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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연기처럼 피어나는 안개는 붉은 소나무의 조용한 떨림 같은 착각을 불러왔다. 하얀 솔향을 방사하는 늘씬한 붉은 소나무의 허리를 돌아 태고의 신비함이 폐부를 가득 채우는 것만 같기도 하다. 이곳 산중의 고요함은 마치 밤하늘의 우주와 같다. 잠깐의 휴식은 달콤한 한 모금의 담배 연기처럼 산행의 피곤함을 말끔히 잊게 한다.

10월 1일. 두 시간 동안 오락가락하는 가랑비를 맞으며 채집한 송이버섯이 제법 된다. 안개에 쌓인 송이 움막에 도착하여 어르신들에게 보여주니 허허 웃으신다. 송이를 따 본 재미를 아이처럼 늘어놓는 것을 빼지 않고 씨알 작은 놈 다섯 개는 솔잎에 그대로 덮어 두었다는 무용담을 어르신들에게 자랑하듯 떨어 놓는다.

두 시간 가량의 산행과 적당히 흘린 땀이 출출함을 느끼게 했다. 최 기자 어머님은 일찌감치 밥을 해 놓으셨고 우리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송이를 다듬으신다. 송이버섯을 따는 재미도 재미지만 뭐니뭐니 해도 요리해서 먹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산중 생활이라 별거 없을 거라지만 요것저것 모으니 살림살이는 살림살이다. 이제 송이버섯 요리 시간이다.

송이버섯두루치기의 진미는 향을 유지하는 것

송이버섯의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송이버섯의 독특한 향을 자연상태 그대로 최대한 유지하여 후각과 미각을 즐겁게 해주는 것에 있다. 물론 시각의 즐거움이 한가지 더 첨부되어야 하겠지만 산중이니 이 점은 잊기로 하자. 송이는 먼저 바로 따 온 것을 취급하는 것이 좋다.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송이는 보통 하루 이상 묵은 송이로 향이 적어도 30%에서 50% 정도 달아난 상태다. 송이버섯은 갓이 핀 것이 오히려 향이 더 진하다는 사실도 잊지 말고 참고하기 바라며, 시중에서 판매하는 송이가 갓이 핀 등외품이라고 해서 향과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 산중에서 송이버섯두루치기는 어떻게 하는지 설명하겠다.

▲ 송이버섯은 될 수 있으면 불순물만 다듬는 게 좋다. 물로 씻으면 향이 달아난다.
ⓒ 정헌종
송이버섯 요리에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송이를 다듬는 것이다. 다듬는 방법에서 중요한 것은 될 수 있으면 자연상태 그대로 유지하라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칼로 다듬고 흘러내린 개울물로 씻긴 했지만, 불순물만 떨어내고 씻지 않아야 향이 훨씬 진하다는 것이 송이버섯을 다듬는 요령이다. 볶고 삶으면 씻었는지 안 씻었는지 사실 모르기도 하지만 위생적으로 문제되지 않으면 그대로 손질해서 요리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 파는 듬성듬성 썰어 먼저 익힘으로써 파의 강한 향을 줄여 송이버섯의 향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 정헌종
송이를 다듬은 후에 물기를 빼고 채에서 말리는 동안 파를 깨끗이 씻어 그릇에 담고 약한 불에서 먼저 살짝 익힌다. 먼저 이렇게 익히는 것은 파의 강력한 향이 송이버섯의 향을 반감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야채 종류 중 향이 강한 재료는 이렇게 먼저 익히는 것이 좋으니 순서를 잊지 마시길 바란다.

특히 마늘과 같이 향이 진한 것은 적게 넣고 미리 익혀 향을 적게 만들어야 한다. 또 될 수 있으면 이런 향이 진한 야채는 한 가지 이상 쓰지 않는 것이 송이 요리에서는 필요하다. 이곳 산에서는 파밖에 없으므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반드시 약한 불에서 익혀야지 파가 타면 탄 내는 사라지지 않으니 파가 타면 차라리 그릇을 비우고 파 없이 요리하는 것이 좋다. 파는 송이 크기에 맞추어 듬성듬성 대충 잘라 넣는다.

▲ 돼지고기를 파 위에 올리고 중간불로 서서히 익히기 시작한다. 이때 파가 타지 않도록 잘 섞으면서 고기를 익한다.
ⓒ 정헌종
▲ 소주 반병과 물을 고기높이로 부어 냄새와 맛을 중화시키는 것이 송이요리의 중요 포인트다.
ⓒ 정헌종
▲ 양념은 소금만 사용한다. 고추가루를 쓸 수 있지만 산에는 없다.
ⓒ 정헌종
파의 향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고 생각되면 미리 준비한 돼지고기를 몽땅 그릇에 넣고 서서히 익힌다. 돼지고기와 송이버섯은 궁합이 잘 맞으나 둘 다 달다는 것이 흠이다. 돼지고기와 송이의 비율은 부피가 비슷할 때 맛이 가장 좋다. 돼지고기는 다른 맛을 끌어들이는 성질이 강한 반면 송이버섯은 자기 향을 발하고 다른 성질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돼지고기의 성질을 중화시키는 데는 소주가 안성맞춤

따라서 송이버섯을 돼지고기와 섞을 때 돼지고기의 이러한 성질을 먼저 중화시켜야 송이의 맛과 향을 제대로 우려낼 수 있다. 산중에서는 이러한 성질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재료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물이고 하나는 술이다. 물은 쉽게 구하지만 술은 사실 구하기 어렵다. 술이 없다면 물은 반드시 넣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산중 움막에는 소주 한 병 정도는 있는 법이니 그것을 이용하여 돼지고기가 잠길 정도로 소주와 물을 붓는다. 이때 소주는 1홉(소주 반 병) 정도 먼저 붓고 1분 이상 가열한 뒤 물로 나머지를 채우면 된다. 소주는 돼지고기의 흡수하는 성질에 따라 돼지고기 속으로 스며들고 소주는 돼지의 독특한 눅눅한 고기 향을 알코올 성분으로 휘발시키게 된다.

소금은 굵은 소금으로 간만 배이게 한다. 이때 어설프게 멋도 모르고 고추장이나 다른 양념으로 맛을 내어서는 안 된다. 소금은 향이 없으면서 맛을 내니 송이버섯 요리에서 양념으로 소금 한 가지만 쓰는 것이 좋다.

▲ 고기가 하얗게 반절 정도 익을 사이 송이버섯을 세로로 잘라놓는다.
ⓒ 정헌종
▲ 세로로 자른 송이버섯을 고기 위에 올리고 서서히 익힌다. 뚜껑은 덮는다.
ⓒ 정헌종
▲ 송이색이 변하면 요리가 다 되었다는 신호다. 송이 색이 너무 진해지는 것은 피한다.
ⓒ 정헌종
이런 상태로 돼지고기가 하얗게 보일 정도로 익길 기다리며, 미리 손질해둔 물기 빠진 송이를 세로로 자른다. 이때 머리 부분에서 뿌리 부분까지 세로로 잘라야지 가로로 깍두기 썰 듯 허리를 자르면 송이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세로로 자른 송이를 돼지고기 위에 올리고 송이가 그릇의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증기와 열에 의해 노랗게 익을 때까지 기다린다.

뚜껑은 반드시 덮는데 다른 이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자는 것이 아니라 송이의 향이 달아나는 것을 막는 것이므로 유념하시기 바란다. 하얀 송이가 색이 변하면 익었다는 신호이므로 요리가 다 되었다고 볼 수 있다.

▲ 소주는 반드시 있어야 좋다. 소주는 성질이 달고 '화기애애'하다.
ⓒ 정헌종
▲ 남은 송이는 후식으로 입안의 잡 냄새를 모두 없앨 수 있다.
ⓒ 정헌종
요리가 다 되었으면 먹는 것도 맛있어야 한다. 잘 먹는 것은 맛있게 요리하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다. 송이버섯두루치기에 잘 어울리는 것을 소개하라면 소주를 권하고 싶다. 소주는 버섯의 양기를 조화롭게 해주고 돼지고기의 독성을 풀어줄 뿐 아니라 기분을 좋게 하고 근심을 풀어주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복돋는 강한 성질이 있다.

그래도 이렇게 배불리 먹고 남은 송이버섯이 있다면 이번엔 그냥 아무 양념 없이 익혀 먹어도 일미다. 말하자면 양념 없는 송이버섯볶음은 송이버섯두루치기의 후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송이버섯두루치기 요리법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이것은 산중에서 송이 채취를 30년 이상 하신 두 어르신의 경험이 담긴 지혜라는 것을 밝히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송이버섯두루치기 요리법은 산중에서 송이를 30년 이상 채취하신 최찬문 시민기자님의 두 어르신께서 말씀해주신 것을 인용하여 독자들에게 재밌게 써보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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