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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마돈나를 만났다. 마돈나? 미국 팝가수 마돈나도 아니고 강남 술집 마담도 아니다. 외형적으로 마돈나와 거리가 좀(?) 있는 강동구를 대표하는 시민활동가 위례시민연대 최영선 사무국장이 주인공이다.

 

10년차 주부 최영선 사무국장이 펴낸 <마돈나, 결혼을 인터뷰 하다>(행복한 나무)는 발칙한 아줌마의 고군분투 결혼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유부녀 마돈나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결혼 후 겪어야 하는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어려움과 고통, 그 속에서 비집고 커가는 행복을 이야기한다.

 

미국 팝가수 마돈나는 감각적이고 달콤한 댄스 음악도 훌륭했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끈 건 단연 육감적인 외모였다. 그녀는 친절하게도 자신의 탄탄한 몸매 중 일부를 스스럼없이 내보였다.

 

앨범 재킷 뒷면에서도 쉽게 확인되듯, 그녀는 그 충격적이던 - 그러나 지금은 일반화되다 못해 촌스런 지경까지 이른 - 배꼽티를 입고 흥겹게 'Holiday', 'Borderli ne'을 노래했다. 이 '불량한' 마돈다는 강동구에 살고 있는 최영선 아줌마 마돈나와도 많이 닮았다. 육감적인 몸매만 빼고 대신 그녀는 아줌마 특유의 노련미로 우리를 유혹한다.

 

유학 대신 지금의 남편과 연애 시작 후 5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한 마돈다는 아픔이 많은 아줌마다. 부모님은 그녀가 다섯 살 때 헤어졌고 어릴 적 친척집을 전전하면서 눈칫밥을 먹으며 성장했다. 우여곡절 끝에 인문계 고교에 진학했고 대학에서는 국문학을 전공한 후 출판사와 지역 언론사에 살짝 몸담았지만 지금은 지역시민단체 활동가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며 자신이 사는 지역에 '여성성장학교'를 개설했다. 한마디로 악바리처럼 살아왔다.

 

그런 아줌마 마돈나는 평범하기 그지없다. 저소득층이 밀집돼 있는 지역의 50제곱미터 정도의 빌라에 전세로 살고 있으며 하는 일은 많은데 수입은 변변찮다. 집도 절도 없고 모아놓은 돈도 없는 친정어머니는 몇 년째 아프고(무남독녀인 마돈나가 모셔야 한다), 빨래를 갠 후 제자리에 놓을 줄 모르는 남편, 바쁜 엄마 때문에 뺑뺑이 학원으로 바쁜 딸이 그녀의 재산이다.

 

지역시민단체 활동가, 아내, 엄마, 며느리로 살아가면서 겪는 좌충우돌 경험담을 과감하게,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시어머니와의 갈등, 은밀한 남편과의 잠자리 비밀까지 오픈한 그녀 참 대단하다.

 

마돈나는 유쾌하고 엉뚱하고 또 화끈하다. 혼수가 시원찮다는 시어머니를 향해 "제가 갓 결혼했을 때 어머님이 혼수가 시원찮아서 친척들이 와도 창피해서 우리 방을 보여줄 수 없다고 하신 말씀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요. 저는 일하는 사람이에요. 아침잠도 많은 편인데 새벽마다 일어나서 아침 밥하는 거 어려워요. 너무 힘들어서 미칠 지경이에요"라고 말한다. 참 막돼먹은 며느리지만 그날 이후 마돈나는 화병이 잠잠해졌다고 한다.

 

이처럼 그녀는 결혼이라는 지옥에서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그녀는 시댁으로부터 분가도 성공했고, 돈도 못 버는 것들이 무슨 공부냐고 의아해하시는 시부모님들을 "저희는 경제력으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기 못해요. 돈을 저축하기 보다는 실력을 저축해서 살아 가겠어요"라고 온몸으로 설득한 후 고 3때 보다 더 열심히 책과 연애하면서 대학원 공부도 마쳤다. 가끔씩 친구들과 홍콩 등지로 밀월(?)여행도 감행하는 아주 씩씩한 삶을 누리고 있다.

 

자유부인을 꿈꾸는 비법 대공개

 

누가 보면 속 편한, 철없는 아줌마라고 할지 모르지만 10년차 주부로 살아가면서 엄마·아내·며느리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은 행복한 성과들이다.

 

마돈나는 이 땅의 유부녀에게 자유부인을 꿈꾸라고 충고한다. 그러기 위해서 10가지 실천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매년 희망사항을 점검하고 기운 빠지는 모임은 과감히 사절하고 자신을 위해 한약을 지어 먹으라고 충고한다. 나를 위한 선물도 자유부인이 되기 위한 필수 아이템. 최대한 가수처럼 가무를 즐기고 형제애보다 진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를 만나고 일단 무조건 경험해 보라는 등 10년차 아줌마 마돈나가 몸으로 체험한 충언들이 책 마지막을 장식한다.

 

마돈나는 결혼을 앞둔 사람이나 결혼한 사람들이여 배우자를 생각하며 '이혼을 상상하라'고 말한다. 왜, 정신 바짝 차려지고 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다. 결혼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는 미스에게는 다소 위험한 책일 수도 있겠지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아줌마들 '어머! 내 얘기네'하며 100% 공감대 형성에 문제없을 만큼 유쾌한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동부신문(2008년 6월 25일 683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마돈나, 결혼을 인터뷰하다

최영선 지음, 송진욱 그림, 행복한나무(2008)


#마돈나#최영선#위례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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