔쳐먹는다고 합니다. 이때 괭이갈매기들은 어떻게 적을 물리칠까요?

1) 부리로 쫀다
2) 날카로운 발톱으로 할퀸다.
3) 똥을 싼다.
4) 시끄럽게 운다.

정답은 3번이랍니다. 지독한 똥폭탄이 머리에 떨어지면 어떤 동물도 배겨낼 수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새 이야기를 들려준 분은 천수만 환경운동단체 소속 자원봉사자인 함인자씨랍니다. 지나가는 새 이름을 척척 알아 맞추고 새의 특징과 습성까지 줄줄 설명해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지요.

우리나라 탐조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새가 노랑부리 저어새라고 합니다. 부리모양이 특이해서 아주 좋아한다고 하지요. 유럽사람들은 저어새가 흔해서 별 반응이 없고 오히려 비둘기에 관심을 가진답니다. 일본인들은 까치만 나오면 환호성을 지른답니다. 일본에는 까치가 없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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