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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8일 서울시장에 출마한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왼쪽)와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는 모두 강북을 주로 공략했다. 강 후보는 V자형 동선을, 오 후보는 U자형 동선을 그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18일 오후 서울에서 열린 한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장에서 시민들이 후보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D-13. 지방선거가 2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18일, 서울시장 후보들은 오전 일찍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는 U 동선을,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는 V 동선을 따라 움직였다. 두 후보 모두 '강북'과 '서민'이 타깃이었지만, 오 후보는 '통합'과 강 후보는 '승리'를 상징한 동선을 그리며 본격적인 표심 잡기에 나섰다.

[오세훈]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출발!

▲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각앞 광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새벽 6시. 오세훈 후보는 노량진 수산시장을 선거운동의 출발점으로 잡았다.

팔딱팔딱 뛰는 활어를 잡아올리며 생동감 있는 장면을 연출했고, 상인들과 악수를 나누며 서민표심에 어필했다. 1시간여 유세를 마친 뒤엔 아침 식사도 해장국으로 해결했다.

오전 8시30분. "오늘부터 시작입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합시다." 서울시청 건물 근처에 사무실(국가인권위원회 건물)을 마련한 오 후보는 캠프 사무실에 들러 관계자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쳤다. 선거사무소를 시청 근처에 잡은 것은 '강북 사랑'을 겨냥한 것도 있지만 "시청 근처에 잡아야 (당선이) 된다"는 징크스를 의식한 탓이기도 하다.

원희룡 선대본부장(전략상황)은 조직특보단 회의를 주재하며 "명함에 절대 후보의 이름과 '선거' 단어가 들어가면 안된다"며 "활동비, 밥값, 명함 없는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단속을 했다. 원 본부장은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웅변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클린 캠페인'을 강조했다.

한쪽에선 이제 유권자가 된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었다. 하루 일당 7만원을 받는 19명의 19살 선거운동원들이다. 이들은 19세층 투표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대학로, 신촌 등 대학가를 찾아 '오세훈 후보 게릴라홍보전'을 수행한다.

이날은 종각 출정식에 앞서, 월드컵을 상징하는 축구공과 기호 2번 문양으로 '페이스패인팅'을 하고 있었다. 김종진(서울시립대 사회복지)씨는 "19세 첫 유권자로서 의미도 있고, 돈도 벌고, 재미도 있다"며 '1석 3조' 효과에 만족스러워했다.

서민·대학생·5·18 묵념... 한나라당의 새로운 메뉴

▲ 서울 종로구 종각 앞 광장 유세에서 오세훈 후보를 비롯해서 참가자들이 5.18민주영령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낮 12시. 첫 유세가 있는 종각 광장. 출정식은 5·18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한나라당 주최의 행사에서 볼 수 없었던 '민중의례'였다. 한 관계자는 "오늘이 5·18이기는 하지만 한나라당의 변화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의미를 부였다.

오 후보는 이 자리에서 '칭찬 선거'를 내세웠다. 상대 후보들의 공세를 '네거티브'로 반격하며 "칭찬=포지티브 선거"로 가져가려는 계산이다. 단상에 선 그는 "모 언론사의 공약 비교 기사를 보니 제가 한 학점 정도 강금실 후보보다 낮았다"며 "100% 동의하진 않지만 제가 서울시장이 되면 시 발전을 위해 상대 후보의 공약도 받아들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네거티브 선거에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며 "극도의 인내심으로 참고 있다, 여러분 잘했습니까?"라고 반문하며 박수를 유도했다. 그러면서 매일 한가지씩 상대 후보를 칭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명박 서울시장의 계승자임을 자처했다. 오 후보는 "이 시장이 청계천, 버스 준공영제, 뚝섬 숲길 등 훌륭한 업적이 많다"며 "이를 확대 심화 발전시키는 시장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한나라당의 '정권심판론'은 지원유세에 나선 맹형규 공동선대본부장의 몫이었다. 맹 본부장은 "이번 지방선거는 내년 대통령 선거의 관문"이라며 "서울시장 선거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정권을 바꾸지 못하고 후손에게 영원히 죄를 짓게 된다"고 주장했다.

산소·오이·수건·자전거... '클린' 이미지 극대화

▲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유세 내내 녹색 수건을 목에 두르고 다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세훈 후보는 유독 '깨끗' '맑음' '투명' 이미지를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O₂(산소). 자신의 성씨 '오'와 기호 '2번'을 합친 것. 맹형규 공동위원장은 지원 유세에서 "산소로 서울의 생명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도 그 중 하나다. 오 후보는 시민들이 전달하는 '녹색 수건'을 목에 걸며 "저는 시민이 선택한 후보"라며 "맑고 매력이 있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간식'도 마켓팅이었다. 시민참여네트워크 회의에 참석한 시민들은 '오이'를 먹었고, 차는 녹차를 마셨다.

오세훈의 인기는 박근혜 대표에 버금갔다. 한 무리의 50대 여성들은 "너무 멋있어 오세훈"이라며 손을 흔들어 보이며 카메라폰을 들이밀었고, 40대 남성 몇몇은 나눠준 녹색 수건을 흔들며 "오세훈"을 연호했다. 한나라당 지지자라는 강아무개(47·회사원)씨는 오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깨끗하다, 칭찬하는 것도 좋다, 빨갱이들은 그렇게 못하지"라고 말했다.

종각에 모인 300여명의 인파는 대부분 캠프 관계자이거나 한나라당 지지자들이었지만, 점심시간에 잠시 나와 팔짱을 끼고 바라보는 남성 직장인들도 꽤 볼 수 있었다. 또한 오 후보와 오랜 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자전거 동호인들도 나와 있었다.

오세훈 캠프의 구호는 "압승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여론조사에서 2위를 달리고 강금실 후보와 격차를 굳히겠다는 계산이다. 한 관계자는 "오 후보가 앞서고는 있지만 지지자들의 로열티(충성도)가 강 후보에 비해 낮다"며 결집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강금실] 수유리 4·19 탑에서 출발!

▲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운동 첫날인 18일 명동에서 대규모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했다. 강금실 후보와 지지자들이 꼭짓점댄스를 추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전 7시30분.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는 수유리 4·19 묘역 참배로 시작했다. 지하철 수유역부터 혜화역까지 4호선 강북을 돈 다음, 동대문을 거쳐 불광역∼홍제역을 지나 종묘공원과 명동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이었다. '강남북 격차 해소'를 내세워 강북 민심을 잡아보겠다는 행보다. 강 후보는 현장을 돌며 강북의 교육, 주택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이 같은 일정을 통해 강 후보측은 정치민주화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출발해 경제민주화로 민주주의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특히 '더블 스코어'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반전의 승리를 이루겠다는 의지로 강북을 V자로 돌았다. 꼭지점은 4호선과 3호선이 교차하는 충무로. 그 인근인 명동에서 집중유세를 벌였다. 민주화운동의 성지인 명동성당이 있고, 또 20∼30대 지지층을 겨냥해 '젊음의 거리'에서 분위기를 띄우겠다는 계산이다. 명동은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대선 하루 전날 유세를 벌인 곳이기도 하다.

검은 정장을 입었던 강 후보는 지하철 노선을 따라 움직이며 흰색 외투로 갈아입었다. 표정도 몸도 가벼워졌다. 빡빡한 일정을 염두에 둔 듯 낮은 굽의 신발이었다. 때론 춤을 추기도 했다.

흰색 외투, 낮은 굽... "정치인들 뭐했습니까" 호통

▲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성신여대역 부근에서 젊은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받았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후 12시30분. 첫 현장 유세를 벌인 동대문 두산타워 앞 광장. 강 후보는 선거 로고송에 맞춰 춤을 추던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두 팔을 번쩍 들어 몸을 움직였다. 내친 김에 자신의 이름 석자가 들어간 노래도 힘주어 따라 불렀다.

강 후보는 시민들과 직접 만나 악수를 나누며 연신 "사람들 만나는 게 재미있다", "정치의 출발은 현장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흥미로워했다. 숭인시장 안 분식집 앞을 지날 때는 "맛있겠다, 순대, 떡볶이 좋아하는데"라는 혼잣말도 나왔다. 종종 악수를 피하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을 마주치기도 했지만, "실물이 더 낫다"는 '팬'들의 호응에 웃음을 잃지 않았다.

강 후보를 처음으로 근거리에서 본 시민들은 대부분 "맞다, 강금실" "TV에서는 새침해 보였는데, 직접 보니 소박한 사람인 것 같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현장에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핸드폰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가 강 후보를 향하고 있었다.

특히 여대생들의 왕래가 많은 성신여대 앞에서 강 후보의 인기는 급상승했다. 지나가던 학생들은 악수를 자청하며 "강 후보 같은 성공한 커리어우먼이 너무 좋다" "큰 인물이 되고 싶다"고 환영했다. 강 후보를 사이에 둔 채 사진 촬영도 이어졌다.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카메라를 피하던 시민들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40~50대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냉랭했다. 한 선대본 관계자는 "후보에 대한 호기심도 보이지 않고 간다, 시민들의 마음이 너무 닫혀 있다, 신이 안난다"고 허탈해 했다. 강 후보가 악수를 하고 지나간 남성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누구를 찍어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 "우리 세대의 마음이 어디로 가는지는 알지 않느냐"는 푸념이 새어나왔다.

이런 분위기를 만회하려는 듯 강 후보는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한 60대 노인이 강 후보에게 다가가 "법무부장관으로 한 일도 있고 검증도 받았으니 꼭 될 거다, 힘을 내라"라고 격려하자, 용기를 얻은 듯 강 후보는 "으쌰, 으쌰" 크게 기지개를 펴 보이더니 운동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으려 애썼다.

오후 6시30분. 강 후보를 맞이한 건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었다. 정 의장은 광주와 대전, 인천 유세를 마치고 명동 지원유세를 나온 터. 후보보다 일찌감치 명동에 도착한 정 의장은 명동성당 근처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가 유세합니다"라고 외치며 홍보역을 자처했다. 강 후보에 앞서 단상에 오른 정 의장은 "이제 딸들의 시대가 왔다"며 "해방 이후 처음 여성 국무총리가 나왔다, 이제 여성 서울시장이 나올 때다"라고 말했다.

강 후보는 "정치인들 뭐했습니까"라며 "내가 쪽방촌 거리 노숙자 다 만나 봤는데 이들이 눈물로 호소하는 건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한 달 30만원이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되레 정치권을 향해 목청을 높였다.

성신여대 앞에서 인기 급상승

▲ 강금실 후보가 유세에 앞서 명동을 돌던중, 걸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강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열린우리당에 대한 불신이 두터웠다.

"강 후보의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임아무개(30·여)씨는 "이번 선거에서 강 후보를 찍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후보보다 능력이나 자질 면에서 뛰어난 사람"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지지율 부진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당을 바꿔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숭인시장 앞에서 강 후보를 마주친 40대 남성도 "강 후보는 좋아하지만, 열린우리당보다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며 "(민주노동당에) 투표를 해서 사표를 만들더라도 열린우리당은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40대 후반의 강아무개씨는 "강 후보의 제일 큰 문제는 당"이라며 "'개혁하겠다', '국회에서 싸우지 않겠다'는 17대 국회 초기 열린우리당의 약속은 어디 갔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또 "대통령과도 손발이 안맞는 집권 여당이 어디 있느냐"며 "지금까지 열린우리당의 모든 행태가 강 후보에 대한 지지의 마이너스적 요소"라고 지적했다.

강 후보는 여당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을 의식한 듯 두산타워 앞 유세에서 "사람들이 우리당에 대한 반응도 싸늘하지만, 한나라당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우리당이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당이 시민들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제일 큰 잘못"이라며 "'나만 잘 났다', '내가 하는 게 개혁'이라는 고집을 부렸고, 한나라당 못지 않게 거짓말, 실언, 싸움 등으로 국민을 실망시켰다"고 꼬집었다.

강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열린우리당이 실제로 열심히 잘 한 게 많지만, 시민의 말을 안 들은 게 잘못이었다"며 "그리고 정부의 소식을 전달하는 곳인 언론과 싸운 것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저쪽(한나라당) 지지층의 결집력이 워낙 강하다"며 "결국 5%로 격차는 좁혀질 텐데 흩어진 우리쪽 지지층의 결집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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