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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와 MBC간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윤세영 SBS 회장 일가의 방송사유화 논란과 MBC 부동산투기 의혹을 중심으로 한 차례 뜨거운 공방을 펼쳤던 양사가 또다시 대립국면으로 접어들 조짐이다.

특히 MBC가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등을 통해 SBS '물은 생명이다' 캠페인 이면 의혹에 이어 대주주 이익을 위해 보도까지 동원됐다고 주장하자 SBS측 반발이 재연됐다. MBC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 양사 공방과 관련, 회사측과 기자협회가 한 목소리를 내기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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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간 감정싸움인가 상호비판인가

SBS 기협 "MBC 보도 짜맞추기식 궤변"... 사과 요구

SBS기자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1일 최근 SBS 관련보도에 대해 MBC의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달 15일에도 양사의 감정적 보도중단을 촉구했던 SBS 기협은 이날 다소 격앙된 어조로 자사관련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는 MBC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29일자 방송.
ⓒ MBC 화면
비대위는 "MBC는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이용해 3주째 SBS에 대한 악의적 보도를 계속해왔다"며 "아무리 방송개혁이라는 분칠을 하더라도 ‘MBC의 땅투기 의혹’ 보도에 대한 보복성 분풀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파를 사유화한 것은 자사 매체를 동원해 경쟁사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는 MBC"라고 지목한 뒤 "자사이기주의 감정싸움에 전파를 이용할 수 없다는 책무 때문에 보도를 통한 일체 대응을 자제해 왔다"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MBC 행태는 진정한 방송개혁이 아니라 경쟁사 죽이기에 다름 아니다"며 "방송개혁의 요체는 소유구조 문제가 아니라 공공성, 공익성을 담보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보복·악의적 비방보도 즉각 중지 및 사과 ▲국민재산인 전파를 자사이기주의 도구로 전락시키지 말 것 ▲이성을 되찾아 언론본연에 충실할 것 등을 MBC에 요구했다.

이와 함께 비대위는 별도로 MBC <사실은>이 최근 2주간 내보낸 SBS 관련보도 내용을 반박하는 자료를 발표했다. 비대위는 "<사실은>은 짜맞추기식 편집과 일방적 주장으로 SBS 보도가 마치 대주주와 주주사 이익을 대변해온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며 "일부 사실만 과장해 이미 정해놓은 자신들 논리에 끼워맞춘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SBS 회사측도 입장 발표..."MBC 보도 사실아니다" 전면부인

이보다 앞서 SBS 회사측도 이날 MBC <사실은> 보도내용을 반박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SBS는 지난 28일에도 SBS '물은 생명이다' 캠페인과 대주주 태영의 하수종말처리사업 관련의혹을 제기한 <사실은> 22일자 방송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공식 반박했다.

SBS는 1일 언론사에 보낸 자료를 통해 "<사실은> 29일자 보도내용은 왜곡됐다"며 9가지 사례를 들어 일일이 해명했다. <사실은>은 당일 방송에서 SBS가 주요 주주사와 주주 및 특수관계자 이익을 위해 보도까지 동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은>은 SBS의 이같은 사례로 ▲최대주주 태영의 아파트분양 홍보기사 ▲태영 윤리경영종합대상 수상기사 ▲2대주주 귀뚜라미보일러 신제품 홍보기사 ▲주주 신영균씨 아들 소유의 한국맥도날드 홍보기사 ▲태영골프장 잡음관련 보도 회피 ▲분당 백현유원지 사업자선정 의혹보도 배제 등을 적시됐다. 또 2002년 태영 입찰관계자가 사업자선정과 관련, 성남시 공무원을 상대로 'SBS 기자통해 보복하겠다'고 협박했다는 발언도 공개됐다.

그러나 SBS는 "침소봉대로 다른 방송사의 뉴스 가치를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방송보도는 정확성을 바탕으로 공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혹 한치라도 소홀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마땅히 시정돼야 할 것이고 비판을 적극 수용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타인에게만 이 원칙이 적용되는 양 주장하는 보도행태 및 사실왜곡은 언론상호간 건전한 비판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 SBS 기자협회 비대위가 1일 발표한 성명.
ⓒ SBS노조 홈페이지

MBC <사실은> "기자들이 왜 자본이해 대변하는가"

MBC <사실은>측도 반론을 제기했다. 소수 자본가가 공중파를 독점할 때 어떤 폐해가 생길 수 있는지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자 했을 뿐이라는 게 <사실은>측 입장이다.

이상호 MBC 기자는 1일 밤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보도한 게 사실이 아니라면 태영 회장 비서실이나 한국맥도날드 사장 비서실에서 해명하거나 반박해야지 왜 기자들이 자본 이해를 대변하느냐"고 따졌다. 이 기자는 "자본을 향한 비판에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고자 하는 기자들이 항변하고 나선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연예인과 대형기획자(매니저)의 불공정한 계약관계를 파헤쳐 이른바 '연제협 사태'를 촉발시켰단 2001년 당시에 비유했다. 그는 "당시 '노예계약'의 피해자였던 연예인들이 노예가 아니라며 출연거부 등 단체행동을 하고 나왔던 때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은>의 SBS 비판은 기자들을 향한 게 아니다, 오히려 독립언론을 지키려는 SBS 기자들의 노력을 북돋우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비대위 주장이 SBS의 양심적 기자 모두의 판단이 아니라고 본다"며 "그렇지 않다면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보도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SBS-MBC 공방을 '밥그릇 싸움'이나 '이전투구'로 보는 일부 언론의 시각에 대한 유감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과거 신문과 방송 등 언론은 서로 비판하지 않고 잘못이 있더라도 눈을 감았다"면서 "그런 특권과 권위를 털어낼 때가 됐다"고 단언했다. 이번 사태의 근원이 된 언론개혁 문제를 봐달라고 그는 당부했다.

<사실은>은 앞으로 90년 당시 새 민영방송 지배주주로 태영이 선정됐을 때 인허가 특혜 및 정치세력과의 결탁 의혹 등을 몇 차례 더 다룰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기자는 이에 대해 "안팎에서 만류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있다, 지금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으나 준비한 내용을 방송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양사는 공방전을 통해 MBC 일산방송제작센터 부지 투기의혹과 SBS '물은 생명이다' 공익캠페인 태영 공사수주 활용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지난 26일 방송위원회 지상파사업자 재허가추천 2차심사 결과발표에서 모두 의결유보 결정을 받았다. 방송위원회는 2차심사완료 이후 추가로 드러난 두 방송사 의혹에 대해 사실확인과 관계자 의견청취를 거친 뒤 재허가 추천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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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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