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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지난 2006년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부녀회는 종부세 납부 거부운동을 펼치면서 단지마다 이같은 표어를 내걸었다. 이들의 주장은 이번 여당 종부세법 개정안에 고스란히 담겼다.
 사진은 지난 2006년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부녀회는 종부세 납부 거부운동을 펼치면서 단지마다 이같은 표어를 내걸었다. 이들의 주장은 이번 여당 종부세법 개정안에 고스란히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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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원래대로 되돌리는 건데, 당연히 그렇게 돼야지. 우리가 무슨 투기꾼들도 아닌데 말야. 안 그래요?"

이아무개(67)씨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반문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중인 종합부동산세 완화 움직임에 대해 할말이 많아 보였지만, 그는 말을 아꼈다.

지난 29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주변 'ㅅ' 부동산컨설팅 사무소에서 그를 만났다. 15년째 이곳서 살고 있다는 이씨는 "이제까지 투기같은 것은 생각도 않고 살아왔는데 종부세 대상이 되면서 마치 투기꾼이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종부세가 잘못된 세금인가'라고 묻자, "집 하나 가지고 살고 있는데, 내가 집값을 올린 것도 아니고 (정부가) 올려놓고 말이지"라며 "(집을) 내놔도 잘 팔리지도 않고, 또 세금(양도소득세)도 엄청내야 하는데, 이게 쉽게 안 되는 거예요"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컨설팅사무소 김정현 중개사는 "여당에서 종부세하고 양도세 등을 완화한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면서 "올들어 계속 하락 추세에서 요즘은 약간 보합쪽으로 가는 것 같다. 급매물도 사라졌고,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압구정동서 만난 60대 남성의 항변 "되돌려 놔야지..."

지은지 30여년이 다 돼가는 한양아파트의 경우 단지마다 약간 차이가 있지만 적게는 8억원대(19평)에서 20억원 초반(53평)대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물론 공시지가로 계산하면 이보다 가격은 더 낮아진다.

종부세 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라가고, 과세 기준을 세대별에서 사람별로 합해서 매길 경우 이곳 집주인 대부분이 큰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 중개사는 "이곳 단지의 경우 20억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부부 이름으로 9억에 못미치게 명의를 바꾸게되면 1년에 1700만원 정도 세금을 안낼 수 있다"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이씨가 "원래 내야할 세금이 아니라니깐..."이라며 거들기도 했다.

중개사무소를 나와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정아무개(37, 여)씨의 반응은 좀 달랐다. 그는 이곳서 전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다. 정씨는 "얘들 교육 때문에 강북 집 정리하고 작년에 내려왔다"면서 "집주인이 종부세를 이야기하면서 전셋값을 1000만원 더 올리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종부세를 깎아주면 집 주인이 전셋값을 내릴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과연 그러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집값이 오른만큼 그에 맞게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것 같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서울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서울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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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 삼성동 아이파크와 도곡동 타워팰리스

자리를 옮겼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알려져 있는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지난 2004년에 처음으로 입주하기 시작한 이곳은 최고층 46층으로 모두 3개의 타워형 주상복합아파트다.

가장 적은 평수는 181㎡(55평)이고, 가장 큰 평수는 343㎡(104평)다. 모두 449세대가 살고 있다. 적게는 28억부터 60억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강남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고가아파트 값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 곳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평일 오후인지 몰라도 아파트 입구나 주변 상가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무더운 날씨속에 아스팔트에서 내뿜는 열기로 금세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 주변에서 몇몇 주민들에게 말을 건넸지만, 대부분 기자를 피했다.

1시간 가까이 됐을 즈음에 정아무개(59)씨와 간단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아이파크 181㎡(55평)에 살고 있으며, 집은 이곳 한채만 가지고 있다고 했다. 중견기업서 퇴직 후 이곳 분양받아 이사왔다는 그 역시 종부세에 큰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솔직히 여기 들어올 때에 비하면 (아파트) 값이 많이 올랐지. 근데, 누가 이렇게까지 오를줄 알았나. 내가 아직 별다른 수입이 없는데, 누가 당신 재산이 몇십억이니까 세금 1000만원 이상 내라고 하는거야."

정씨는 작년엔 은행 대출을 받아 세금을 냈다고 했다. '정씨 같은 분들이 이곳에 얼마나 되나'라고 묻자, "잘 모른다"면서 "와이프 말 들어보면 대부분 세금 신경쓰지 않고 사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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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양반은 나중에 이쪽으로 이사올 생각 없어?"

삼성동 'ㅇ'부동산랜드 이아무개 실장은 "종부세 깎아주면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하지만 이쪽 사람들은 그다지 신경쓰는 것 같지 않다. 언론들이 이쪽 사람들에 관심을 갖다 보니까, 오히려 낼 것은 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등 강남 부자의 상징이 돼 버린 고가아파트촌의 경우, 집주인들이 더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오후 4시를 훌쩍 넘어 강남구 도곡동 'ㅅ' 스포츠센터로 움직였다.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곳은 평일 오후 시간대였지만, 적지 않은 회원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휴게실에서 40대후반과 50대초반이라고 밝힌 이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 등과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결혼 10여년동안 경기도 주변부터 서울 강북 등지에서 전세생활을 하다가, 강남에 자리를 잡은 지 얼추 10여년이 돼 간다고 했다.

이씨의 말이다.

"우리가 무슨 투기꾼이 아니예요. 알뜰하게 돈 모아 가지고, 절약해서 재테크 한답시고 해서 벌어서 집 사고 한 것밖에 없어요. 여기로 온것도 애들 교육 때문인데, 이것 어쩔 수 없는 것 아녜요?"

김씨가 말을 받는다. 그는 "여기, 강남 사람들을 무조건 나쁘다고 보면 안돼요"라며 "아니, 기자 양반은 나중에 이쪽으로 이사올 생각 없어요?"라고 되물었다. "글쎄요" 라며 잠시 머뭇거리자 곧바로 이씨가 쏘아붙인다.

"거봐요. 그렇다니까. 돈만 있으면 여길 오려고 하는것 아냐. 사람은 다 똑같지. 안 그래?. 앞으로 다 잘 살게 되면 좋지만, 그게 쉽게 되나?"

여당이 추진중인 종부세 완화에 대해서도, 그들은 "당연히 지역주민이 원한다면 주민을 대표하는 의원이라면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특정지역민의 이해보다는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야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럴 필요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 하면 우리는 선진국이 되지 못한다"고도 했다.

좀더 논쟁을 하고 싶었지만, 그들은 자녀들의 학원에 가봐야 한다면서 자리를 일어섰다. 

강남과 서초구 2개구의 면적은 서울 전체의 13.4%, 인구는 9% 정도지만, 이곳서 사는 이들이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과히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남 권력'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종부세를 두고 일부에선 '강남죽이기'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이제 그 빗장이 서서히 열리고 있는 듯하다.


#종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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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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