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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받치고 핀 가시연꽃 보랏빛꽃이 하늘의 구름을 받치고 있는 듯 하다. 지난 해 처음으로 해평 금호연지에 모습을 드러낸 가시연꽃. 사진은 지역의 사진작가인 한태덕씨가 찍은 가시연꽃 사진이다. 사진이 너무 좋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
▲ 구름을 받치고 핀 가시연꽃 보랏빛꽃이 하늘의 구름을 받치고 있는 듯 하다. 지난 해 처음으로 해평 금호연지에 모습을 드러낸 가시연꽃. 사진은 지역의 사진작가인 한태덕씨가 찍은 가시연꽃 사진이다. 사진이 너무 좋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
ⓒ 한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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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여름의 무더위도 어느새 가을의 선선함에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올해는 여러 가지로 참 진저리칠 만한 여름이었지요. 하지만 아침저녁 바람이 서늘하다 싶을 만큼 변해 있었고 하늘도 높고 푸르렀으며 구름 또한 어디에서 왔는지 색다른 모양을 뽐내며 하늘에 떠있습니다.

얼마 전 먼발치 보이던 산이 잡힐 듯한 날, 가을의 손에 이끌려간 곳이 바로 구미시 선산읍 해평면이었습니다. 지난 해, 40년 만에 폈다는 가시연꽃(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식물 2급)이 화제가 된 그곳이지요. 분홍빛 홍련이 예뻤습니다. 처음 본 그 가시연꽃의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한 해 동안 기다려서 더욱 그랬겠지요.

'해평 금호연지 지킴이'로 이미 잘 알려진 '연꽃사랑 가시버시' 박진승 부부에게 언제 가시연꽃이 피는지 알려달라고 단단히 부탁을 해두었던 터라 좀더 기다릴 만도 한데 푸르게 구름 떠다니는 하늘을 보니 하루 이틀 기다림도 지루해 단박에 달려갔습니다.

해평의 금호연지는 불교를 신라땅에 전파했던 고구려인 묵호자 즉 아도화상이 도리사를 창건하고 '도리사에서 남쪽으로 똑바로 바라보이는 곳에 연못을 만들어 연꽃 다섯 뿌리를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곳입니다. 이야기로만 보면 금호연지가 꽤 오래된 연못이고 이곳 연꽃 또한 우리보다 훨씬 오랜 세월을 지켜온 꽃이라는 걸 알 수 있지요.

당당한 홍련의 아름다움에 넋을 뺏길 뻔하다

해평 금호연지 홍련 아도화상의 이야기가 서려있는 금호연지에 주인으로 자리잡은 홍련의 모습이 아름답다.
▲ 해평 금호연지 홍련 아도화상의 이야기가 서려있는 금호연지에 주인으로 자리잡은 홍련의 모습이 아름답다.
ⓒ 권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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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으로 떨어진 연꽃이파리 아도화상의 이야기가 서려있는 금호연지에 주인으로 자리잡은 홍련의 모습이 아름답다.
▲ 연잎으로 떨어진 연꽃이파리 아도화상의 이야기가 서려있는 금호연지에 주인으로 자리잡은 홍련의 모습이 아름답다.
ⓒ 권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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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연지에서 본 홍련의 모습은 왠지 처연해 보였습니다. 화려했던 한 시절을 보내고 '가야할 때가 언제인지를 알고' 한 잎 두 잎 그 큰 잎을 떨궈내는 처연함이란...,

하지만 연꽃은 역시 스스로 고귀한 꽃이었습니다. 진흙 속에서도 결코 자신의 자태를 잃지 않는 연꽃이 떨어지자 커다란 연잎이 꽃 이파리 하나하나를 받아주었고 꽃잎 떨어진 그 자리에는 흰 알맹이를 감싼 연밥이 당당하게 하늘을 받치고 서있었습니다.

지난 해에 가시연꽃이 피었던 곳에는 홍련이 자리를 차지해 버렸습니다. 가시연꽃에 대한 추억이 아니었다면 당당하게 지는 홍련의 아름다움에만 넋을 빼앗길 뻔했습니다. 가시연꽃은 물에 잠기면 꽃이 피지 않고 성장이 빠른 홍련의 위세에 꺾여 생장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하더니 언뜻 보기에도 가시연꽃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시연꽃을 지키는 사람들, 박씨 부부

연꽃사랑 가시버시 연이 좋아 금호연지 옆에 살고 있는 박씨 부부는 연꽃을 보러오는 사람들에게 국수도 끓여주고 커피도 타준다. 그냥 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주고 싶어 준다는 두 부부가 필자가 간 날에도 음식을 차렸다. 사진찍으러 온 사람들은 처음 봤는데도 인사를 나누며 부부가 차려준 김치와 국수를 먹었다. 특히 이날은 연밥을 따서 만들었다는 연자밥을 먹는 행운도 누렸다. 정말 살맛나게 하는 사람들이다.
▲ 연꽃사랑 가시버시 연이 좋아 금호연지 옆에 살고 있는 박씨 부부는 연꽃을 보러오는 사람들에게 국수도 끓여주고 커피도 타준다. 그냥 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주고 싶어 준다는 두 부부가 필자가 간 날에도 음식을 차렸다. 사진찍으러 온 사람들은 처음 봤는데도 인사를 나누며 부부가 차려준 김치와 국수를 먹었다. 특히 이날은 연밥을 따서 만들었다는 연자밥을 먹는 행운도 누렸다. 정말 살맛나게 하는 사람들이다.
ⓒ 권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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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연이 좋아 금호연지 옆에 아예 터를 잡고 사는 박씨 부부에 의해 가시연꽃이 지켜지고 있었습니다. 일년생인 가시연꽃의 씨를 받아두었다가 바로 연지 옆에 작은 가시연꽃집을 만들어둔 거지요.

그야말로 '연'이 좋아서 밥 먹고 '연' 연구만 했다는 박씨는 소박한 그의 모습에서 보이는 순박함과는 다르게 지독한 집념으로 '연'의 생장에 있어서만큼은 완전 박사급 반열에 올라있었습니다. 모양만 보고도 어떤 연이며 언제 성장하고 어디에서 잘 자라는지 어찌해야 잘 키우는지...암튼 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웃이자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구미시 지산동 '지산샛강살리기추진위원회'에서도 그의 손길을 요청해 열심히 지산샛강의 백련을 돌보고 있답니다.

지난 해에 받아둔 씨앗으로 키운 가시연꽃  박씨가 지난 해 받아둔 씨앗으로 키운 가시연꽃. 꼭 미니어처처럼 앙증맞다.
▲ 지난 해에 받아둔 씨앗으로 키운 가시연꽃 박씨가 지난 해 받아둔 씨앗으로 키운 가시연꽃. 꼭 미니어처처럼 앙증맞다.
ⓒ 권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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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꽃은 인공재배가 안된다고 하지만 그는 이미 방법을 다 터득한 듯합니다. 씨 하나로 8월 초부터 예쁜 가시연꽃을 볼 수 있게 했으니까요.

하지만 박씨는 홍련과 가시연꽃이 한 가족처럼 사는 금호연지를 가꾸고 싶었다고 합니다. 홍련의 힘에 못 이겨 자신의 영역을 넘겨주는 가시연꽃도 맘 놓고 살 수 있는 연못을 말입니다.

하늘이 내려준 법칙으로 서로가 적이 될 수밖에 없는 두 연꽃의 가교역할을 사람이 해야 한다는 거지요.그게 가능하느냐는 말에 사람 좋게 웃는 그의 얼굴에는 '당연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노'라고 쓰여 있는 듯합니다. 분명 좋은 해답을 찾아낸 듯했습니다. 

그가 안내해준 홍련이 무성한 반대쪽으로 가보니 가시연꽃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분명 있다고, 있으니 보러오라고 했던 장담이 틀린 게 아니었습니다. 아직까지는 활짝 피지는 못했지만 가시 박힌 연잎을 뚫고 나온 가시연꽃이 듬성듬성 고개를 쳐들고 있었습니다.  

지난 해 봤던 그 예쁜 가시연꽃같이 말입니다. 잎이며 줄기며 꽃을 싼 겉잎까지 온통 가시에 덮여 있어 처음엔 두렵기조차 했던 가시연꽃.

정성과 사랑이 있으면 안되는 일 없다

하트모양 가시연잎 가시가 박혀도 속에는 사랑을 담아서일까? 그 모양이 하트다.
▲ 하트모양 가시연잎 가시가 박혀도 속에는 사랑을 담아서일까? 그 모양이 하트다.
ⓒ 권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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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잎을 뚫고 나온 가시연꽃  가시연꽃은 반드시 자신의 모태와 같은 연잎을 뚫고 나온다. 온통 가시로 뒤덮혀있어도 어미거미가 아기거미에게 몸을 내주듯 자신의 몸을 꽃에게 내준다. 그 찟어지는 아픔으로 견뎌내야 비로소 가시연꽃은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제 막 잎을 뚫고 나온 가시연꽃 가시연꽃은 반드시 자신의 모태와 같은 연잎을 뚫고 나온다. 온통 가시로 뒤덮혀있어도 어미거미가 아기거미에게 몸을 내주듯 자신의 몸을 꽃에게 내준다. 그 찟어지는 아픔으로 견뎌내야 비로소 가시연꽃은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권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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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분명 원시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멀리 바람에 흔들리는 홍련이 언뜻 언뜻 눈치를 살피는 듯했습니다. 아무리 세력이 넓은 홍련이라도 가시연꽃의 그 날카로운 가시가 움찔하게 느껴졌나 봅니다.

박씨는 올해 가시연꽃을 피우기 위해 무던히 애쓴 모양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연지에 난 홍련을 솎아주고 일일이 물풀들을 제거해 가시연꽃의 영역을 넓혀주었다고 합니다. 무엇이든 정성과 사랑이 있으면 되지 않을 일이 없다는 어떤 진리를 스스로 실험해보듯 말입니다.

아직 활짝 피지는 않았지만 수줍은 보랏빛 꽃송이들이 여기저기서 햇살을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어떤 꽃들은 세상의 빛을 보게 해줘서 고맙다는 듯 박씨가 다가가자 살짝 물결에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가시연잎  처음엔 조롱박같은 연잎이 서서히 펴지기 시작하면서 오목한 바가지 같이 된다. 이때는 색깔도 아주 이쁜 연두빛을 띤다.
▲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가시연잎 처음엔 조롱박같은 연잎이 서서히 펴지기 시작하면서 오목한 바가지 같이 된다. 이때는 색깔도 아주 이쁜 연두빛을 띤다.
ⓒ 권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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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를 버릴 수 있으니 바꿔 신으라며 박씨의 부인인 연지 엄마(딸의 이름이 연지예요. 연지를 지키는 연지 엄마죠. 그러고 보니 세상에... 이름도 아직 몰랐네요. 다음에는 한번 물어봐야겠어요)가 건네준 장화를 신지 않았더라면 영락없이 빠져서 구두며 옷이며 다 버렸을 연못가에서 가시연꽃의 자태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저 귀하고 예쁜 가시연꽃을 많은 사람이 봤으면 해서요. 렌즈를 통해 본 가시연꽃은 거친 아름다움을 뽐내며 한 아름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래서인가요? 셔터를 누르는 손이 가시에 찔린 듯 움찔해졌습니다.

해평 금호연지 가시연꽃은 이제 피기 시작했으니 당분간은 제 모습을 보여줄 거 같네요. 올 가을은 온 몸에 난 가시 때문에 오히려 사랑받는 그 보랏빛 가시연꽃이 보고 싶어 해평 금호연지로 발길을 자주 돌릴 거 같습니다. 

지난해 사진도 전시하네요 사진을 찍다가 박씨부부를 안 지역의 사진작가가 내준 금호연지 연꽃사진들을 전시해놓고 연꽃을 보러온 사람들에게 지난 해의 금호연지 모습을 보여주네요.
▲ 지난해 사진도 전시하네요 사진을 찍다가 박씨부부를 안 지역의 사진작가가 내준 금호연지 연꽃사진들을 전시해놓고 연꽃을 보러온 사람들에게 지난 해의 금호연지 모습을 보여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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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잎 위에 개구리  가시연잎 위에 올라간 개구리. 혹시 가시에 찔리지 않을까 걱정됐다. 가끔 가시에 찔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개구리들도 있다고 한다.
▲ 가시연잎 위에 개구리 가시연잎 위에 올라간 개구리. 혹시 가시에 찔리지 않을까 걱정됐다. 가끔 가시에 찔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개구리들도 있다고 한다.
ⓒ 권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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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꽃
수련과(水蓮科 Nymphaeaceae)에 속하는 1년생수초. 가시연꽃속(─屬 Eruylale)을 이루는 단 하나의 종(種)이다. 뿌리줄기는 짧은 원통처럼 생겼다. 씨에서 싹터 나오는 잎은 처음에는 작은 화살 모양이지만 점점 커지면서 둥그런 원반 모양을 이루며 가시가 달린 잎자루가 잎 한가운데에 달린다. 잎의 지름은 20~120cm 정도이나 때때로 2m에 달하기도 한다. 잎 윗면은 주름이 지고 광택이 나지만 밑면은 진한 보라색을 띠며 맥이 두드러지게 나와 있다. 잎 양면에는 가시들이 잔뜩 나 있으며 특히 맥 위에 많다.

꽃은 7~8월에 피고 밝은 자주색을 띠며 가시가 달린 꽃자루 위에 핀다. 꽃은 낮에만 벌어져 있고 밤에는 닫히며 때로는 낮에도 벌어지지 않는 폐쇄화(閉鎖花)가 나타나기도 한다. 긴 타원형 열매의 겉에도 가시가 있으며 끝에는 꽃받침 흔적이 뾰족하게 남아 있다. 열매 안에 들어 있는 씨는 동그랗고 한쪽 끝은 희며 약간 오므라들었고 나머지 부분은 붉은 밤색이다. 뿌리줄기는 토란처럼 삶아 먹는다.

열매를 가시연밥이라고도 하며, 열매 속에 들어 있는 씨를 가을에 말린 것을 감인(嵌仁) 또는 검인(芡仁)이라고 하는데, 한방에서는 설사를 멈추게 하거나 허리와 무릎이 저리고 아픈 것을 치료하는 데 쓰고 있다. 감인을 가루로 만들어 꿀에 반죽한 것을 감인다식이라고 하며 감인가루 3홉과 쌀가루 1홉을 섞어서 죽으로 만든 것을 감인죽이라고 부른다.


#가시연꽃#금호연지#해평#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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