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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교과서'로 불리는 성인만화가 버젓이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팔리고 있는데도 문화관광부 간행물윤리위가 손을 놓고 있어 비판이 거세다.

특히 실제 성업 중인 집창촌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성을 구매하는 방법과 다양한 성 상품을 소개하고 있고, 아예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붕괴 위기에 처한 집창촌을 성매매 여성들이 힘을 모아 다시 재건한다는 내용을 담는 등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신문> 조사에 따르면, 파주시 용주골 집창촌을 배경으로 한 성인만화만 130여 권에 달했다. 이른바 '용주골 시리즈'로 불리는 이들 만화는 대여점 중심의 성인만화 시장에서도 권당 1만 부의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1월 현재까지도 <황제의 섹스투어>와 <용주골 비하인드 스토리: 용주골 제2부>가 연재 중이다.

문제는 이들 만화가 집창촌 묘사 정도에 그치지 않고, 성매매를 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어디어디가 '물'이 좋고, '쇼트타임'과 '롱타임' 비용은 얼마이며, 성병의 종류와 증상까지 상세하게 적고 있다.

특히 <황제의…>는 '오감으로 경험하는 용주골 최고의 풀 서비스'라는 부제를 달고 온갖 섹스 상품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한 남성은 "이런 만화를 몰래 본 10대의 경우 돈을 주고 여자를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사로잡혀 잠재적인 성 구매자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출판 및 인쇄진흥법 제19조에 따르면 ▲공공질서를 해치고 ▲음란한 내용 묘사로 성도덕을 해치는 내용을 담은 간행물은 성인에게도 유통을 금지하는 '유해 간행물'로 분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유해 간행물로 규정된 만화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만화 간행물의 유해성 심의를 담당하고 있는 최남율 간행물윤리위 만화팀장은 "문제가 되는 내용이 발견되더라도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유해 간행물 결정에 상당히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문화관광위원회 국감에서 "성매매특별법의 무력화를 조장하는 대화가 수두룩한데도 아무런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간행물윤리위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문광부는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성인만화에 대해 즉각 심의작업에 착수한 뒤 불법 요소가 파악될 경우 간행물을 모두 소각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창작의 자유를 위해서는 어떤 내용이라도 규제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히면서도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우리나라만 유독 성매매 여성을 소재로 한 문화 콘텐츠가 대량 소비되고 있는데, 이것이 책임을 성매매 여성들에게 떠넘기는 식이 되면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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