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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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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을 열어본다. 입을 옷이 없다. 한 때는 갖고 싶어 애탔던 유명브랜드 옷들이 걸려있지만 손이 가지 않는다. 방을 둘러보니 먼지 쌓인 채 언제 샀는지도 모르는 것들이 가득하다.

TV에서는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나와 이 물건을 사야만 행복할 거라는 표정을 짓는다. 눈을 돌려봐도 여기저기 온통 광고다. 무언가를 사지 않으면 안 될 거 같다.

아무리 사서 구색을 갖춰도 남의 떡이 늘 더 커 보이고 박탈감이 엄습한다. 마실수록 목마른 바닷물처럼 소비에 얽매인 생활을 돌아본다. 지름신이 오셔서 질렀던 물건들을 다시 보며 생각한다. ‘과연 이게 필요한 것인가.’

<즐거운 불편>(후쿠오카 켄세이, 2004, 달팽이)는 일본 기자가 소비사회를 반성하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스스로 생산하며 소비와 행복의 관계를 살핀 르포로서 소비를 성찰하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책 내용은 크게 둘로 나뉜다. 먼저, 앞쪽은 신문기자인 지은이가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도시락을 싸다니고,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일들을 1년 동안 실천하고 기록한 내용을 담았다. 그는 직접 가꾼 채소로 밑반찬을 하고 농사를 지어 쌀도 거둔다. 달마다 불편목록을 만들어 실행하며 느낀 점과 달라진 생활을 솔직하게 적어 생생하게 지은이의 체험이 전해진다.

뒤쪽은 현대사회를 염려하여 여러 방법으로 연구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대화한 내용을 실었다. 카누로 강을 여행하는 이, 귀농문필가, 경제평론가, 해체교육을 펼치는 보육원장, 대학교수들과 이야기 나누며 사회, 환경, 문화 세태를 진단하고 고민하며 대안을 모색한다.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현대 도시인들의 뒤 편에는 소비를 해야만 굴러가는 사회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끝없이 생산하고 팔아야 다시 생산할 수 있기에 소비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 매스컴은 시청자를 소비자로 바뀌게 꾀고 사람들은 소비에서 만족과 허탈을 되풀이하며 살아간다.

둘러보면 지금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 환경파괴, 자연재해, 자원고갈, 지구 앞날을 생각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책을 읽은 뒤 진정 행복은 어떨 때 느끼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찬찬히 고민하게 한다.

법정스님의 말씀을 끝으로 적어본다.

‘소유란 그런 것이다. 손안에 넣는 순간 흥미를 잃는다.’


즐거운 불편 - 소비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한 인간의 자발적 실천기록, 개정판

후쿠오카 켄세이 지음, 김경인 옮김, 달팽이(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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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는게 아니라 즐기라구

#즐거운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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