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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에서 아이들이 제발처럼 에스보드를 타고 다닌다.
ⓒ 최종술
몇 년 전부터 아파트에 붐처럼 '에스보드'라고 하는 물건이 이곳저곳에서 아이들의 발이 되어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다 에스보드를 탈 줄 아는데 우리 아이들에게도 하나 구입해 줘야하는 거 아니에요?"

조심스레 아내가 이야기를 꺼냈다.

"가격이 비싸지 않으면 하나 구입하지 뭐, 아이들 운동도 되고 좋을 것 같은데."

바로 인터넷으로 가격조사에 착수한 결과 적어도 10여만원은 줘야 구입이 가능했다.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 무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윗집엔 싸게 구입했다는데."
"인터넷 경매시장에서 구입하면 싸지 않겠어?"

인터넷 경매에 올라온 에스보드는 시작 가격이 1000원부터였다. 물건이 하나 있었는데 누가 입찰을 시작하였고 1만원에 현재가격이 형성되어있었다. 1만2천원에 입찰을 시도했다. 다음 날 그 물건의 가격은 이미 10만원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 집 에스보드 구입 계획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 에스보드
ⓒ 최종술
토요일 오후 우리가족은 가까운 공원에 바람이나 소일 요령으로 나들이를 준비했다. 갑자기 아내는 손뼉을 치며 아래층으로 달려가더니 손에 "에스보드"를 들고 오는 것이었다.

"빌려온 겁니다. 한번 타 보기나 합시다. 아랫집 아이는 요즘 잘 타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놈(?)의 에스보드는 생각만큼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올라서려고 하기만 하면 몸의 중심을 잃고 기우뚱 스러지게 하는 것이었다. 몇 차례 시도에 벌써 콧잔등엔 땀방울이 송글 맺히기 시작하였다. 사람이 많은 공원이라 자꾸 스러지는 모습이 창피하기도 하였지만 더욱 가관인 것은 중심을 잡아보려고 내젖는 손동작이었다.

몸이 기울수록 '파닥파닥' 대는 손은 아기 새가 첫 날개 짓을 연습하기 위해 내젖는 그 모습과도 같으리라. 곁엔 에스보드를 유유히 타고 달리는 어린이들의 안쓰러운 눈빛들이 어지럽게 지나다니고 있었다.

결국 첫 시도는 실패로 끝이 났다. 빌려온 에스보드는 다시 주인에게 돌려주고 가까운 문구점에 가면 유사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기로 결심하였다.

"아랫집 아이가 타지 않겠대요. 그래서 당분간 우리 집에 두고 쓰랍니다."

그렇게 해서 에스보드가 우리 집에 당분간 있게 되었다.

▲ 이이들이 놀이를 즐기면서 타고 있다. 신기에 가까움!
ⓒ 최종술
그 뒤 저녁마다 시간이 남으면 막내와 아파트 한적한 곳에 에스보드를 들고 갔다. 처음에 올라서기를 달성했다. 그런데 앞으로 가질 않는 것이다. 팔을 휘저어도 보고 몸을 움직여 보아도 에스보드와 몸은 따로 노니 에스보드가 말을 들을 리 만무하였다.

그래도 끈기 있게 조금씩 며칠을 연습하였더니 보드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다시 주말이 되어 아파트 한쪽에서 에스보드를 연습하기 시작하였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아이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있던 아이가 신기한 듯 주변으로 다가 왔다.

"어른이 에스보드 타는 것은 처음이네, 우리 아빠도 못타는데."

아이가 흘리듯 중얼거렸다.

저 멀리서 어른들이 다가왔다.

"어른도 에스보드를 타네요. 저는 처음 타려고 시도하다가 크게 넘어지고 나서는 포기했는데, 아이들처럼 균형 잡기가 힘들더라구요."

"저도 처음엔 올라서지도 못했죠. 지금도 타는 것은 아니고 연습하는 중입니다."

아직은 몇 미터 가지 못하는 실력이지만 주변의 신기한 듯한 시선에 조금은 용기를 얻고서 더 열심히 탔다.

"까짓거 하다보면 되겠지"

▲ 주차장에서도 아이들은 차사이를 피해 다니며 타고있다.
ⓒ 최종술


#에스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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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을 사랑합니다. 그 영롱함을 사랑합니다. 잡초 위에 맺힌 작은 물방울이 아침이면 얼마나 아름다운 빛의 향연을 벌이는 지 아십니까? 이 잡초는 하루 종일 고단함을 까만 맘에 뉘여 버리고 찬연히 빛나는 나만의 영광인 작은 물방울의 빛의 향연의축복을 받고 다시 귀한 하루에 감사하며, 눈을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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