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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교육하는 곳이어야 한다. 학교는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기르는 곳이어야 하고, 아이들이 교사들로부터 올바른 세계관과 지적 자양분을 습득하여 한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교사는 아이들을 하나의 소중한 인격체로 대하고, 아이들은 교사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믿고 따라야 한다. 이 얘기는 이제 너무도 고리타분하고 단지 이상에 불과한 얘기로만 치부해버려도 될 일인가.

 

교실붕괴가 미국에도 있었고, 일본에도 있다지만, 오늘의 우리 학교는 이런 교육의 본질과 학교 본연의 모습으로부터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우리나라의 학교만 그런가. 물론 그렇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의 학교는 해도 해도 너무 심하다는 얘기다.

 

경쟁, 경쟁만이 춤추는 학교

 

이미 지난 얘기지만, 세계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 새벽 6시 반부터 차가운 교실바닥에서  일과를 시작하는 소위, -1교시, 0교시가 있었단 말인가. 세계 어느 곳에 밤 11시 혹은 12시까지 심야자습을 하느라 학교를 대낮같이 불 밝히는 나라가 있었던가(오죽하면 이 모습이 지난 1989년 브라질 국영TV의 "믿거나 말거나"란 프로그램에 방영되었겠는가).

 

세계 어느 곳에 한 지역의 교육과 학예를 관장하는 지역 교육청이 밤 12시 혹은 새벽 1시까지 사설학원 교습을 묵인하고 방조하는가. 이는 아이들의 인권 이전에 아이들의 신체를 고문하고 학대하는 짓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가계수입의 1/3을 사교육비에 쏟아 붓고, 중고등학생 3명 중 1명이 학습부담과 성적경쟁에 못이겨 자살을 머리에 떠올리는 나라가 있는가. 세계 어느 나라의 언론이 앞장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면서 입시경쟁을 독려하는가. 교육관련 경쟁에 관한 한 참 희한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8월 하순 개학 때 최고 기온이 35-6도를 오르내리는 폭염경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학교예술제를 강행하는 진풍경은 도무지 학교도 아니고 교육도 아니다(10월에 예술제를 하면 수능 준비하는 고3수험생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어디 그 뿐인가. 미국 해외유학생 수 1위, 세계 토플 응시자수 최다 1위, 그러나 세계 대학 경쟁력 100위권 내에 드는 대학은 하나도 없는 우리나라,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치곤 솔직히 좀 부끄러운 일이다. 

 

학생은 여전히 통제와 관리의 대상

 

단위학교에선 매일 아침 등교 때마다 지각 단속, 두발 단속, 복장 지도, 인성 지도를 위해 교사와 학생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도열하여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한다. 다 큰 고등학생들을 관리하고 통제해대는 이런 풍경은 이제 좀 그만 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직도 등교시간의 우리 학교는 70년대 군부독재 시대의 페러다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까지는 아니지만, 이 시간 아직도 대부분의 학교들은 여전히 30년 전 구태의 너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말이지 이젠 이 구습의 멍에를 과감히 떨쳐내어야 한다. 이런 '교육'은 결국 아이들을 타율에 길들이는 '노예교육'일 뿐이다.

 

아이들을 이른 아침 등교 통제부터 시작하여 심야까지 무한경쟁의 수렁에 몰아넣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못 입고 못 배운 시절'에 대한 한풀이가 되고 욕구 충족은 될 수 있을지언정, 그게 참된 교육의 모습이 아님은 분명하다.

 

2000년 이후 기초 지자체마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지은 전국 방방골골의 청소년회관이 청소년들이 사용치 않아 각종 설비와 시설물들이 사장되거나 방기되어 흉물스런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한다.

 

새벽부터 심야까지 청소년들을 학교에 가두어 놓아 이용할 짬이 없으니, 유아들이나 성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이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지은 행정기관만 나무랄 일이 아니다. 이것도 다 잘못된 우리교육 책임이 아닌가.

 

헌법에 보장된 청소년들의 행복추구권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그들을 교육이란 미명하에 학교라는 울타리에 온종일 가두어 놓는 사회는 엄격히 말하면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그들의 자유와 창의를 시멘트 벽돌 속에 온종일 가두어 놓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사회라면, '파리도 새다.'    


학벌사회 타파만이 유일한 대안

 

우리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유명 연예인들의 '학력 위조'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우리 같은 학벌사회에서 그럴 수도 있다거나 그들이 학벌사회의 피해자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간 교육관련 무한경쟁을 지독하게 부추겨온 우리 '교육사'를 들여다보면 사필귀정일 뿐이다.

 

이 문제에 대해 어느 누구를 탓하거나 벌주는 것만으로는 도무지 해결의 방도가 서질 않는다. 지독한 학벌서열사회와 우리 사회 주류들의 소위 '패거리'문화에 대한 책임은 우리들 모두에게 있다. 이 '거짓이 태반인 사회, 부도덕의 굴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정에서 학교에서 과정보다는 결과를, 정직보다는 요령을, 공익보다는 자신과 가족의 이익을 먼저 추구하도록, 저 순진무구한 아이들을 길들여온 죗값을 우리 스스로 받는다고 보면 된다.

 

혹서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의례적으로 실시하는 '여름방학 보충수업'을 아이들의 성장 주기나 체력 안배를 위해 수업시수를 조금이라도 줄이자고 얘기하면, '그래도 한 시간이라도 더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되묻는 우리 보통 학부모들의 천박한 교육관과 '무작정 자식 사랑'이 빚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교사도 학생도 온통 경쟁의 수렁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것이 오늘의 학교 현장이다. 교사는 교장 승진 점수를 확보하고 좋은 근무평가를 얻기 위해 학연 지연을 동원하고 연줄을 잇기 위해 다투어 경쟁하고 있다. 

 

그러니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해 연구하고 토론하고 성과물을 내는 일은 꿈같은 얘기다. 아이들은 대입전형에 필요한 1점이라도 더 받기 위해 친구를 적으로 보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희대의 야만, 경쟁이데올로기가 오늘의 우리 학교를 점령해 버린 지 오래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떠나야만, 교육혁신 가능해

 

교육부와 교육혁신위도, 대학도 중·고등학교도 아이들과 교사들을 어떻게 하든지 이 경쟁 시스템을 확고히 하고, 효율적으로 그리고 세련되게 제도로 만들 것인가에만 골몰한다. 진정으로 학교다운 학교, 교육다운 교육을 이루어 내기 위한 고민과 실천은 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오늘날 학교현장에는 교육은 사라지고 경쟁만 횡행한다. 그것이 가감 없는 오늘 우리 학교의 현주소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우리사회의 학벌로 인한 인간서열화는 이미 위험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간 서울대 학부를 폐지하여 연구중심 대학원으로 개편하고, 전국 국공립대학 평준화 네트워크를 우리교육의 고질병을 치유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장해 온 교육진보세력들에 대해 우리 사회 주류들은 여전히 콧방귀만 뀌고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우리 교육의 시스템에 대해 이젠 모두 솔직해져야 한다. 그리고 대선을 서너 달 앞둔 이 시점 우리의 '교육병'을 치유하기 위해 메스를 들고 토론의 장에 나와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어른들의 시선으로만 아이들과 교육을 바라보지 말자. 현재의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들이 우리 사회의 주역으로 살아야 할 20년 후, 30년 후의 미래 세상의 텍스트를 상정하고 교육문제를 논의해 보자.

 

거꾸로 20년 전, 30년 전 어른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아이들을 대하면 아이들과 싸울 일밖에 없다. 그저 아이들을 어른들의 입맛에 맞추어 길들이려 들거나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악순환을 그만 되풀이 하자. 여기서 출발하는 것이 교육혁신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무한한 인내심을 가지고 저들의 '막무가내'와 '방종'을 수용하고 어른들의 참된 권위로 저들을 지도하고 교육해야 한다.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고 교사의 권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바꾸고 세부 방책을 연구하고 마련해야 한다. 그게 교육부와 교원단체와 교육운동단체가 진정으로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정도원 기자의 카페는  http://cafe.daum.net/dowon2017 입니다 


#교육#경쟁#학벌#통제#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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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해직교사 詩人·한국작가회의회원 전교조 대구교육연구소장 교육민주화동지회 부회장 저서 : 『교단으로 돌아가면』 『우리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겨울나무는 외롭다』 『더 나은 교육은 가능하다』 『교육보다 교사가 먼저다』 『삼백예순날 하냥 외롭고 순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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