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5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진행된 '새만금사업 중단을 위한 연안주민 서울상경집회'에서는 새만금 연안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주민 발언이 있었다. 다음은 만경강 하구 심포항에서 배를 타는 어민 신영모(52)씨의 발언을 정리한 것이다...<필자 주>

관련
기사
새만금 주민 800여명 상경해 여의도에서 집회


▲ 지난 2002년 10월 전북 군산 새만금 간척사업 예정지인 옥구염전에서 머리위에 스칠 듯 낮게 날아가는 철새떼.
ⓒ 오마이뉴스 권우성

수평선 너머 고개 내민 갈매기가 어찌 힘없이 서글픈가.
새만금의 내일을 우리보다 먼저 보는가!(중략)

심포항 낙조의 황홀함, 열 발작 앞 바닷가의 낚시질,
하루에 네 번씩 물고기를 몰고 오는 밀물과 온갖 철새가 떼지어 날아드는 바다.
바라만 봐도 세상이 행복한데… (중략)

만경강 동진강 두 개의 강이 만나 바다로 이어지는 서해 바다,
낙조가 황홀한 이 곳
하루 네 번 넘실대는 밀물 때는 알을 품은 물고기가 돌아오고,
부부간 배를 몰고 돌아 올 때면 떼지어 날아드는 철새들.
희망과 성실의 배 위에 펄떡이는 생선이 몇 가꾸(상자)인가.
썰물이 온갖 세상 더러움을 다 쓸어안고 나가면
생명의 갯벌에는 조개들이 물을 쏘고,
석양이 수평선에 물들 때쯤
망태기엔 생합도 몇 망태기, 꼬막도 몇 망태기.
한쪽에선 맛을 아는 관광객과 흥정도 한창이다.

뱃놈한테는 딸 안 준다고 설움 받은 조상님들,
노 젓고 조개 캐어 나를 낳고 가르치신 조상님들.
시내에 땅 한 평 못 사놓았지만
물려주신 새만금 갯벌, 낡은 꼬막 갈무리와 손 망태기가 내겐 있었다.
그러나 이제 와 깨달으니 그 어떤 유산보다 바다가 소중한 유산이었더라….
부모님이 주셨던 이 황금바다를 어디서 다시 찾아 내 자식에게 물려줄꼬….

내 고장에 살면서 무시당하고 짓밟혀도 좋아, 다 가는 서울도 안가고 이 강에 인생의 닻을 놓았건만 이 강을 막는디야… 죽어 다시 태어나도 이 곳밖에 갈 디가 없는디….

안 되겄네, 오늘도 내일 위해 일하러 나가야지.
그물 값, 기름 값, 외상값도 갚아야 허고, 아들놈 등록금 낼 날도 벌써 내일인데….
내일은 금복골에 가서 대생합이나 잡어야지.

-백중사리 날(일년 중, 밀물 수위가 가장 높아지는 날) 배 위에서-

▲ 2002년 10월 전북 군산 새만금 간척사업 예정지인 옥구염전에서 일하는 어민들이 햇볕에 말린 소금을 손수레에 가득 싣고 창고로 옮기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중략)거대한 새만금 함대가 온다
개발이란 밀물을 타고 거침없이

갓 쓴 원님들 고을백성 굶어 죽어도 누구 먹여 살리자고 큰 공사판 벌입니까? 굴뚝 높은 공장들은 해외로 이사가는 판에 왜 하필 불쌍한 강어귀를 개발하려 하십니까.

당장 내일 먹고 살 일도 급급한 어민들을 왜 데모하러 가게 하십니까. 바다가 없어진 김제시, 부안군의 어부들은 어찌하라고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습니까.

이 바다에 몸을 던지고만 싶습니다. (중략)

국민여러분 신문고를 울려주세요

"만경강과 동진강이 죽어요."

"새만금 갯벌이 죽어요" (중략)

새만금은 이미 학계와 환경단체 국회 법계까지 문제점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바, 일개 어부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다만 힘없는 어부는 외칩니다.

"우리는 가난하더라도 원래의 자연환경에서 그냥 이대로 살고 싶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