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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선병렬 열린우리당 의원,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의 공통점은?

당은 조승수 의원만 빼고는 열린우리당이고, 상임위는 우원식 의원만 빼고 산업자원위원회. 지역구는 각각 서울 노원을, 대전 동구, 울산 북구. 얼핏 보기에 초선 의원이라는 점 외에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이 세 사람은 80년대 모두 사회과학서점을 운영했던 책방 주인이다.

우 의원은 서울 연세대 앞에서 '알 서점'을 운영했고, 선 의원과 조 의원은 각각 대전과 울산에 위치한 '창의서점'과 '신새벽서점'의 주인이었다. 지역은 달랐지만 '불온서적'을 팔았던 '국가보안법 위반의 추억'도 공통점인 셈이다.

17대 국회에는 이 세 사람의 책방 주인 말고도 책과 관련된 경력의 정치인들이 유독 많다.

이 중 대표적 인사가 서울대 앞에서 '광장서적'이라는 서점을 하다가 이후 돌베개 출판사를 차렸던 이해찬 총리. 이호웅 열린우리당 의원 역시 형성사라는 출판사를 운영한 바 있다. 선병렬 의원은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원도 의정부시에서 우리서점이라는 종합서점을 했고, 한승원 전 감사원장은 삼민사라는 출판사를 운영했었다"고 귀띔했다.

우원식 "솔직히 말해서, 알 서점의 '알'은 레볼루션"

▲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우원식 의원이 운영하던 '알 서점'은 당시 옆집에 있던 '오늘의 책'과 함께 연세대 학생들로부터 널리 사랑받았던 사회과학서점이다. 알 서점은 우 의원을 비롯한 여러 연세대 동문이 함께 운영했다. 이번 총선에서 경기 안산에 출마했던 김영환 전 의원도 대주주로 참여했다고 한다.

알 서점은 85년 당시 한달 300만원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 우 의원은 "평당 매출로 하면 전국에서 제일 잘됐을 것"이라며 자랑스러운 기색이었다.

이같이 매출이 높았던 것은 이익금의 운동 환원이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당시 알 서점은 여러 지하 노동운동을 지원했는데 우 의원은 "(받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주진 않았지만 (현재 정치인 중에도 알 서점과) 연결된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님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알'의 의미에 대해서 우 의원은 "솔직히 얘기하면 '레볼루션'의 R"이라고 뒤늦게 고백했다. 당시로서는 과격한 이름인지라 손님들이 "레볼루션 맞죠?"라고 물어올 때마다 우 의원은 "그럴 수도 있다"고만 대답했었다. 또한 '알'은 '알다', '우리 시대의 알이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우 의원이 이렇게 잘 나가던 서점을 그만둔 것은 경찰의 끈질긴 압력 때문이었다. 우 의원은 "너무 많이 찍혔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당시 정보기관은 '알 서점이 운동의 자금줄이고 노학연대의 고리'라고 보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들은 수시로 서점을 수색하고 책을 압수했다. 이같은 압박에도 서점이 계속 운영되자 경찰은 아예 서점 문 앞에 정복 차림으로 서서 위협을 했고, 알 서점 표지로 책을 싼 학생들은 무조건 검문하기도 했다. 결국 우 의원은 다른 사람에게 서점을 넘기고 수배를 피해다녔다.

우 의원은 "<세계철학사>나 <사이공의 흰 옷> 같은 게 나오면 하루만에 500권이 팔리곤 했다"며 "당시에는 서점이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문화공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90년대 이후 사회과학서점이 대부분 사라진 것에 대해 "요즘 학생들이 공부를 덜 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내며 "한참 학생운동에서 주사파의 경향이 강해지면서 철학을 깊이 쌓기보다 너무 행동으로만 나가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이 책방 주인의 안목으로 추천한 책은 <아리랑>과 <사이공의 흰 옷>. 당시에도 아주 감동적으로 읽었다는 평가다.

선병렬 "독점권 가진 셈... 돈에 눈이 멀어 징역도 두렵지 않더라"

▲ 선병렬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선병렬 의원은 전두환 대통령 시절 학원자주화운동을 하다 대학에서 제적당했고, 이후 82년도부터 84년까지 대전 대흥동에서 '창의서점'이라는 사회과학 서점을 운영했다. 선 의원은 "성격이 서글서글해서 손님들이 많았다"며 "제가 창의서점 한 거 잘 모르는 사람이 많던데, 선거 때 유권자들에게 '창의서점 했다'고 그러면 표도 찍어준다고 하고 선거운동도 해줬다"고 말했다.

선 의원은 책방 주인 시절에 대해 "신났다"고 말했다. 다른 서점에는 없는 책을 파는 바람에 독점권을 가진 셈이고, 매출도 상당히 높았다는 것이다. 선 의원은 "돈에 눈이 머니까(책 팔다가 국보법 위반으로) 징역가는 건 두렵지가 않더라"고 농을 던졌다.

선 의원 역시 서점 때문에 여러차례 경찰한테 연행됐다. 경찰은 '그런 서점 하지 말고, 사업다운 사업을 하라'고 충고를 했고, 선 의원은 "이런 책을 어디서나 파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고 한다.

당시 창의서점의 베스트셀러 '불온서적'은 리영희 교수의 <전환시대의 논리>와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 동녘 출판사에서 나온 <철학에세이>도 잘 나가는 이적표현물이었다.

선 의원은 이후 94년도에 다시 창의서점을 맡아서 종합서점으로 확장했다가 망했다. 선 의원은 줄지어 쇄락한 사회과학서점에 대해 "당연하다"는 예상외의 답변을 했다. 선 의원은 "사회과학서적의 수요가 줄어든 게 아니고 일반 서점에서도 팔려나가기 때문에 이론서점이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80년대 경찰에게 주장했던 "아무데서나 불온서적 파는 세상"이 온 셈이다.

책방 주인으로서 선 의원이 추천한 책은 <철학에세이>와 <전환시대의 논리>. 선 의원은 "그 때 많이 팔렸는데, 지금 봐도 좋을 것"이라며 "특히 <전환시대의 논리>는 편협한 사상을 강요하지 않고 사물을 보는 시각이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시야를 넓혀주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조승수 "불온서적 팔다가 2년 수배되고, 아내도 직원도 구속"

▲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승수 의원은 지난 88년 울산 중구에서 '신새벽서점'을 열었다. 매출이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당장 돈이 들어오니까 주변에 좀 주기도 했고, 부수입으로 복사도 하며 운영을 해갔다.

신새벽서점은 '불매서점'이 될 뻔 했다. 조 의원이 지역에서 알던 선배한테 "서점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더니 울산 지역의 노동가요였던 '불매가'에서 이름을 딴 '불매서점'이라는 이름을 지어온 것이다. 조 의원은 "뜻은 좋은데 책을 안판다는 것 같아서 안되겠다"며 아침 일찍 책을 읽는다는 느낌으로 신새벽서점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조 의원은 당시 여러 가명으로 글을 썼던 황광우씨의 책 <소외된 삶의 뿌리> <전진하는 노동자> <들어라 함성> 등을 팔았다. 돌베개 출판사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출판사의 다른 직원들하고는 친하게 지냈지만 당시에는 이해찬 총리가 이미 돌베개를 떠나 정치에 뛰어든 터라 이 총리와는 교류가 없었다.

다른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조 의원도 서점을 운영하면서 국보법을 위반했다. 아내도 직원도 서점 때문에 구속됐다. <노동의 철학> 같은 책을 팔면 경찰이 바로 걷어가곤 했다고 한다.

조 의원은 특히 89년에는 현대중공업에 일어난 '1.8 식칼테러' 사건에 연루되어 2년 넘게 수배 생활을 했다. 수사 과정에서 노조원들이 신새벽서점에서 책을 산 것으로 드러나는 바람에 엉뚱하게 서점으로 불똥이 튄 것이다. 조 의원은 급하게 피신했고 주변에서 서점을 대신 맡았다.

그 뒤에도 명맥을 이어가던 신새벽서점은 92년에 결국 문을 닫았다. 누적된 적자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형서점에 밀려 지방 서점이 많이 문을 닫기도 했다. 수배 중에 어렵게 결혼을 한 조 의원은 이후 다른 생계대책를 찾아 식당도 했지만 실패하고 민중당 상근활동을 시작했다.

조 의원은 "90년대 몰락한 게 군부와 운동권이라더라"며 사회과학서점의 퇴조를 학생운동 침체현상에서 찾았다.

그 역시 책방 주인의 안목으로 추천도서를 꼽았다. 조 의원이 고른 책은 포이어바흐의 <기독교의 본질>. 두껍지 않으면서 종교 문제를 탁월하게 분석해 손님들에게 많이 권하곤 했단다. 조 의원은 또한 "80년대에는 '이론과 실천' '녹두' 등 출판사에서 나온 원전을 많이 봤다"며 "맑스주의 책은 그 유용성을 떠나 사회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는 게 좋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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