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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꿔가는 현장보고서-16일간 전국일주] 공식블로그 바로가기

▲ 미문화원 점거농성으로 3년 동안 옥고를 치르고 출소한 87년 나주 고향으로 내려와 수세폐지운동을 시작으로 농민운동에 뛰어 들었던 신정훈 시장. 그는 지난 95년 지방선거에서 나주농민회의 결정으로 '농민후보'로 나선 이후 도의원 2선, 나주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그가 지난 95년 정치권에 첫 발을 딛게 된 것은 '조직적 결정'에 의한 것이었다. '최연소 도의원' '최연소 기초단체장'으로 화제를 뿌렸던 그는 10일 저녁 농민회가 주최하는 한미FTA 관련 간담회 한 켠에 있었다.

87년 7월 고향 나주로 내려와 나주수세폐지대책위를 조직하고 전국적 수세거부운동에 나서 폐지운동에 성공하고, 농민운동에 뛰어들었던 그가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유를 보여주는 걸음이다. 스스로 "농민의 일꾼"이고 '풀뿌리지역운동이 파견한 시장'임을 자임하는 신정훈(42) 시장. 그는 지난 2002년에 이어 2006년 '농민후보'로 나서 민주당 후보를 내리 낙선시켰다.

"상당히 고전할 줄 알았는데 낙승" 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해답은 그가 천착한 '지역운동'과 '농민운동' 이력에서 찾을 수 있다. "농민회라는 운동조직의 결정에 따라" 정치에 입문한 그의 정치적 후원자는 나주농민회. 여기에 실질적 주민참여를 통한 지방자치 구현에 힘쓰고 있는 나주지역 풀뿌리 운동 세력의 지지가 그의 가장 큰 자산이다.

풀뿌리 지역운동의 정치 진출... 뭘 남겼나

ⓒ 오마이뉴스 강성관
특히 그는 정계 입문 이후 농민회와 풀뿌리 운동이 제기해 왔던 지역 문제에 대해 주민들과 직접 대면하고 여기서 자신이 뭘 해야하는지 길을 찾았다. "시장됐다고 건방을 떨며 고상한 이미지 구축"에 신경쓰지 않고 차근 차근 "더디고 아쉬움도 있지만" 지방자치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왔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여기 있다. '풀뿌리 지역운동'의 정치권 진출이 어떻게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올바른 지방자치를 구현해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 정치적 반대세력에서 간혹 "신정훈 2중대냐"는 비아냥도 들었지만 지역운동단체들은 때론 "다시는 신정훈 얼굴도 보지 않겠다"는 말까지 할 정도로 거친 '회초리'로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잘못한 것 같다. 내걸었던 것은 그럴듯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못한 것도 많다. 자치의식을 고양시키고 건강한 시민자치 문화를 형성하는 것을 첫번째 해야 하는데 재주도 없고 정치세력화가 취약하다보니…."

스스로의 평가다. 그러나 그는 여느 지방자치단체도 시도하지 않았던 정책과 행보를 계속해 오고있다.

신 시장은 지난 2002년 당선 이후 나주지역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주교육진흥재단 육성 조례'를 제정해 교육여건 개선 사업에 힘을 쏟았다. 교육문제는 지역발전과 직접적으로 궤를 같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에는 전국적인 조례운동에도 불구하고 "WTO 조항 위배와 상위법 부재"를 이유로 그 여느 지방자치단체가 선뜻 나서지 않았던 '우리 농산물 학교급식조례'를 최초로 제정했다.

나주시는 당시 WTO 예외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했고 나주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농축산물의 판매 개척과 소비 촉진을 위한 것이었다. "재정 여건이 좋지 않아 예산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광역단체의 조례제정과 급식법 개정을 이뤄져 지원시스템이 마련되길" 기대했던 그의 바람은 다른 지자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를 발전시켜 학교급식에 제공될 농축산물 생산단지를 따로 지정해 친환경 농업으로의 전환을 꾀하면서 이에 대한 판로 개척 등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 농산물 급식을 위한 학교급식센터 건립도 추진할 예정이다. "WTO는 농촌을 파괴하고 식량을 이윤놀음의 대상으로 탈바꿈시키는 농업협상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해왔던 그는 지난 2004년 농림부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쌀 협상안에 대한 주민의견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소한'의 '농민 일꾼'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한 것이다.

이런 자치농정, 교육지원 행정 영역뿐 아니라 "시민참여예산제도, 전 간부의 업무추진비 공개 등 시민참여형 행정의 전형" 역시 성과로 꼽힌다.

"혁신도시 유치하는 짓만 하고 다녀... "

▲ 지난 90년 수세폐지운동을 승리로 이끈 뒤 나주농민회 사람들과 기뻐하고 있는 신정훈(왼쪽 사진, 가운데 팔 벌린 이)와 지난해 대법원의 신행정수도 위헌판결에 항의하며 대법원 앞에서 선 신 시장. 그의 정치적 배경과 지향점을 알 수 있는 모습이다.
ⓒ 신 시장 홈페이지.오마이뉴스 권우성
머쓱한 표정으로 신 시장은 "선거하면서 혁신도시 유치하고 드라마 세트장 만들고 이런 짓만 하고 다녔다"며 "좌절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털어났다. 대규모 투자유치나 기관유치, 대규모 도로공사 추진 등이 단체장의 가장 큰 성과로 비치고 있는 현실적 계산도 할 수밖에 없었다는 토로이자 이로 인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에 소홀했다는 자기 고백이다.

그는 "200억, 300억 들어가는 대규모 SOC사업을 국비 등으로 추진하는데 시민단체와 시의회 등이 과연 지역경제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내놓지 않는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선거할 때 보니 아짐(아줌마의 전라도 사투리)들이 4년 동안 얼마나 오그라들었는지 1500명 정도가 병원에 누워있을 것"이란 말로 그가 민선4기 동안 어디에 시선을 두고 있는지 보여줬다.

정작 자신이 하고자 했던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이 그것이다. 물론 그 동안 꾸준히 추진해 왔던 농업 구조혁신, 참여행정 사례 등도 명문화해 안착화 시킬 참이다. 신 시장은 "이제는 어떻게 주민들의 행복지수를 높힐 것인지에 초점을 두고 일을 할 생각"이라며 나주지역 대중교통 체계 혁신, 오지에 장애인택시와 경로택시 운행 등을 사례로 들었다.

"기업유치와 민간투자 유치로 콘도 짓는 방식으로만 지역개발을 하면 주민들의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데 전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울 사람들이 지역에 잠깐 들른 것을 뒤치닥거리나 하고 있으면 지역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하는 신정훈 시장.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엿볼수 있는 사례를 들려줬다.

"선거 끝나고 나서 민간투자 MOU 체결을 하자고 해서 '그렇게 하자'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하는데 골프장 조성 등이 있어서 체결 하루 전 밤 11시께에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해 없던 것으로 했다"는 것. MOU 체결이라면 어떤 단체장에게는 '큰 자랑'가 될 수 있지만 재선에 성공한 다음 날 "처음으로 찾은 곳이 인력대기소였다"는 그에게는 답이 아니었던 것이다.

'농민회가 정치적 기반인데 시정에 관한 협력관계는 어떠냐'고 물었더니 그는 "실제 농민회와는 시정에 대해서 협력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농업문제가 지방자치 독자적으로만 해결할 주제가 못된 점도 있다"며 "지방자치농정에 대해서 농민회와 함께 추진할 생각"이라고 했다.

나주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많은 성과도 있지만 풀뿌리 지역운동, 주민자치세력과의 협력체제를 제도적으로 구축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다른 관계자는 "공직사회 혁신과 개혁분야가 가장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에 신 시장 역시 "토대는 마련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행정을 개혁하는데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공무원 사회 개혁에도 힘 쓸 것"이라고 답했다.

신 시장은 시민참여형 지방자치 모델 정착,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방자치, 지속가능한 지역발전과 개발전략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더 적극적인 '풀뿌리 운동의 정치세력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제도권에선 외로운 처지... 지역운동, 적극적 정계진출 있어야"

ⓒ 안현주
그는 지난 4년을 회고하며 "지역 각종 권력주체들에게 놀아났다"고도 하면서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와 지역 언론의 흔들기, 공무원 사회의 거부감 등으로 풀뿌리 운동과의 협력체제 구축과 지역사회 변화 시도에 애를 먹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토로했다.

정치권 외부에 '조직적 우군'들이 있지만 내부에선 여전히 힘에 부친다. 신 시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묻자 "풀뿌리 지역운동이 시의회 등에 진출했어야 공동대응을 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저를 중심으로 간 것이 전략적 잘못이었다"고 아쉬워하며 "제도권 내에서는 외로운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풀뿌리 지역운동 세력의 정계진출에 대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살려야 한다는 정당 바람은 없었고 토종 토호세력에게 다 넘어간 꼴"이라며 "지역운동 세력이 지방자치(정치권)에 뛰어드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일부 운동세력이 (개별적으로)특정 정당 구조나 비슷한 조직을 통해 정치권에 들어가는 것은 시민운동을 약화시키고 기대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개별적 결정에 의한 기존 정당을 통한 진출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풀뿌리 운동과 시민들에 의해서 세상을 바꾸는 모범을 만들고 지방자치를 통해 나라를 바꾸는 개혁의 길을 가자는 것이 암묵적으로 합의돼 있다"며 "우리는 과거에 비해 불리해지지 않았다, 개혁드라이브를 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마련됐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시민운동가는 "나주지역 풀뿌리 운동 세력들은 아래로부터, 지역에 천착한 정치세력화를 꾀하려는 흐름이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지향을 가질 것인지 등에 이견이 있지만 축적된 지역운동 역량에 기반한 건강한 정치세력화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운동세력과 현장의 서민대중의 에너지를 자치공간에 잘 접목해 왜곡된 지역정치를 잘 잡아 나가야 한다"며 "깃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구체적인 시민중심의 시정 변화, 그 성과와 삶의 질을 높여 문화공동체로 지역을 바꿔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실현해 가는 것이 4년의 과제"라고 신 시장은 말한다.

"(개혁할) 4년간이라는 시간은 벌어놨다"는 신정훈 시장. 기존 정당 조직이 아닌 지역의 축적된 운동 역량을 '씨앗'삼아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도모하려는 풀뿌리 지역운동이 4년 후 어떤 모습으로 시민들 앞에 서게 될 지 자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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