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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2일 서울시청앞에서 열린 전교조 연가투쟁
ⓒ 하재근
전교조에 대한 여론몰이식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최근 있은 전교조의 연가투쟁에 대한 교육부의 강경한 입장도 여론을 등에 업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노조가 노조의 권리를 행사했는데 이것을 불허하는 것은 명백히 부당 탄압이다. 하지만 전교조에 적대적인 여론이 교육부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다.

전교조는 부당노동행위를 일삼는 교육부를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한다고 한다. 그러나 전교조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빛은 싸늘하고, 그 여론을 등에 업은 교육부는 강경하다. 시민사회가 연가투쟁의 적법성과 그 탄압의 부당성에 대해 세세하게 따지는 것은 일단은 의미 있는 일이나 사태의 본질과는 무관한 일이다. 설사 연가투쟁 탄압의 부당성이 법리적으로 완벽히 증명된다 해도 국민여론과 그것을 등에 업은 교육부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전교조가 그동안 교육부와 대립하면서 반대해온 정책들에 있다. 공영형 혁신학교, 공모교장제, 교원평가, 성과급차등지급, 2008년 입시안 등 교육부의 정책에 전교조는 사사건건 반대해왔다. 심지어 방과후학교, EBS과외 등 언뜻 보기에 서민들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정책에까지 전교조는 냉소를 보내왔다.

사사건건 전교조와 부딪혀야 하는 교육부의 전교조에 대한 불신,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 국민들은 전교조의 정책방향을 이해하지도, 공감하지도 않았다. 특히 학부모들은 교육부와 더불어 전교조에 대한 불만을 키워왔다. 교원평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그간 누적된 국민의 원망과 교육부의 교육개혁 의도가 만나는 고리가 된다.

교원평가를 통해 전교조와 비전교조 한국인이 대립하는 양상이다. 교원평가에 연계된 성과급차등지급을 전교조가 결사적으로 거부하는 것에도 국민들은 냉소를 보내왔다. 연가투쟁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결국 교원평가와 성과급차등지급을 사이에 둔 대립인 것이다. 크게 보면 지금까지의 전교조 투쟁에 대한 국민정서 전체가 본질이지만 지금 당장 방아쇠가 된 건 결국 이 두 개의 정책이다. 그중에서도 교원평가가 논란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원평가를 말해야 한다. 정부의 교원평가 추진이 만약 공교육을 해치는 것이라면 전교조가 설사 실정법을 일정부분 어기면서까지 교원평가 반대 투쟁을 한다 해도 그것은 참교육 활동의 일환일 것이요, 교원평가가 교육을 살리는 길이라면 전교조의 투쟁이 적법하다 해도 사회적 소요를 일으킨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교원평가는 구조조정의 신호탄

성과급차등지급은 교원평가와 한 몸이다. 물론 교육부는 이것을 부정할 것이다. 하지만 성과급차등지급과 교원평가의 관계를 부정하는 것은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짓이다. 교육부가 전교조 교사들을 무리하게 구속시키면서까지 교원평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성과급을 차등지급할 기준을 빨리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교육에 사적 경영원리를 도입해 업무평가에 기초한 유연한 노동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교원평가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성과급차등지급은 차등 연봉제로 나아가기 위한 전 단계다. 이것은 기존 교원체제 내의 유연화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심지어는 전혀 새로운 교원체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바로 교원 양성과정, 교원 자격증과 상관없는 교원의 등장이다. 정식 교사이든 그렇지 않든 교원평가만 잘 받으면 그만인 것이다. 경쟁과 평가를 통해 업무 성과를 평가 받고 그에 따른 대우가 주어지는 체제로의 전환이다. 그러한 체제를 일각에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하지만, 일각에선 공공성과 협력성이 말살된 시장화체제라고 주장한다. 어느 쪽이든 교원평가는 대한민국 공교육 체제에 혁명적인 구조조정을 부를 신호탄이 된다.

교육부는 이러한 논의 일체에 대해 부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원평가가 단순히 업무 전문성 향상을 위한 참고 자료일 뿐이라고 강변한다. 그것은 두 가지 차원에서 말이 안 된다.

첫째, 겨우 교사 전문성 향상같은 중장기 과제를 위해서 교육부가 공청회에 전경을 동원하는 초강수를 둘 리가 없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교사들을 구속까지 시키면서 전격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다. 구조조정과 상관이 없다고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둘째, 만약 교육부가 정말로 순수한 의도만을 가지고 있다 해도 일단 정책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 의도대로 흘러 갈 수 없는 구조다. 성과급차등지급같은 구조조정부문에선 객관적인 지표를 원하고, 일단 시작된 교원평가에 대해 그렇지 않아도 보수적인 사회 여론이 평가결과의 실질적 반영을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 양자는 만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 정도의 결과도 예측하지 못한단 말인가?

교육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대한민국 교육부의 정책 목표가 시장화, 유연화 교육개혁이라는 것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전교조가 그렇게도 반대하는 공모교장제, 공영형혁신학교 등을 통해서 교육부는 유연화, 사적 경영원리의 도입, 업무평가체제의 확립이라는 구조조정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기업의 CEO처럼 완전한 경영권을 위임받은 공모교장이 인사권을 휘두르며 노무관리를 하기 위해선 교원평가와 성과급차등지급 체제가 필수 요건이다. 그러한 공모교장의 경영성과는 학교평가를 통해 평가 받고, 학생들은 학생평가를 통해 서열화 되면서 대한민국 공교육은 평가의 트라이앵글에 갇히게 된다.

더 이상 평가하지 마라

ⓒ 하재근
기왕에도 이 나라 공교육은 과도한 평가와 경쟁으로 지옥도를 연출해왔다. 여기에 평가, 경쟁 기제를 더 추가하겠다는 교육부의 정책방향이 과연 옳은가?

평가 이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은 가치기준을 정립하는 일이다. 생각해보라. 국민을 단기간에 가장 많이 죽이는 것을 가치기준으로 한다면 전두환이 최고의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평가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치기준이다. 이 나라 공교육에 가치기준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는가?

한국 중등교육의 목표는 교육이 아니라 입시다. 아이들은 철저히 입시라는 가치기준에 의해서만 평가 받는다. 학교평가, 교원평가라고 별다른 가치기준이 제시될 수 있겠는가?

흔히 남들 다 받는 평가, 교사들만 안 받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란 주장이 제기된다. 그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교사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평가 받고 있다. 그 평가를 통해 누군가는 승진을 하고, 누군가는 징계를 받고, 누군가는 퇴출당한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승진하고, 퇴출당하는가?

흔히 부적격 교사라고 생각하는 권위적이고, 관료적이고, 폭력적이고, 촌지 밝히는 교사들은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참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는 승진에서 소외되거나, 심지어 재단의 비리를 고발했다는 이유로 가차 없이 퇴출당하기도 한다. 최근 동일학원에서 전격 해임된 교사들을 보라. 평가체제는 냉혹하게 가동되고 있다. 다만 그 기준에 아무도 승복하지 않을 뿐이다.

새로운 교원평가는 기존의 평가에 수업내용평가를 추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등과정 수업의 질을 따지는 기준이 무엇인가? 오로지 입시다. 새로운 교원평가는 결국 기존의 잘못된 가치기준에 또 다른 오도된 가치기준을 추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 오도된 가치기준으로 평가가 이루어지고 그것에서부터 구조조정이 촉발된다면 대한민국 공교육은 심각한 붕괴상황에 놓이게 된다.

교원평가로 교원체제가 유연화하고, 학교평가로 학교체제가 유연화하면 결국에는 학생평가가 아이들을 서열화하는 것처럼 여타 분야에도 전면적인 서열화가 찾아오게 된다. 이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향상시킨다. 결국 교사는 입시강사로, 학교는 학원처럼 변해가 소비자들은 자유롭게 선택권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고교별 학력 격차 공개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하는 것처럼, 교원평가 결과 공개와 선택권 논란은 한 몸이 될 것이다. 학생 평가도 물론 학교의 학생선택권 논란을 야기한다. 모두에게 선택권이 보장되면 그것은 교육 시장화, 즉 국가 공교육 평준화 체제의 전면적인 붕괴를 의미한다. 그 때에 이르러 이 나라는 완전한 귀족국가가 될 것이다.

교원평가는 그것을 위해 반드시 획득 되어야 하는 핵심 지표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입시절대주의로 평가 기준이 철저히 왜곡된 상황에서 평가하면 할수록 교육은 무너지게 되어 있다. 소비자의 강사평가, 학원평가가 완벽히 이루어지는 사교육부문을 보라. 그곳에 교육이 있는가? 한 마디로 평가는 중등과정 황폐화와 서열화를 부른다. 전교조는 교육 황폐화와 서열화에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그것이 바로 교육부와 전교조가 극한 대립하게 된 이유다.

교육부는 끊임없이 교육에 시장원리를 도입하고, 경쟁과 서열화기제를 도입하려 한다. 국민, 특히 학부모의 관심사는 결국 자식이 상위 서열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다. 교육부나 언론도 상위 서열 대학 진학률을 최고의 중등과정 교육 성과로 친다. 전교조는 이 모든 것에 전면적으로 반대한다. 결국은 입시과외인 EBS수능강좌나, 결국은 입시보충수업처럼 변질될 방과후학교에 냉소를 보내는 배경도 그것이다. 이러한 대립이 교원평가라는 도화선을 통해 전교조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지형에서 폭발한 것이다.

교육부의 교원평가 추진은 교육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국 공교육 체제에 중대한 변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당장은 큰 변화가 없다 해도 일단 물꼬를 텄다는 것이 중요하다. 평가를 하기 시작하면 그 평가를 현실화, 내실화하라는 압력을 끊임없이 받게 된다. 그 귀결이 어디까지 갈 지 예측키 어렵다.

교육부는 지금과 같은 무리한 교원평가 강행을 당장 멈춰야 한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입시경쟁 완화에 쏟아야 한다. 한국 중등교육과정에서 평가를 둘러싼 모든 논의는 입시경쟁철폐 이후로 돌려져야 한다. 지금과 같은 학벌사회, 대학서열체제의 왜곡된 구조 속에서 평가를 강화하는 것은 교육을 위해 백해무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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