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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그야말로 '폭풍'을 일으켰습니다. 심상정 의원이 대선후보 경선에서 졌다는 사실을 안타까워 하는 민주노동당 내 좌파들이 많은 이유, 제대로 아셨을 것입니다. 심상정 의원은 '삼성금융계열사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로드맵(2005.5)'이라는 삼성그룹의 내부문건을 공개하면서 삼성그룹이 '삼성은행'을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교묘하게도 이 시점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금산분리 원리 완화·폐지'를 주장했습니다. '금산분리 원칙'이란,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지배하면 특정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자금을 빼돌리며 금융기관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만든 원칙"을 말합니다.

 

'금산분리 원칙' 끌어내리기 시작한 경제전문언론

 

안그래도 요즘 들어 경제전문언론들이 '금산분리 원칙'에 대해 바람을 잡은 사례가 유난히 많았습니다. 다분히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을 표방하면 이명박 후보가 50%가 넘는 지지율을 얻으면서, 움직이기 시작한거죠.

 

<미디어오늘>은 지난 8일자 기사 <금산분리 폐지 주장하는 경제지들 속내는?>을 통해 경제전문언론들이 어떤 기사를 통해서 '금산분리 원칙 완화'를 주장해왔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했습니다.

 

특히 <매일경제>는 지난 8일자 기사 <민간금융위 "산업자본 은행지분 4% 제한 완화해야">를 통해 아주 교묘하게 논리를 전개했습니다. '유지론자'인 권오규 경제부총리와 김용덕 금감위원장, '완화·폐지론자'인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과 대한상공회의소의 주장을 비교하는 듯한 논조를 취하다가, '완화론'에 무게를 실어둔 '민간금융위원회'의 견해를 중시하는 기사를 작성한거죠.

 

"민간 전문가들이 모여 금융 이슈를 진단하는 민간금융위원회(위원장 이필상 고려대 교수)가 최근 정기 회의를 열어 금산분리 원칙은 유지하되 산업자본의 4% 지분 제한을 완화하라는 제안을 내놓았다.
즉 산업자본이 시중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4% 초과해서 소유할 수 없고, 의결권 없는 주식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 은행법은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산업자본이 은행 주식을 사지 않다 보니 외국인 지분율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문제점도 있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이 80%를 넘고, 신한금융지주 외국인 지분도 60%대(재일동포 지분 20%까지 포함하면 80%대), 하나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은 70%대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 보니 경영을 감시하는 눈초리가 덜 매서워 전문경영인이 대기업 오너처럼 은행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폐해도 생겼다.

또 금산분리가 완화되지 않은 채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매각이 추진될 경우 국내 금융자본의 여력이 부족해 이들 은행이 외국계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민간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의 원칙을 뒤흔드는 수준으로 완화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데 대해서는 '시기 상조'란 입장을 밝혔"고, 그 입장을 기사에 게재했으면서도 <민간금융위 "산업자본 은행지분 4% 제한 완화해야">이라는 제목,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쏙 골라서 정해버렸다는 것입니다.

 

<한국경제>도 지난 9월 20일자 기사 <전경련 "非은행 금산분리 등, FTA시대 한국기업 발목 잡는다">를 통해 '금산분리 규제'를 언급하며 "미국은 은행업의 경우 엄격한 금산분리 원칙(동일인의 은행 주식 취득을 5% 이내로 제한)을 적용하고 있지만 증권,보험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전규제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금산법에서 은행,비은행을 구분하지 않고 금융기관이 같은 그룹 내의 계열사 주식을 소유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전경련이 '비은행 금융기관 금산분리 규제'를 부당한 규제라고 주장하는 것을 사실상 옹호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디어오늘>은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100대 은행과 보험사 중 산업자본이 지배주주인 경우는 각각 4개, 8개에 불과하다. 또한 이 100대 은행과 보험사의 지분을 가진 개별회사들 중 90%가 우리나라와 같이 4% 미만을 소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금산분리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는 이야기"라는 반론을 전개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주장을 머쓱하게 했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한가지 더 재미있는 것은 이미 재벌은 증권이나 보험 등의 업종에 충분히 진출한 상황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디어오늘>도 이 점을 지적했습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100대 은행과 보험사 중 산업자본이 지배주주인 경우는 각각 4개, 8개에 불과하다. 또한 이 100대 은행과 보험사의 지분을 가진 개별회사들 중 90%가 우리나라와 같이 4% 미만을 소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금산분리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동걸 원장은 5일 세미나에서 "우리나라도 은행업에 대해서만 막고 있지 제2금융권은 산업자본이 거의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는 산업자본의 금융 소유가 심한 편에 속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은산분리를 허물자는 주장은 축구선수가 야구를 못하게 한다고 불평하는 것과 같은 논리에 기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게다가 이미 국내 주요 증권사나 보험사는 산업자본의 소유 아래 있는 상태다. 이 원장은 "제발 은행을 인수하는 증권사나 보험사가 나왔으면 하는 게 희망사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이 전자그룹과 금융그룹으로 나눠진다면 삼성 금융그룹이 얼마든지 은행을 소유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외에도 경제전문지들은 <미디어오늘> 8일자 기사가 잘 드러냈듯이 지속적으로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도 8일 8면 <기로에 선 금산분리>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금산분리 폐지 또는 완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8일 8면에서 아예 "산업자본이 가세해야 글로벌 투자은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현재 한국 금융산업은 시스템적으로 경영의 독립성과 건전성이 확립돼 있어 사금고로 전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금산분리 완화 또는 폐지의 부작용이 있다면 보완책을 추가로 마련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

 

"헤럴드경제는 뜬금없이 지난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발언을 인용해 "규제완화는 선진국이 하는 것 보면 다 나와있다"며 "공격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8일 3면 <"심리적 기업 압박부터 풀어라">에서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에 걸림돌이 되는 출자총액제한제, 금산분리제라는 독소조항을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선제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는 재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심지어 <한국경제>는 지난 9월 19일자 사설을 통해 "산분리 원칙을 폐지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게재했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괜히 '금산분리 원칙 완화·폐지'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금산분리 원칙 완화·폐지' 무엇이 문제일까

 

심상정 의원이 괜히 '삼성은행' 문건을 터뜨린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앞서 <미디어오늘>이 지적한 경제전문언론의 일종의 '선동'과 맞물려 생각해보면, 재벌이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을 업고 '은행 소유'를 노리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상황이 성립됩니다.

 

'금산분리 원칙'은 "불과 10년 전 재벌이 종금사를 소유, 사금고화함으로써 외환위기의 발단이 됐다"는 정동영 통합신당 대선후보의 간단한 '완화 반대 논리'만 들어봐도 유지의 근원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한국의 재벌은 특유의 '족벌 체제'를 형성하고 있고 '지주회사' 운운하면서 계열회사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일이 일상에 가깝습니다. 그뿐 아니라 은행은 기본적으로 '공공재'로 분류되는 기관입니다. 엄연히 '사적 이익 창출'에 중시하는 재벌, 특히 '족벌 체제의 재벌'이 '공공재'를 소유할 경우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입니다.

 

'기업이 은행까지 소유해 대중에게서 자금을 자체 조달할수 있게 된다'면, 정부의 '재벌 견제 장치'는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입니다.

 

이런 '금산분리'에 대해 완화·폐지를 주장하는 이명박 후보, 그가 주장하는 '감세'와 '규제 완화'는 말로만 들을 때는 서민들을 위한 제도 같아보여도, '족벌 체제의 재벌'과 같은 5%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후보는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정부 기능이 상실된 국책은행은 민영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합니다. 우리가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민영화'라는 단어입니다. 이건 교묘한 은폐에 가까운 단어죠. 실질적으로 '민영화'라는 것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이들의 '사영화'라고 해야 합니다.

 

무분별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한 영국의 대처 정권이 공공재 분야에서 부작용에 시달린 이유는, 이 '민영화'라는 탈을 쓴 '사영화'를 지나치게 추구했다는 점입니다. 공공재 전반의 서비스 질이 더욱 떨어지면서 시민들이 더 큰 불편을 겪게 된거죠.

 

이런 마당에, '국책은행'까지 '사영화'를 된다면 중소기업은 그야말로 폭탄을 맞는 일이 발생할 것입니다.

 

떠들썩한 '금산분리 논쟁' 숨기느라 바빴던 네이버

 

이 '금산분리 논쟁'은 포털 중에서 '다음'이 뉴스홈 메인에서도 비중있게 보도했습니다.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 양자의 입장, 그리고 심상정 의원의 '삼성은행' 문건 폭로 기사까지 중립적으로 게재하면서 누리꾼들의 판단과 논쟁을 유도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네이버에서는 이 떠들썩한 논쟁을 단 한순간도 뉴스홈 메인에 노출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늘 오후, 다음과 네이버 뉴스홈 메인, 정치홈 메인을 갈무리한 이미지를 보시길 바랍니다.

 

다음은 '금산분리 논쟁'을 비중있게 노출한 '다음'의 초기화면입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 중요한 논쟁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습니다.

 

 

 

은행은 분명히 전국민이 이용하는 '공공재'이며, 이 '공공재'를 재벌이 직접 소유하게 해야 한다는 유력 대선 후보의 주장이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물론 네이버 뉴스팀 측은 '대선후보 카테고리' 속에 이 '금산분리 논쟁'을 충분히 다루었다고 해명했지만,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차기 정권의 경제정책 전반이 달려있는 논쟁이었다는 점에서 '카테고리'를 넘어서 더 중요하게 취급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한민국, 재벌 공화국·신자유주의 공화국이 될 것인가

 

이명박 후보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 주장, 그리고 '삼성은행 설립 의혹', 경제전문언론의 '금산분리 완화·폐지' 선동, 그리고 이런 중요한 이슈를 철저히 숨기는 네이버.

 

이렇듯 대통령 선거를 두달 앞둔 시점에서 '5%'만을 위한 움직임들이 구체적으로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가 이래서 무서운 것입니다. 신자유주의는 '5%'를 위해 '95%'를 착취하면서 그네들만의 돈놀이만이 성립할 수 있게 하는 무서운 구조인 것입니다.

 

이명박 후보는 자신의 지향점이 '5%'를 위하는 것임에 있음을 분명하고 솔직하게 밝혀야만 합니다. 그리고 네이버 역시, '편집권'을 이렇게 교묘하게 악용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밝히길, 다시 한번 권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명박#정동영#네이버#금산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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