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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청업체 해직근로자들이 점거한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크레인에 '해고자 복직투쟁' 현수막이 걸려있다.
ⓒ 연합뉴스 최은형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아주버님이 데모를 하신다고, 며칠째 높디높은 크레인에 올라가서 살기 위해 투쟁하신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아니, 그저께 형님과 통화를 하기 전까지도 이렇게 손이 떨리고 울음이 복받쳐 올라오지는 않았습니다.

하루에 조그마한 주먹밥 한 덩이이긴 하지만 음식이라는 게 입으로 들어는 간다고, 마음껏은 아니지만 입타는 목마름을 조금이나마 해결한다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저 일이 잘 해결되어서 빨리 내려오기를, 더 추워지기 전에 내려오기만을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주버님 안부를 묻고자 전화를 걸었을 때 형님의 목소리는 얼마나 혼자서 무섭고 두려움에 떨며 울었는지 목소리가 갈라지다 못해 쉰 소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형님, 아주버님 소식 있어요?"
"동서… 어떻게 해… 우리 애기아빠 어떻게 해…."

형님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무서움에 두려움에 치를 떠는 마음이 전화기 수화기 너머로 그대로 저한테 전해져 오는 듯했습니다.

"왜 그래요? 아주버님한테 무슨 일 났어요? 울지 말고 말해봐요. 형님."

무슨 일이라도 터진 것만 같은 불안함에 전 그렇게 우는 형님을 다그쳐댔습니다.

"크레인에 올라간 사람들 중에 누가 인화성물질을 들고 올라갔대. 이제는 음식이고 물이고 다 끊겨서 위에 있는 사람들이 탈수증세까지 나타난데… 동서 이러다 우리 애기아빠 잘못되면 어떡해… 혹시나…혹시나…."

"형님 이상한 생각하지 말아요.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내려올 테니까 너무 걱정 말고 계세요. 맘 단단히 먹으세요. 아주버님 저렇게 고생하시는데 형님이 무너지면 안되죠. 울지 말고, 아무 생각하지 말고 계세요."

"애아빠는 높은 데서 밥도 못 먹고 추위에 떨며 있는데, 내가 어떻게 뜨신밥 먹고 뜨신 잠을 자… 난 그렇게 못해… 동서… 흑흑…."

아주버님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넉넉지는 않지만 다달이 나오는 월급으로 대출금 갚고 자식들 키우며 사는 그저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셨습니다. 특별나게 잘난 것도 없고 특별나게 못난 것도 없는 그저 우리네 인생에서 옆집에 사는 그런 평범한 가정의 가장 말입니다.

그런데 그 평범함이 깨진 건 몇 달 전 아주버님이 해고되면서부터였습니다. 현대하이스코 몇몇 하청업체들의 위장폐업으로 많은 분들이 한순간 삶의 터전을 잃으셨고, 저희 아주버님도 그 평범한 생활이 한순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석 달 정도 어떻게든 다시 살아보고자 콘크리트 바닥에 하루 종일 앉아서 목소리를 높이셨지만, 회사측에서는 이 목소리를 그냥 콧방귀 뀌며 넘겨버렸습니다. 곧 끝난다던 아주버님의 말씀은 너무나도 무색할 만큼 지금의 상황으로까지 오고야 말았습니다.

음식물 반입금지… 굶어죽기 싫으면 너희들 발로 좋게 내려오라는 건지… 연락조차 되지 않는 아주버님이 이제는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왜 괜히 같이 끼셔서는… 차라리 다른 직장을 알아보시지….

▲ 현대하이스코 하청업체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 61명이 순천 B동과 Q동 크레인 7대를 점거농성에 들어간지 5일째인 28일 오후 공장 밖에 있던 민주노총 관계자 등이 함성을 지르자, 농성중인 노동자들이 옥상에 올라 손을 흔들고있다.
ⓒ 광주드림 안현주
아주버님 나이로 이제는 다른 곳을 알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 잘못되지나 않을까 가슴 졸이며 생사를 걱정하는 일은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저 먹고 살겠다는 것인데… 월급을 많이 올려 달라, 작업환경 개선해 달라도 아닌, 그저 처자식 먹여살리게 일자리만 다시 되돌려달라는 것인데…. 어찌 윗분들은 나 몰라라 하시는지, 비정규직이니 괜찮다는 생각들이신지, 정말 원통하고 분통이 터집니다.

하루하루 연락도 두절된 채 그저 인터넷상으로만 TV상으로만 소식을 듣고 가슴 졸이며 사시는 내 형님이 불쌍하고… 커서 아빠 괴롭힌 나쁜 사람들 자기가 다 혼내주겠다는 조카의 말이 가슴을 치고 또 칩니다.

오늘밤도 아주버님은 곧 돌아올테니 걱정 말라며 며칠 전 입고나가신 얇은 면바지와 얇은 가을티 한 장으로 4층 높이의 크레인 위에서 찬바람에 몸을 웅크린 채 주린 배를 붙들고 오지 않는 잠을 청하고 계실 것입니다.

아주버님이 무사히 건강한 모습으로 형님과 조카들의 품으로 얼른 돌아가시면 좋겠습니다. 예전의 평범한 가정으로 말입니다.

▲ 현대하이스코 하청업체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 61명이 순천 B동과 Q동 크레인 7대를 점거농성에 들어간지 5일째인 28일 오후 하이스코 관리직으로 보이는 50여명이 공장 진입을 시도했다. 농성 노동자들의 저항을 막기위해 A동 옥상에서 직원들이 소방호스를 이용해 계단에 물을 뿌리고 있다.
ⓒ 광주드림 안현주
▲ 현대하이스코측은 취재진 등 외부인의 공장 출입을 극도로 통제했다. 사진은 경비업체 직원들이 사복을 입은 정보계 형사들이 공장에 들어오려하자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모습.
ⓒ 광주드림 안현주

덧붙이는 글 | 현재 아주버님은 전남 순천 현대하이스코 하청업체 위장폐업으로 인해 직장을 잃으시고, 61명의 동료들과 4층 높이의 크레인 위에서 5일째 농성 중이십니다. 이들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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