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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문화방송은 '약점성 강점'이 많은 방송사다. '약점성 강점'이란 말이 있는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이런 엉터리 말을 동원할 수밖에 없을 만큼 MBC는 독특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공영방송이면서도 광고를 재원으로 하는 방송사이니 만큼 당연히 흔들리는 정체성을 가진 방송사일 것이라고 많은 이들은 짐작할 것이다. 그러나 사정은 그 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MBC의 '약점성 강점'을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MBC는 놀라울 정도로 강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음을 들 수 있다. 자부심으로만 치면 KBS나 SBS도 뒤지진 않는다. 하지만 그 강도나 방향에선 상당한 차이를 지닌다. MBC는 이전에 수구적 태도를 보인 간판급 간부들이 많았지만, 어느 방송사보다 빨리 한국 사회 내 민주화의 흐름에 동참을 했고, 때로는 앞장섰음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같은 자부심이 특정 부서에 국한되지 않음도 매우 독특하다. 심지어 경비를 서는 사람들조차도 이 같은 자부심이 가득하다는 말이 들릴 정도다.

자부심을 중심으로 조직이 뭉쳐있다는 점은 강점이 되기도 하지만 방송사로서는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방송사는 일사분란함보다는 다양성을 근거로 치열하게 토론하는 과정이 더 많아져 조직을 더욱 튼실하게 만들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강한 자부심의 내용이 민주화에 늘 앞장서는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이긴 하지만, 그것조차도 치열한 논의의 과정을 거친다면 더욱 견고해지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약점성 강점'이라 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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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들 수 있는 '약점성 강점'은 느슨함이다. MBC가 일을 하는 방식,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을 타 방송사와 비교해 보면 느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경영 평가표를 들여다 보아도 그것은 확연히 드러난다. 비효율적인 요소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얼마 전 한나라당에서 MBC의 노동강도와 임금을 두고 강하게 공격을 한 적이 있었다. 조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외견상 그런 지적은 맞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것은 궁극적으로 조직의 강점으로 작용하는 이상현상으로 이어진다. 드라마 부분을 보자. 가끔씩 터뜨리는 대박성 드라마는 MBC의 전유물처럼 알려져 있다. 특정 계층에만 어필하는 내용이거나, 만화의 내용 혹은 외국의 내용을 사들여서 드라마 인기를 올리는 SBS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느슨함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음을 부인키 어렵다.

시사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프로그램의 제작 과정을 효율성 측면에서 보자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느슨함이 없었다면 그런 프로그램을 대할 수 없을 것은 뻔하다. 그런 점에서 느슨함은 MBC가 지닌 '약점성 강점'일 수밖에 없다.

세번째로 들 수 있는 '약점성 강점'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내 경쟁이다. 사내에서 프로그램의 성공여부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 타 방송사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내부 경쟁이 없는 조직이 없겠지만 MBC는 방송사 중에서도 차별화될 정도의 치열함을 띤다.

다양한 실험적 프로그램이 등장함도 치열한 경쟁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교양적 오락프로그램이 등장하기도 하고, PD저널리즘이 강화되기도 하고, 언론을 비평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치열한 경쟁은 때로는 조직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실험성이 강해 실패하기도 한다. 실험성을 앞세운 무모함이 가끔씩 개인의 성향에 업혀 등장해 사적 방송 만드냐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앞서 지적한 두 개의 '약점성 강점'이 이에 합쳐져 증폭되면 걷잡을 수 없는 모험으로 이어져 때로는 위태하다는 느낌까지 전할 정도에 이른다. 변화를 늘 선도해가지만 변화 추구로 인한 대가를 늘 치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눈에 띄지 않지만 치열하게 벌어지는 내부적 경쟁은 '약점성 강점'으로 MBC에 상존하고 있다.

정체성을 기반으로 방송을 이해하라

최근의 MBC <신강균의 사실은…>에 대한 평가는 이상의 MBC 정체성 이해에 기반할 필요가 있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현 정국에서 그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다. 최근에 그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발생한 몇 가지 사고에 대한 이해가 힘들기도 마찬가지다. 정체성 이해를 기반하지 않았을 경우 저널리즘의 원칙을 내세우는 이론적 담론 생산, 혹은 제작진의 태만 만을 강조하는 관료적 발상, 프로그램의 신뢰도만을 문제삼는 감상 등에 머물고 말 공산이 크다.

이 프로그램이 MBC가 지닌 처음의 '약점성 강점'을 십분 발휘하고자 했음은 분명하다. 탄핵 정국을 저널리즘적 측면이 아니라 정치적 측면에서 이해하고자 했다. 프로그램을 통해서 정국에 동참하고자 하였다.

언론비평 프로그램이었지만 자신을 그에만 국한시키지 않았다. 전체 사회의 여론의 흐름, 한국 정치의 담론 정치학을 짚어보고자 시도하였다. 민주주의적 여론의 흐름을 정립하지 않고서는 정치개혁이든 실질적인 민주화가 요원하다고 파악했던 셈이다. 그런 점에서 실수라는 약점을 노정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민주화에 앞장선다는 강점을 발휘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 프로그램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감안하여 MBC 모두가 프로그램에 몰두했더라면 최근의 몇 가지 실수들은 정제되었을 수도 있다. 조직의 느슨함이라는 '약점성 강점'이 실수를 잡아내지 못하긴 했지만, 만약 그 느슨함이 없었다면 이 프로그램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못했을 터이고, 삼엄한 감시의 눈길 탓에 어떤 실험성도 가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부분적 실수를 더욱 톺아내어 프로그램 전체에 '잘못있음'이라는 색칠을 해버린다면 약점은 보완될지는 모르지만 MBC가 지닌 강점이 사장될 우려가 있다. MBC가 시작했고, 그래서 KBS에도 전파시켜 텔레비전에서도 수준있는 언론비평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그 실수라는 대가를 감안한 느슨함이라는 '약점성 강점' 탓이 아니고 무엇이랴.

최근의 이 프로그램에서 그동안 방송 저널리즘에서 찾기 힘든 색다른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얼굴없는 저널리스트가 아닌 얼굴을 드러내고 냄새를 풍기는 저널리스트의 탄생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방송 저널리스트들이 자신의 고유 냄새를 갖는 일은 흔치 않다. 우리가 아는 많은 앵커들의 냄새를 식별해내라면 많은 이들은 주저할 것이다. 아마 생김새 정도로, 혹은 말하는 방식 정도로 냄새를 가려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저널리스트들은 자신감, 당당함, 치열함 등등의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저널리스트들이 냄새를 풍기는 것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미국의 유명한 앵커였던 월트 크롱카이트가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소식을 전하다 울음을 터뜨린 것을 놓고 방송 저널리즘 계에 엄청난 공방이 오간 적이 있었다. 소위 쿨하게 소식을 전해야 한다는 측의 주장과, 자신을 드러낼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공방 이후 미국의 앵커들은 자신의 냄새를 갖고 풍기는데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격적인 댄 래더, 심층적이고 분석적인 피터 제닝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미국의 예를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겠지만, 우리의 방송은 그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나 도전이 없었음은 인정치 않을 수 없다.

<신강균의 사실은…>은 처음으로 냄새풍기는 저널리즘에 도전한 프로그램으로 기억하고 싶다. MBC의 또 다른 '약점성 강점'인 치열한 내부 경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눈에 띄지 않지만 치열한 내부 경쟁에서 기반한 실험적 도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그 담당자들은 실험적 도전으로 인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약점에 기반했기에 대가를 치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치열한 경쟁은 강점으로도 작용하여 색깔있고, 냄새나는 저널리즘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 눈 감아서는 안 될 것 같다.

MBC경영진에 드리는 부탁

최근 MBC는 이번 사고를 놓고 담당자들에 강한 징계를 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들이 지닌 '약점성 강점'에 대한 독해가 부족한 탓에 서둘러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약점성 강점'을 약점으로만 파악한 관료적 발상, 혹은 경영자적 의지가 발동한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만 더 호흡을 가다듬고 내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방송사간의 경쟁이 심해지고, 매우 복잡한 언론지형을 지닌 지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독해, 이해를 기반으로 더욱 차분히 심도있게 이번 사고를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약점성 강점'은 약점으로 인한 대가를 치르게도 하지만 변화를 선도하고 앞장선다는 이점도 전해주는 양면성의 무기다. 경영진은 당연히 이 지점에서 그 양면성이 전해줄 이익의 무게를 재보고 정확하고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약점만을 강조한 채 나머지에 눈을 감게 되면 MBC는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모호한 존재가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

더구나 '약점성 강점'이 양면적이긴 하지만 지금의 MBC에 이르게 해준 동력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고민의 깊이는 더욱 깊어져야 한다. 광고를 재원으로 하는 방송이지만 누구나 공영방송임을 인정해주게 했던 정당성의 중요한 자원으로 그 '약점성 강점'이 작용해 왔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포기되어지는 대신 더 갈고 가다듬어져야 하는 MBC의 심장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MBC 경영진에 이번 일에 대한 지금보다 훨씬 깊은 고민을 요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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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진 (yongjin) 내방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문화운동단체인 <문화연대>의 정책위원장으로 활동중이기도 합니다. 주로 대중문화, 언론 등에 관한 논문, 칼럼 등을 적고 있습니다. <대중문화의 패러다임><한국언론민주화의 진단>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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