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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소마을에서 바라본 골프장 부지, 멀리 눈덮인 산등성이에 골프장이 들어선다.
ⓒ 박미경

"골프장이 들어서면 우리는 물이 없어 못 살고 물이 넘쳐 죽습니다. 골프장 때문에 조상대대로 살아온 마을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데 정작 화순군이나 골프장 측에서는 피해예상 범위에도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골프장? 절대로 안됩니다!"

가칭 '블랙스톤 골프장'이 들어서는 인근에 위치한 농소마을 주민들은 요즘 모이기만 골프장 얘기다.

농소마을 주민들은 몇년 전부터 마을 인근 천운산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말을 들어왔지만, 그 동안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돌았다가 사라진 게 한 두번이 아니어서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환경평가를 한다는 말이 들리더니 급기야 지난달 주민설명회까지 열린 것. 하지만 주민설명회나 사전환경성검토에 가장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농소마을과 신운마을은 제외됐다.

"20년 전 홍수의 악몽, 되살아날까 걱정"

@BRI@마을 주민들은 골프장 피해 중 수질오염보다 수해를 더 걱정한다. 농소와 신운마을에서 수십년 넘게 산 주민들은 20여년전에 일어났던 물난리를 또렷이 기억한다.

김준호 농소마을 이장은 "천운산에 산불이 일어나 10만 평정도의 임야가 불타더니 이듬해 여름, 조상 대대로 마을을 지켜오던 당산나무 서너그루가 뿌리채 뽑히고 집도 두어채 떠내려가는 등 마을에 큰 물난리가 났다"며 "나무들이 불타 없어지면서 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다시 천운산 30여만평 면적의 나무가 사라지고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20여년 전의 물난리를 또렷이 기억하는 주민들은 골프장이 들어서면 물난리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당시에는 지금같은 국지성 폭우나 집중호우도 없었는데 지금처럼 기상이변으로 집중호우가 일어나면 물난리가 날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천운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도 마을 중앙을 가로지르는 하천 하나라는 것이 불안을 가중시킨다.

홍수 뿐 아니라 가뭄도 걱정이다. 평소엔 마을 주민들이 넉넉하게 쓸 수 있는 정도로 물이 많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뭄이라도 들면 작물이 타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가장 피해받을 마을이 환경성검토에서 빠졌다"

김 이장은 "농소마을은 골프장이 생김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 밖에 없는 곳인데 사전환경성 검토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순군과 사업자측에 이같은 주장을 알리고 대책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답변이 없다"며 "화순군이 몇푼 세수입만을 위해 주민들은 죽든 살든 모른 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농소 인근 신운마을 주민들 역시 "천운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 때문에 해마다 침수가 되풀이되고 있는데 골프장이 들어서면 피해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골프장 조성에 반대하고 있다.

농소마을 주민 등은 사업자 측이 농소와 신운마을을 사전환경성영향 검토용역에 반영시키고, 농약과 수해 등 각종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또 화순군수가 보장각서를 주민들에게 써 줘야 한다며 이런 요구가 반영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주민설명회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총67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블랙스톤 골프장은 18홀 규모로 동면 운농리 산57번지 일원 121만3816㎡(36만7천여평)에 들어서며 현재 96% 상당의 부지매입을 마치고 사전환경영향성검토가 진행 중이다.

화순군은 골프장이 들어설 경우 년간 5억원 이상의 세수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순군민뉴스(www.hwasunnews.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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