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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드카페에서 일 하는 아가씨, 하녀 복장을 하고 있다
ⓒ 맛객
화려한 날은 가고, 노래 제목이 아니다. 오늘날 일본 중장년층 남성의 현주소다. 일본을 취재하고 돌아온 이명옥 시민기자의 기사 타이틀은 <일본에선 남편이 아내 외출 막으면 이혼감?>이다. 기사 본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왜, 어디에, 무슨 볼일이냐?"고 묻는 간 큰 남편은 더 이상 없다는 게 일본 주부들의 공통된 대답이었다. 혹 "가지마!"라고 말한다면 당장 이혼감이란다. 하기사 일본 중년 부인들의 욘사마 열풍을 비롯한 한류 붐을 감안하면 그다지 이상한 얘기도 아니다.

여성상위 시대가 된 일본. 다시 말하면 일본 주부의 전형인 순종적인 아내는 더 이상 없다는 말이다. 평생직장의 개념도 사라진지 오래,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정년을 맞으면 날아드는 이혼장. 릿교대 이종원 교수가 일본에 와서 가장 충격을 받은 것도 어떤 부부의 이혼인데, 얘기를 들어보니 정말 믿기지 않는다.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난 부인이 남편에게 하는 말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인사 한마디 남기고 외출 후 이혼장을 보내왔다고 한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고 실화라고 하니 일본, 연구대상이다.

이젠 중년 남성의 수난시대가 된 일본, 그 곳에 메이드카페가 생겨난 건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메이드카페? 일본에서 메이드(Maid)란 '시중을 들어주는 하녀'란 뜻으로 간호사나 학생 복장의 미소녀들이 손님의 시중을 들어주는 곳이다. 일종의 컨셉트 카페인 셈이다.

▲ 메이드카페 각종 홍보전단지, 작은 사진은 한 아가씨가 전단지를 돌리고 있다. 아키아바라 어느 곳에서든 쉽게 눈에 띄는 모습이다
ⓒ 맛객
손님들은 이곳에 앉아 차나 술을 마시면서 하녀(?)의 시중을 받는다. 메이드 카페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은 철저한 교육을 받은 후 채용되기 때문에 손님에 대한 서비스는 대한민국 백화점을 능가한다.

기자가 전자상가가 밀집되어 있는 아키아바라 시내의 한 메이드카페를 찾아간 날은 토요일, 그래서인지 업소마다 손님들로 가득하다. 예약을 해야 입장할 수 있는 데 한 시간여 기다려야 한다. 짧고 빡빡한 일정을 감안한다면 한 시간씩이나 기다린다는 건 무리다. 하지만 일본 신(新)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체험하고 싶은 욕구가 앞선다.

입장료는 업소마다 차이가 있는데 300엔에서부터 1000엔이 넘는 곳까지 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대략 90분 정도다. 밖에서 안을 살폈다. 긴 생머리에 빨간 리본을 단 미소녀들이 손님의 시중을 들기에 바쁘다. 하나같이 일본풍이 물씬 풍기는 의상을 입은 소녀들 그들에게서 어떤 신비감마저 든다. 손님들은 대화를 나누거나 혼자서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이 하고 있는 건 종이접기다.

▲ 점장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손님에게서 주문을 받고 있다
ⓒ 강춘

잃어버린 순종과 순수함

우리 상식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지만 메이드카페에는 중년 남성들도 곧잘 찾는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남성처럼 큰 소리로 떠들거나 짓궂게 굴지 않는다. 물론 그랬다간 점장으로부터 퇴출당하는 건 당연한 일. 출입문 앞에는 주의사항이 붙어져 있는데, 몸을 만진다거나 해서는 안 되고 사적이거나 집요한 질문도 금물이다. 물론 전화번호를 묻는 것도 안 된다. 그러니 응큼한 생각을 가지고 간다면 돈만 아깝게 된다.

중년의 손님들, 속마음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아가씨들에 대한 관심도 없는 듯하다. 혼자 와서 묵묵히 차를 마시거나 종이접기를 한다. 그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메이드 카페는 하녀가 시중들듯 서비스 하는 곳이지만 본질은 옛날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 제공에 있다.

요즘 일본의 여성들이 내 던진 남편에 대한 순종. 남성들은 그 순종을 그리워하는 걸까? 그래서 메이드카페에 발을 들여 놓는 걸까? 하녀처럼 순종적인 여성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위안을 삼는 걸까?

이처럼 남성들이 여성의 순종을 그리워한다면 여성들은 남성의 순수함을 그리워한다. 일본의 중년 여성들이 드라마 <겨울연가>에 열광하는 것도, 요즘 일본남성들에게서 찾아 볼 수 없는 순수함을 배용준을 통해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로가 순정과 순수함을 잃어버린 일 중장년층. 그래서 여성은 배용준을 찾고 남성은 메이드카페를 찾는다.

▲ 메이드카페에서 일하는 아가씨는 철저하게 예의와 친절 교육을 받은 후 채용된다.
ⓒ 강춘
기자는 메이드카페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미동 없이 앉아있는 일본 중년 남성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면서, 왜 남편의 말에 절대 복종하고 순종적이었던 일본 여성상이 상품화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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