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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의심 쇠고기 수입 문제를 둘러싸고 그동안 정부가 취해온 일련의 행태를 보면, 이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부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말로는 “국민의 머슴이다” “국민을 섬긴다” 번지르르 해놓고 실제로는 이른바 ‘강부자’만을 국민으로 생각하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할 의무와 권리를 저버리고 광우병 우려 쇠고기 수입금지의 빗장을 그렇게 무책임하게 황급히 풀어버린 진짜 이유가 뭘까? 협상의 첫 단추를 왜 그다지도 잘못 끼워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대다수 국민들은 전후 관계와 심증으로 미루어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는데도 유독 정부 관계자들만 진실을 말하려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협상 상대국인 미국 정부와 미 축산업계의 대변인 노릇하듯 그들의 이익만을 위해 복무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지고 있어 자존심에 상처받은 국민들의 분노가 온 누리에 가득하다. 

우리 정부에게 과연 주권국가로서의 자주성과 자존심을 지켜나갈 의지와 능력이 있는 것일까? 가장 심각한 것은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뉘우쳐 정도대로 새롭게 시작 도전하려는 도덕적 용기의 리더십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책임져야할 사람들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은 하지 않고, 최고결정권자의 눈치만 살피며 말 바꾸고 짜 맞추기에 급급한 형편이다. 

보다 못한 국민들이 분연히 일어섰다. 중·고등학생 남녀노소 모두 함께 이웃이랑 ‘광우병 의심 미국 산 쇠고기 수입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청계천으로 광화문으로 모이고 또 모여 민심의 촛불을 밝히고 있다.

진실성 결여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불만이 날로 확대 확산되어 전례 없는 정부에 대한 지지도 하락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고집과 오만의 벽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의 소리와 행동에 대해 철 지난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 ‘좌파’니 ‘배후’니 운운을 계속한다면,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뿌려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지 심히 염려된다.

특히 일부 수구언론과 극우단체의 단세포적인 ‘색깔 칠하기’ 악습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나 홀로 애국’의 독선에 빠진 재향군인회를 비롯한 극우단체들은 이번 문제의 본질과 동떨어진 ‘반미친북’ 선동구호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촛불 든 시민을 폄훼 모함하고 있으니, 차라리 연민마저 느껴진다.

비록 광우병이 우려되긴 하지만 값이 싸기 때문에 조그만 틈이라도 보이면 미국 산 쇠고기가 바로 군대로 유입 식탁에 오를 가능성이 많다. 학교급식은 학부모들의 강렬한 반발과 전교조등 관련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감시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만, 군대는 상부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라야하기 때문에 간단하지 않다.

복무중인 병사들의 부모들이 밤잠을 설쳐 걱정하지만 자식이 불리해질까 두려워 속으로만 끙끙 앓으며 속수무책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다. 부사관들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장기복무 가족들은 건의하기를 더 꺼려한다.

국방부에선 국산 쇠고기만 급식하겠노라 보도했지만, “축산 농가를 위해서”라는 그이유가 문제다. 군의 특성상 “이제 더 이상 축산 농가를 도울 필요 없다” 한 마디면 언제든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광우병으로부터의 보호라는 목적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재향군인회가 강력히 주장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진실로 우리 국군을 위하고 장병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단체라면,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 장병들에게 광우병 우려가 있는 쇠고기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고 결연히 선언하고 그 실행을 강력히 촉구 독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하는 일은 늘 옳고, 미국이 요구하면 뭐든 응해줘야 한다는 숭미(崇美)사대주의에 찌들어있는 그들로서는, 광우병보다 더 무서운 우려가 있어도 미국이 원하는 일이라면  거부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아니, 늘 그래왔듯이 앞장서서 미국의 뜻에 맞추라고 호통 칠 것이다.

나는 광우병 사태에 즈음하여, 미군이 뿌린 고엽제에 의하여 불치의 병에 걸려 피맺힌 한을 품고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나의 전우, 월남참전 용사들을 떠올려 본다. 정부와 사회가 사실상 이방인으로 취급하며 홀대해 왔던 그들이다. 고엽제가 그러했듯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급식의 결과에 대해 현재로서는 아무도 장담 할 수 없다. 세월이 흐른 뒤 정말이지 만에 하나라도 비극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면, 그 때는 과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며 누구를 붙잡고 호소해야 하겠는가?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다.

뼈가 부스러져가는 서러운 몸을 안고 외롭게 연명해가고 있었던 고엽제 감염 전우들을 떠올리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다음과 같이 외친다. 우리 군은 광우병 의심 쇠고기 납품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이런 결단을 통해 우리 국군은 국가적 대재앙이 될 수도 있는 위험에서 나라를 구해낼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제약과 고려 때문에 정부 부서에서 공식적으로 거론하여 나서기는 곤란한 문제일지 모른다. 그러나 군은 다르다. 장병들의 건강과 사기증진을 위해서 반드시 결행해아 할 일이다. 최저가로 낙찰되었다는 규정의 함정에 빠져 군에 반입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단단히 하라. 미국 산이 호주산으로 둔갑하여 납품되는 등과 같은 비리가 없도록 철저한 감시 감독체제를 구축하여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우리 국군을 보호하라.

덧붙이는 글 | 표명렬 기자는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입니다.



#광우병#고엽제#장병들의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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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을 부하인권존중의 ‘민주군대’, 평화통일을 뒷받침 하는 ‘통일군대’로 개혁할 할 것을 평생 주장하며 그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해왔음. 만84세에 귀촌하여 자연인으로 살면서 인생을 마무리 해 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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