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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에게는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과 제가 사랑하는 남편을 낳아주신 부모님이 계십니다. 그리고 이제는 저 역시 한 아이의 부모가 된 아줌마입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 어르신들의 평균수명을 말씀하신 적이 있으시지요? 의학의 발달로 옛날보다는 수명이 많이 늘어나서 요즘에는 환갑잔치를 굳이 하지 않는다는 말씀도요.

그 소식을 접하면서 누구나 한번은 죽는 것이지만 그래도 수명이 길어지면 사랑하는 사람을 하루라도 더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평균수명까지의 남은 기간을 손으로 셈해보며 아직도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았음에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확률적으로 더 일찍 돌아가실 부모님에게 더 잘해드려야겠다고 다짐도 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시골에 사시는 아버님께서 제게 뜬금없는 질문을 해오셨습니다.

"막내야… 니들은 내가 몇 살까지 살았으면 좋겠냐?"
"오래오래 사셔야지요…."

"오래…?"
"네!! 오래 오래 사셔서 저랑 꽃구경도 다니시고, 백두산에도 가보고 하셔야지요…."

"말이라도 고맙다!!"
"아버님은… 진짜루요!!"

여운을 길게 남기시며 "오래…"를 반복하신 뒤 아버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는 젊은 사람으로서, 아니 자식으로서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얼마 전 어느 잡지에선지, 인터넷에선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젊은 사람들을 상대로 "부모님이 몇 살까지 살았으면 좋겠는가?"라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결과는 설문조사를 했던 그 분들조차도 경악을 금치 못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바로 "육십오 세!!"였다네요.

육십오 세!!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요즘 육십은 그야말로 노인이라고 하기에도 죄송할 정도의 연세인데…. 죽음이라니요. 그것도 자식들이 원하는 죽음이라니요.

너무나 어이가 없었습니다. 부모 없이 태어난 자식이 있을까요? 그리고 부모가 되지 않고, 늙지 않고 살 수도 있을까요?

설문에 응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참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식을 위해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금지옥엽 키우신 그 분들의 부모님들이 너무너무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막내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말끝에 아버님이 물어오는데 저는 큰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아버님 저는 아버님이랑 평생 오래오래 살 거예요!!! 그러니까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아셨죠?"

그제야 마음이 풀리는지 허허 웃는 아버님의 웃음소리가 전화선 너머로 건너왔습니다. 아무리 인명은 제천이라 사람의 마음대로 좌지우지 못한다지만 어떻게 부모님이 평균수명보다 못 살기를 바라는 자식이 있을 수가 있을까요?

혹시 이 결과에 지금도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젊다는 이유로 함부로 혀를 놀린 자식들에게 괘씸한 생각이 드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젊은 사람으로서 정중히 사과를 드리고 싶어 글을 썼습니다.

"세상의 부모님들!!!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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