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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23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작가 이외수씨.
ⓒ 조성일
“시인이 사물에 대한 간음의 욕구를 느끼지 못하면 발기부전증에 걸립니다. 그런데 시에 대한 발기부전증에 걸려 괴로워하는 시인은 대접받지 못하고, 오히려 간음 욕구를 못 느끼거나 발기부전의 고통을 모르는 사람은 시인 대접을 받는 세상입니다. 문화 전반이 이처럼 타락했죠. 그래서 소망보다 욕망으로 치닫는 세태의 병폐 현상에 대해 작가적 책임을 느낍니다.”

올해로 문학인생 30년을 맞으며 <괴물> 이후 3년만에 7번째 장편소설 <장외인간>(전2권·해냄)을 내놓은 작가 이외수(59)씨는 23일 서울 인사동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신작을 내놓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지구에서 달이 사라진다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장외인간>은 아무도 달을 기억하지 못하는 세상에 외따로 남겨진 주인공이 달의 실종 원인을 깨우쳐가는 과정을 그린다.

혼자 달을 기억한다는 이유로 정신병자 취급을 받아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는 주인공이 부조리와 범죄가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사는 ‘동물’(?)의 왕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다시 입원수속을 밟는 모습에서 구원 없는 이 세상에서 과연 우리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지를 이 작품은 되묻는다.

이외수씨는 달로 상징되는 ‘감성’과 ‘낭만’을 잃어버려도 별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이 세상에서 사람들은 점차 자연과 역사를 도외시하고,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정보화 사회에서 인간적 교감보다는 ‘KIN'(인터넷 은어 ‘즐’)의 남발로 대표되는 상대를 무시하는 문화가 일상화되었다고 꼬집는다.

이런 세태를 인터넷 게임 리니지를 하면서 초등학생과 나누는 대화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한 이씨는 자신의 초등학생 시절과 지금의 초등학생들이 나이는 같지만 의식구조는 너무도 달라 변이를 느낀다고 했다.

대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로부터 카드빚을 갚아달라는 이메일을 한 달에 서너 통씩 받는다는 이씨는 대학생들이 도대체 카드빚을 진 이유가 무엇인지, 그 많은 사람들이 왜 카드빚을 졌는지가 궁금하다며, 아마도 유흥비나 성형수술비, 아니면 명품구입비가 아닐까 짐작한다고 했다.

“답장을 보낸 적은 있어도 돈을 갚아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이런 왜곡된 상황을 내버려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금까지 하던 식으로 꾸지람이나 매질만 할 수도 없잖습니까.”

그래서 그는 절박한 이 시대를 구원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새로운 인간형은 어떤 것인지를 이 작품을 통해 천착했다고 했다.

그의 이 같은 문학적 입장은 소외받거나 방황, 절망하는 사람들의 비극적 종말을 다뤘던 초기 작품과는 달리 이들 비극적 주인공들의 구원 문제에 관심을 갖고 8년의 절필 끝에 내놓은 <벽오금학도>가 추구하는 문학 정신과 그 맥이 닿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작품의 제목을 ‘장외인간’으로 정한 것도 “인간답게 살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세태를 빗댄, 세상에 대한 냉소”라고 이씨는 말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려면 정서가 메마르면 안 된다며 가슴이 먼저 젖어야 한다고 했다.

“영화나 오락, 스포츠와 같은 재미있는 매체에 빼앗긴 독자들을 다시 서점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독자가 책을 읽고 나서 가슴에 남는 뭔가가 있게 하려면 소재나 글쓰기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처음 200자 원고지 500매 분량의 원고를 썼다가 다 갈아엎고 다시 썼다며 이외수씨는 “믿거나 말거나”의 전제를 달아 2년 전부터 달에 있는 지성체와 매주 한 차례씩 가진 채널링의 내용을 이번 작품에 일부 활용했다고 밝혔다.

달의 지성체와 나눈 채널링이 영매와는 달리 의식의 여행이라며 이씨는 이런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국내외에 의외로 많이 있다고 했다. 그는 기자간담회 내내 달에는 중국 인구 정도가 살고 있다는 얘기에서부터 지구인의 달 착륙에 대한 의견, 영계의 이순신 장군과의 대화 등 그동안 채널링을 통해 얻었던 정보들에 관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면서 그는 책 얘기보다 달과의 채널링에 관한 얘기만 크게 쓰지 말아달라며 기자들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이번 책이 얼마나 팔릴 것 같으냐는 질문을 받자, 이외수씨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렇잖아도 달의 지성체에게 물어보았는데, 그동안 나간 만큼의 기본은 나갈테니 걱정 말라고 하더라며 달의 지성체와의 채널링 얘기를 또 했다.

장외인간 - 개정판

이외수 지음, 해냄(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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