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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 아침, 몰려오는 피곤을 무렵 쓰고 이른 아침을 먹었습니다. 맑고 화창한 날씨에 마음부터 밝아졌습니다. 다른 날은 몰라도 이날만큼은 야외로, 가까운 사찰이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방송매체에서는 불기 2552년 '부처님 오신날'이라고 다채로운 행사를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어디로 나가볼까 싶어 고민하고 있던 중,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딸아이 친구로부터 걸려온 전화였고, 같이 뒷산에 가자는 제의를 했습니다. 순간,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곧 약속 시간을 정하고 만났습니다. 봄볕에 환한 웃음을 짓는 아이들을 앞세워 이웃언니와 함께 뒷산으로 올랐습니다. 여러 갈래의 산책길이 나왔지만 몇 번 찾아왔던 기억이 있어 쉽게 길을 찾아 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잠시 올라가니 관음사 절에서 흘러나오는 스님의 불경 읽는 소리가 발길을 멈추게 했습니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신이 나서 좁은 산길을 달리기도 하고 그러다 넘어져도 마냥 즐거운 웃음을 띠었습니다. 사찰로 내려가는 갈래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래도 '부처님 오신날'인만큼 사찰을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습니다. 등을 사서 다는 사람, 법당 안에서 절을 올리는 사람, 대웅전 옆 빈 공간에서 미리 준비된 점심을 먹는 사람, 사찰을 둘러싸고 있는 산 아래 여기저기 풀밭에 앉아 차를 마시며 얘기하는 사람 등 사찰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상황이 그렇게 되고 보니 아주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우선 아이들이 '부처님 오신날'의 분위기에 젖어 즐거워했습니다. 사람들에 파묻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맛있는 비빔밥과 따뜻한 차 한 잔을 하고 다시 사찰을 뒤로 하고 뒷산의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운동도 하며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모처럼 이웃언니와의 즐거운 수다도 떨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보낸 후, 산을 내려오는 길에 다시 관음사에 들렀습니다. 마침 특별한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300m 정도 되는 흰 천위에다 반야심경 퍼포먼스를 쌍신 김동욱 선생님이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그 주위로 신도들과 관음사를 찾은 많은 사람들이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사찰 퍼포먼스라 의아해 하면서도 반야심경을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다는 얘기에 신기해하며 그것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한 사람들 틈에 끼여 첫 자를 쓰는 설렘에 모두들 한 곳으로 시선을 집중하고 봤습니다. 아이들도 서로 보려고 야단이었습니다. '반야심경 퍼포먼스', 사찰 입구부터 300m 그 긴 천의 끝부분까지 이어지는 행진은 두 시간 가량의 시간이 예상했습니다. 사람들의 환호와 함께 긴장된 마음을 안고 김동욱 선생님은 반야심경을 써 내려갔습니다. 관음사 스님의 목탁소리와 신도들의 한 자를 쓸 때마다 올리는 절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별 거 아니라고 말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부처님 말씀처럼 마음을 비우고 그것을 바라보는 그 순간만은 진정 놀라움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낯익지 않은 퍼포먼스에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관음사를 찾은 많은 사람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들뜬 채로 반야심경은 이어졌습니다. 사찰에서 그것도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특별하게 행해진 퍼포먼스에 새로움과 그 어떤 경이로움 마저 느꼈을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 같았습니다. 이웃과 함께 딸아이 하고 모처럼 여유로움을 만끽했습니다.

 

봄 햇살 따사로운 오후, '부처님 오신날' 한 사찰에서 이루어진 반야심경 퍼포먼스가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퍼포먼스#반야심경#부처님오신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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