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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1호 무료신문 <메트로>.
ⓒ 메트로 PDF
국내 무료신문 1호 <메트로>가 <중앙일보>에 편집국을 아웃소싱하는 방안을 이사회에서 논의, 본사 <메트로인터내셔널>의 최종 승인만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주요 주주인 중앙일보가 메트로의 편집·제작까지 대행하면, 신문발행의 핵심 작업을 맡기게 됨으로써 사실상 합병 인수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또 메트로 편집국원은 고용승계 전제 없이 회사측의 일방적인 아웃소싱 추진으로 사실상 구조조정과 다름없는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고 판단, 아웃소싱 결사반대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해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메트로와 중앙일보 모두 비즈니스 차원에서 양사의 제휴 내지는 대행업무가 논의되고 있을 뿐, 그같은 억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6월 25일, 메트로 지분 11.24%(1억 6천만원)을 인수해 현재 주요 주주이면서 지난 5월부터는 메트로 신문인쇄를 대행하고 있다.

최근 한국ABC협회(발행부수공사)에 보고된 발행부수를 보면 중앙일보는 207만 6958부(유료부수 183만 1682부·2003년 10∼12월)이며 메트로는 52만 6162부(2004년 1∼3월)였다.

<중앙>에 편집·제작대행..일간지 편집국 아웃소싱은 초유

2002년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인 무료신문 메트로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어 편집국 중앙일보 아웃소싱 건을 의제로 다뤘다. 중앙일보와 일간스포츠 및 계열사 등을 통해 풍부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중앙일보에 편집·제작을 맡기는 방식으로 편집국 전체를 아웃소싱하겠다는 방안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다국적 신문사인 메트로의 특성상 본사와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하자는 방향으로 뜻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울 메트로와 중앙일보, 메트로 본사 등 3사가 다음 주중으로 해외에서 모임을 갖고 아웃소싱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들 3사의 회동 장소는 프랑스 파리나 홍콩 등이 거론됐으나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양사 관계자는 밝혔다. 특히 3자의 이번 해외 회동에서는 메트로 컨셉유지와 메트로 국제네트워크 및 중앙일보 네트워크 활용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메트로> 편집국 "중앙의 무료신문 우회진출로 독점심화"

그러나 메트로 구성원들은 '편집국 아웃소싱'이라는 언론계 초유사태에 대해 "명분과 절차, 실리 어느 면에서도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편집국장을 제외한 15명의 메트로 편집국 구성원들은 7일 긴급회의를 열고 중앙일보 아웃소싱에 반대하는 입장을 결의했다.

이들은 이날 ▲편집국 아웃소싱 재검토·백지화 ▲아웃소싱의 실제배경 공개 등을 회사측에 요구하기로 하는 한편 사실상 구조조정인 아웃소싱을 부당노동행위로 간주, 경영진에 맞서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또 편집국 비상대책모임을 구성, 아웃소싱을 막는 투쟁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편집국 구성원들은 무엇보다 아웃소싱 진행과정과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흑자를 유지, 경영악화를 겪지 않는 상황에서 고용승계를 전제하지 않은 채 추진되는 아웃소싱은 사실상 구조조정이라고 이들은 보고 있다.

편집국의 한 관계자는 "지난 9월을 제외하곤 목표치를 웃도는 매출을 거뒀고 각종 열독율 조사에서도 업계 1위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도 편집차장과 디자이너 등 신규채용은 계속 됐다"며 회사측 경영위기설을 부인했다.

그는 "결국 메트로 매각의 전 단계로 편집국 아웃소싱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며 "만약 중앙일보가 편법을 동원해 무료일간지 진출을 도모하는 차원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즉 중앙일보의 편집·제작대행이 사실상 중앙일보판 무료신문 발행에 다름 아니냐는 우려이다.

중앙일보 편집진이 중앙일보 및 그 계열사 콘텐츠로 만든 신문을 과연 메트로신문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반문도 이어진다. 편집국원들은 "중앙일보가 편집권을 가진 상태에서 어느 면에 어떤 기사가 들어갈 지 알 수 없다"며 "메트로 편집국장은 광고를 조율하기 위한 역할일 뿐 '이원화 체제'는 허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생존차원에서 모색... 편집국장은 메트로에 둔다"

메트로측은 직원들 생각과 달리 경영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고 해명했다. 최정길 경영기획실장은 "지금은 적자를 벗어났지만 누적적자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신문시장은 더 어려워지고 있고, 경쟁지는 늘어났고, 더욱이 유료일간지를 배경으로 한 신문이 3개나 되는 상황에서 선두주자라고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해서 차별화된 지면으로 어필할 수 있는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번 편집·제작대행도 이런 '생존' 차원에서 모색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일보가 주주사이고 인쇄외주도 하고 있으니까 지면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중앙일보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편집·제작 아웃소싱을 검토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중앙일보와 함께 연구하고 검토도 했으나 최종 결정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본사 메트로인터내셔널도 신문을 좋게 만들려는 괜찮은 아이디어로서 편집·제작 대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메트로 인수, 합병을 위한 사전정지로 보는 시각에 대해 "편집·디자인에 국한되며 콘텐츠 다양화 차원의 제휴"라고 일축했다. 또 "본사 메트로 컨셉을 유지해야 하므로 편집방향과 논조 등에서 중앙일보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메트로 편집방향 유지를 위해 편집국장은 메트로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편집·제작 대행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 메트로 제작인력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는 입장이다. 최 이사는 "메트로 일부 취재·편집기자는 그대로 승계하지만 일부는 그만 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메트로 제안 마다할 이유 없다"

중앙일보도 메트로의 편집·제작대행 추진에 대해 사실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메트로 인수, 합병론 등 중앙일보를 향한 세간의 의혹에 대해서는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임승주 경영지원팀장은 "애초 메트로가 비즈니스 차원에서 콘텐츠 제휴를 제안했으나 진척되지 않았다"며 "그런 얘기가 오간 것은 꽤 오래 됐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대행제작도 있지 않겠는가 해서 다시 검토하게 됐다, 메트로의 편집·제작대행 제의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 계약을 맺은 단계가 아니라는 게 중앙일보측 입장이다. 임 팀장은 "서로 얘기가 오고가고 있는 상태라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며 "모든 것은 계약서가 말해주지 않느냐"고 말했다.

양사간 계약이 성사될 경우 중앙일보는 본지 편집국에서 인력을 투입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임 팀장은 "구체적인 안은 없다"면서도 "중앙일보 및 계열사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같이 쓰지 않겠느냐"고 여러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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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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