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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연일 뉴스 속에 월드컵 특집을 내보내던 방송가에서는 월드컵에 대한 전략, 상대국 선수에 대한 분석, 독일 현지 준비상황 등 월드컵 전반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제 한 달 후에 있을 월드컵만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난다. 월드컵에서 단 한 차례의 승리도 없어 소박하게 첫 승 올리기나 16강을 목표로 했던 지난대회와 달리 이미 4강 진출의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여서 이번 독일월드컵은 선수와 국민들에게 또 다른 의미로 그 열기가 대단하다. 이런 모든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실제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전달되어 더욱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때 맞춰 방송되고 있는 어린이 축구팀 ‘FC 슛돌이’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다. 어린이 팀의 첫 방송을 보며 헐렁한 축구복을 입고 나름대로 열심히 뛰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귀엽고 신통했던 기억이 있다. 성인선수들의 모습에 비해 앙증맞은 어린이들의 축구하는 모습은 참 신선했다. 아마도 축구선수가 꿈인 그 나이 또래의 아들이 있어 더 사랑스럽게 보였으리라.

날이 지나면서 ‘슛돌이’들의 인기는 올라갔다. 그에 따라 그들의 활동영역도 넓어졌다. 기존 다른 어린이 팀들과의 시합에서 몇 전 몇 패하며 승률을 따지던 것에서 벗어나 상암경기장에서 열리는 외국팀과의 경기에 국가대표 선수와 함께 입장하는 기회도 얻었다. 쉽게 보기 힘든 ‘아드보카트’ 감독과 만나 사인도 받고 감독의 양 볼도 꼬집는 재미있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여기까지가 좋았다. 그러나 아이들의 행동반경은 점점 넓어져 갔다. 나라밖 멀리 독일에 입원 중인 ‘이동국’선수의 병실까지 찾아가서 그를 위로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방송되었다. 이쯤 되니 서서히 ‘뭘, 저렇게까지야’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 알다시피 이동국은 2002년 월드컵에 발탁되지 못했지만 와신상담 열심히 노력해서 이번 월드컵 출전이 확실시 되던 축구선수였다. 뜻하지 않은 무릎부상이 수술까지 이어져 불운의 황태자라 불리는 그를 위해 어린이들이 위로의 뜻으로 병원을 방문한 걸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려는 즈음, 드디어 아침 뉴스에서까지 ‘슛돌이’에 대한 방송이 있자 좀 거슬리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 이 시점에 축구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거리인 줄은 안다. 장기적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국민, 특히 자영업자나 서민들에게 축구가 얼마나 용기와 희망을 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지도 안다. 더구나 우리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꿈나무들의 육성 또한 충분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슛돌이’에 지나치게 집중된 관심과 혜택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제 ‘슛돌이’들은 알려진 정도나 인기가 거의 연예인 수준이 되어 있다. 매번 그들의 활약상(?)을 바라보아야 하는 다른 어린이들의 상대적 허탈감이나 별 특별한 절차도 없이 넘치게 관심 받고 있는 지금의 ‘슛돌이’들이 과연 그 자신들에게도 좋을 것인가.

축구가 하고 싶어도 큰 경기장 한 번 못가는 어린이들이 대부분인데 과연 그런 어린이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떨 것인가. 그 또래 불우한 어린이들의 느낌까지 마음 쓰이는 것은 같은 나이의 아들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앞으로 월드컵까지 이어질 ‘슛돌이’들의 활동을 생각하면 미리 걱정이 된다.

이쯤 해서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생들은 조용히 축구연습에 몰두할 순수한 어린이로 돌려보내는 게 낫지 않을까. 보통의 아이로 돌아가 평범한 생활을 한 후 소정의 절차를 차근차근 거쳐 훌륭한 선수로 자랄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독일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있기를 마음을 모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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