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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가 편집국장의 일방적 지시로 만평을 또 누락시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문화일보는 오늘(29일) 발행된 신문에서 이재용 화백의 '문화만평'을 싣지 않았다. 사설 등 내부 칼럼 논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만평이 이런 식으로 빠진 것은 10월 5일과 7일, 18일에 이어 네 번째다.
| | | ▲ 29일 누락된 '문화만평' | | ⓒ 이재용 | 이날 누락된 만평은 전날(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불거진 한나라당과 이해찬 국무총리의 상호 비판발언을 다루고 있다. 서로 오간 막말로 '386주사파, 기생계층 시민단체, 깍두기 머리, 벌거숭이 임금님'(한나라당)과 '조선·동아, 민족반역자, 차떼기 정당'(이해찬 총리) 등을 적시한 뒤 "으으, 입냄새"라고 묘사했다.
이재용 화백은 "어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과 이 총리간에 오간 막말을 다룬 것'이라며 "양측 발언을 중립적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하지만 편집국장은 '이해찬 총리 발언이 큰 사안인데 한나라당 발언에 비판이 쏠렸다'며 만평을 뺐다"고 전했다.
<문화> 편집국장 "논조와 배치되면 뺄 수밖에 없다"
김종호 편집국장은 이에 대해 "처음에 빠졌던 거와 같은 문제"라며 "내부 칼럼 논조와 배치되면 뺄 수밖에 없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 국장은 "우리는 사회의 다양한 주제를 전달, 소개하지만 주장을 담은 내부 칼럼의 경우 한 사람은 동으로, 또 한 사람은 서로 가자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그같은 대상이 되는 내부 칼럼으로 사설, 데스크 칼럼, 시론 등을 적시했다. 이어 "만평도 그림으로 나타내는 하나의 칼럼"이라며 "그동안 이 방침에 배치되면 어떤 칼럼도 뺐다, 만평뿐 아니라 얼마전 누락된 사회부장 칼럼도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다. 김 국장은 이번 만평 누락도 본인이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국장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내부 구성원들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답했다. 또 "나 혼자만 잘못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해서 주변 간부들에게 물어보면 같은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잇따른 만평누락을 설명하는 공지가 없는 게 독자권리 측면에서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 김 국장은 "한 두번 일어난 일도 아니어서 매번 공지하는 것도 좀 그렇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앞으로 이 화백이 (논조와) 호흡을 맞춰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사만화작가회의, 노조 등 대응책 강구
그러나 이 화백은 김 국장 주장과 전혀 다른 입장이다. 이 화백은 지난 20일 시사만화작가회의와 공동으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도 "만평을 사설 논조에 맞추라는 것은 만평을 마치 무기명 사설의 삽화로 보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 화백은 탄핵정국이 끝난 지난 5월부터 편집국장으로부터 창작에 간섭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또 “편집국장이 사설과 논조를 맞추라는 구체적인 요구도 했다”며 “그 뒤 창작활동에 많은 부담감을 느끼게 됐다”고 토로했다.
만평누락 재발사태에 대해 시사만화작가회의와 문화일보 노조 등에서는 대응책을 강구 중이다. 오승훈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일보 지부 위원장은 "내일 중으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내부에서 대응 방안이 논의 중임을 밝혔다.
손문상 시사만화작가회의 회장은 "오늘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항의방문 등의 수준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사만화작가회의는 이번 사태를 "편집권 독립을 무력화시키려는 반민주적 폭거"로 규정, 노조는 물론 언론·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강도높은 투쟁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화일보는 지난 5월에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소재로 한 만평을 싣지 않았다. 이어 지난 5일과 7일에도 보수우익단체에게만 서울광장 집회를 허용한 서울시의 이중잣대와 한나라당의 색깔몰이 국감을 비판한 이 화백 만평을 편집과정(3.5판)에서 뺐다. 개혁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태도를 비판한 18일자 만평 역시 '한나라당 흔들기'라는 이유로 누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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