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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29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활공동체인 나눔의 집에 일본에서 온 90여명의 손님들이 찾아왔다. 평화 페스티벌을 겸하여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한일 노래 교류회에 참가하기 위해 온 손님들이다. 페스티벌 중간에 모두 무대 앞으로 나와 인사를 하고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했다. 통일은 남북한의 일인 줄 알았는데 이들에겐 평화를 위해 한국과 일본이 마음을 합치는 것도 통일이다.

이들은 모두 일본이 일으킨 전쟁의 상흔으로 고통받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 그 아픔을 위로하고 평화헌법 9조를 고치려고 하는 일본의 불순한 움직임에 맞서기 위해 한국을 찾아왔다며, 입을 모아 평화를 노래하고 마음을 다졌다. 이 행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일본에서 90여명이 참여했고, 한국에서는 월드카프, 흥사단 등의 단체에서 100여명이 참가했다.

ⓒ 김동원

찾아온 일본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그들이 이 땅에 남긴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돌아보는 일이었다. 평화를 노래하기에 앞서 역사의 실체를 아는 것이 우선이다. 모두 두 팀으로 나누어 역사관 관람과 비디오 시청을 했다. 보통은 이곳에서 연구원으로 봉사하고 있는 일본인 무라야마 잇페이씨가 설명하지만, 이 사진에서 설명하고 있는 사람은 자원봉사를 나온 일본인 오가타 요시히로씨다.

ⓒ 김동원

일본 정부가 외면하고 지우려 하는 그 분명한 역사를 이날 이곳을 찾은 일본인들이 모두 눈여겨 들여다보며 그들의 가슴 속에 담아간다. 이곳을 찾은 일본인들은 평화는 역사를 지우고 새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분명히 알고 그 위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란 사실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발뺌을 하는 일본을 마주할 때면 이곳 나눔의 집이 분노로 들끓지만 이렇게 멀리 바다를 건너와 역사 앞에 마주서는 일본인들에게선 희망을 보게 된다.

이날 나눔의 집 역사관에선 분노와 희망이 교차했다. 그 희망이 분노를 잠재웠을 때 진정한 평화는 온다.

ⓒ 김동원

역사관 3층에는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그림을 둘러보던 한 일본인 여성이 결국은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말았다. 뒤쪽으로 약간의 흐느낌마저 들린다. 시노다 유미코라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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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관 관람에 이어 할머니의 증언이 뒤를 이었다. 이날 증언에 나선 할머니는 박옥선 할머니이다. 할머니는 열여덟에 끌려가 60이 넘어서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얘기를 어찌 한두 시간에 담을 수 있으랴. 아마도 얘기를 있는 그대로 다 풀어놓으면 이곳에 앉은 사람들의 머리가 모두 반백이 되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증언은 다시 눈물을 불렀다. 할머니들의 그림 앞에서 흘렀던 시노다 유미코씨의 눈물은 이번에는 박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듣던 일본인 사이토 요시코씨의 눈을 넘쳐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 김동원

증언을 들은 뒤 일본인들이 박옥선 할머니를 둘러싸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할머니 기분은 어땠을까. 평화의 염원에 둘러싸였으니 따뜻하고 기분이 좋으셨을 것 같다.

ⓒ 김동원

이용수 할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미 의회에서 위안부 증언을 했던 김군자 할머니. 김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아베 수상이 미국에 가서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사과를 할 곳은 이곳인데 왜 미국에 가서 사과를 합니까?"

ⓒ 김동원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 중에는 파랑새 밴드가 있었다. 모두 여성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국 사람과 결혼한 일본 여성들이라고 한다. 증언을 듣다 눈물을 보인 사이토 요시코씨는 이 밴드의 키보드 연주자이며, 그림을 볼 때 울음을 터뜨린 시노다 유미코씨는 베이스 기타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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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남한산 초등학교와 당촌 초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산도깨비란 이름의 풍물 모임에선 사자놀이를 선보였다. 풍물패를 이끌고 나온 분은 사자가 잡귀를 쫓아낸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미국과 일본의 전쟁귀신을 사자놀이로 모두 쫓아내자고 말했다.

ⓒ 김동원

날은 따뜻했으며, 하늘은 푸르렀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의 머리맡에서 태극기가 쉼 없이 휘날리고 있었다. 평화가 왜 좋은지, 또 얼마나 좋은 것인지 이날 하루의 축제가 분명하게 일러주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나눔의 집 홈페이지: http://www.nanum.org
나눔의 집 후원 및 자원봉사 문의 전화: 031-768-0064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 -->김동원의 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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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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