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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넘치네."

보랏빛 꽃은 가는 봄과 함께 사그라졌지만, 등나무는 더욱더 강한 생명력을 보이고 있었다. 파란 하늘을 향해 두려움 없이 나아가고 있다. 의지할 곳도 없고 기댈 곳도 없다. 그러나 조금도 불안해하지 않고 당당하게 새로운 세상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에 흔들려도 상관하지 않고 온몸으로 부딪히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 등나무
ⓒ 정기상
전북 전주에서 진안으로 넘어가는 모래 재는 구불구불 올라가는 도로다. 4차선으로 새롭게 도로가 개설된 뒤로는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한적하여 여유가 있고 낭만과 멋에 젖어들 수가 있어 생각날 때마다 찾게 되는 것이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 속에서 달리는 기분이 아주 상쾌하다.

시원한 약수를 받아 마시니, 배속까지 시원해진다. 자연의 선물이란 생각이 저절로 든다. 사람이 모든 것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아무 걱정 없이 마실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니, 새롭게 보인다. 등나무의 왕성한 생명력은 많은 가르침을 준다.

▲ 왕성한 생명력
ⓒ 정기상
작금의 화두는 고용불안이다.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날 수 있는 퇴직 바람은 직장인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직장에서 언제 물러나야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두렵게 만드는 것이다. 일을 하고 있지만 좌불안석이 될 수밖에 없다. 일하기 싫어서 그만둔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계와 직결이 되는 문제이니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직장을 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키우기 위하여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이미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은 느긋한 마음이 된다. 그러나 그것이 화근이 되어 성과를 낼 수가 없게 되고 반복되면 결국 퇴직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문제인 것이다. 지속적인 생존경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삶의 향
ⓒ 정기상
등나무의 넝쿨은 그것을 극렬하게 보여주고 있다. 공간을 가르면서 휘어지고 있는 넝쿨의 끝은 적응력이다. 기회를 잡으면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는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의지할 곳을 포착하면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휘감아버리고는 놓아주질 않는 것이다. 그렇게 악착성을 발휘하게 되니,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치열한 삶의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안일한 태도나 게으름은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수동적이거나 요행수를 바라는 마음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등나무 넝쿨처럼 적극적이고 도전적으로 살아도 성공할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 하물며 사람에게 있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 도전정신
ⓒ 정기상
파란 하늘로 향하고 있는 등나무 넝쿨을 바라보면서 멋있다는 생각보다는 치열한 생명의 힘을 보게 된다. 왕성한 적응력으로 도전 정신을 발휘하여 성취를 이룰 때 그것이 바로 아름다움이요 낭만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면서 무엇을 잘못하였는지를 반추하게 된다. 6월의 햇살이 뜨겁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진안에서 촬영


태그:#등나무, #전북 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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