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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미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는 별 감정이 없었는데, 대학 입학 후 얼마 되지 않아 이라크전이 시작되면서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그 이후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그 이미지는 더 강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난 '반미주의자'라고 불릴 만큼 미국을 싫어하진 않는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미국 제국주의'를 싫어하지, '미국'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아직도 미국 자체에는 별 감정이 없다. 단지 세계의 경찰인 양 행동하는 모습이 싫을 뿐이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세계 최강' 미국, 뒤집어 생각해보면?

 

여기, 한 권의 재미있는 책이 있다. 제목부터 신선하다. <미국이 세계 최강이 아니라면?>이라니. 미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을 가진 내 눈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긴, 솔직히 지금 미국은 '세계 최강'이다. 세계가 미국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리먼 브라더스 파산 후 우리 나라를 포함해서 미국 경제에 기대고 있던 많은 나라들이 겪는 금융위기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이런 '세계 최강'을 뒤집어서 생각해 본단다. 현재의 미국이 이런 모습을 갖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우리가 간과한 것은 없었는지 뒤집어 생각해 본단다. 1차 세계대전, 미소 냉전 체제, 9.11테러, 그리고 한국전쟁과 관련시켜서.

 

자, 그 결과는 어떨까? 미국은 정말 세계의 경찰이고, 선의 기준일까? 아니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마치 경찰인 양 가면을 쓰고 행동하는 '견찰'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어쩌다 보니 국제관계에서 경찰의 역할을 맡게 된 걸까? 우리나라는 과연 미국과의 현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걸까?

 

시각 비틀기, 그 즐거운 과정에 동참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도 뒤집어서 생각하게 만든다. 바로 '쉬어가는 페이지'를 통해서.

 

예를 들면, '왜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생각할까? 당시 신대륙에 살던 원주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콜럼버스는 그 땅을 무단침입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콜럼버스의 입장에서 역사를 보고 있었다.' 이런 식이다.

 

이 책은 단순히 현재의 미국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위에서 예를 든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나, 지도에 숨어있는 정치적 역학, 'American'이라는 단어로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모든 인종들을 깡그리 무시한 채 미국인에게만 한정짓는 모습 등은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인 김준형은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있는 그대로만 보려고 하지 말고 비틀고 쪼개서 보라'고.

 

반갑다, 그리고 고맙다. 이 나라에 출간되어서

 

이 책은 재미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정말 재미있다. 어려운 말들도 거의 없고, 말 그대로 '교양' 서적으로 딱 좋은 수준이다. 몇 장 읽다가 지쳐서 덮게 되는 두꺼운 책들과 달리, 책도 얇고 사진도 많아 지루한 느낌이 적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할 말은 다 한다. 위에서 나온 이야기들만 봐도 알 수 있다. '교양'이지만 절대 '교양'으로만 이 책을 평가해버릴 수는 없는 이유다.

 

완전 '반미'가 아니라 미 제국주의를 싫어하는 내게 아버지께서는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어주셨다. 이해한다. '반미'라는 이야기만 꺼내면 마치 해서는 안된 일을 한 듯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던 때가 얼마 전까지도 있었다. 지금도 이 사회에선 그런 부분이 존재한다. 올해 있었던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도 단순한 '반미'로 호도되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했는지만 봐도, 기독교인인 내가 개종 고민을 몇 주 동안 했을 정도로 어이없는 행동을 보여준 보수 기독교 목사들의 집회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런 사회에 이 책이 나온 건 정말 반갑다. 쉬운 책인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우리의 영원한 우방이라 이야기되는 미국에 대해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웠으면 좋겠다. 특히 미국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좀더 비판적인 눈을 가지고 이성적인 접근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YES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세계 최강이 아니라면? - 미국을 제대로 보기 위한 가치 있는 가정들

김준형 지음, 뜨인돌(2008)


태그:#미국, #반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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