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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나라는 있지만 종교, 이념, 경제, 사회, 정치의 핍박에서 벗어나 나라를 떠난 사람들이다. 이렇다면 '한국은 난민촌인가'라는 도발적인 제목이 붙여진 책이 자기 앞에 놓여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너무 한 것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대한민국을 '난민촌'에 비유하다니. 누가나 할 법한 생각에 도전 장을 내민 이가 있으니 이한우다. 이한우는 책세상문고․우리시대 57번째 책 <한국은 난민촌인가>를 통해서 우리 조국의 현실이 국제법상으로는 '난민'이 아니지만 자기 생각으로는 아직 난민촌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 주장하고 있다.

 

물론 그가 한국=난민촌이라는 등식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 있는 난민촌적 성격을 밝히고자 함이니 제목만 보고 처음부터 격한 감정을 가질 필요는 없다.

 

여기서 잠깐 지은이 이한우를 살펴보자. 그는 1961년 부산에서 났다. 고려대 철학과에서 대학원까지 마쳤다. 1991년부터 3년 동안 <문화일보> 기자를 거쳐 1994년 12월부터 <조선일보>에서 일하고 있다. 한 때는 혁명가를 꿈꾸기도 했고, 대학원 다닐 때는 마르크스에 대한 미련도 있었다고 한다.

 

왜 이한우는 대한민국이 난민촌적인 성격을 가졌는지 이유를 드는데 1910년 경술국치 곧, 나라 없는 백성이 된 사실이 원인이라 한다. 식민지는 우리를 주인 의식과 피해 의식을 가지게 한 원인인데 이를 난민적 삶의 체질화라 한다.

 

"식민지 36년은 난민적 삶이 체질화되기 충분한 기간이다. 난민적 삶이 체질화될 경우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는 폐해 증상은 주인 의식의 결여와 피해 의식일 것이다. 내 땅이 아닌 곳에서 내 삶을 살 수 없는 경우에 생기는 병폐이다."(16쪽)

 

식민지로부터 독립은 하였지만 서구 민주주의 유일한 대안이었던 이승만은 자시만 빼고 민주주의 하겠다는 한계에 부닥쳐 결국 물러났고, 이후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모두가 이 권위주의의 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이한우는 지적한다. 민주화 세력도 권워주의에 아부만 할뿐 무능까지 겹쳐 국민들을 실망시켰다고 지적하면서 결국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을 지웠고, 국가지도자를 지웠으며 나라마저 지워버렸다는 것이 이한우는 생각이다.

 

이한우 생각은 이승만과 김대중 대통령이-<한국은 난민촌인가>는 2002.02.02 나왔으므로 노무현 정부는 언급이 없음을 기억할 것-나라마저 지워버리게 한 장본인으로 취급하고 있다.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했음을 읽는 이들은 깨닫게 된다. 그리고 한국이 난민촌이라 결론 내린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가난한 자는 부자를 '저것들 다 도둑질해서 잘사는 거다.' 부자는 가난한 자를 '자기네들은 책임은 생각 않고 남 탓만 하니 계속 못살지.' 이렇듯 우리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이 같은 편견과 독선의 가시가 꿈틀대고 있다. 이는 난민촌의 부자와 빈자들에게서 전형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공동체 의식이 없는 공동체, 이것이야 말로 지옥 같은 난민촌이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은 영락없는 난민촌이다."(18쪽)

 

이한우는 한국인의 난민화와 대한민국의 난민촌화를 부추기는 외부 요인으로 외세를 든다. 대한민국을 약소국이라 정의하는 그는 스위스 같은 강소국과 대비시키는 데 '영토'만으로 비교하면 대한민국과 스위스는 큰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스위는 강소국이고, 대한민국은 약소국이다. 강소국이란 외세를 주체적으로 활용하지만 약소국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 우리는 외세를 휘들리고 있으니 약소국이다.

 

궁금한 점 하나 조선일보가 언제 우리가 이런 역할에 대한 관심을 가졌는가? 미국의 미움을 살까 노심초사하는 조선일보의 형태를 볼 때 이런 약소국 평가는 어불성설이 아닐까. 이 책이 나온 후 집권한 노무현 정부를 보고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지 않는다고 얼마나 비판했던가. 외세를 주체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강소국이라 말하지만 미국을 주체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언제 용납한 적이 있었던가?

 

이한우는 참 재미있는 인물 비교를 한다. 이승만과 신채호다. 이한우는 이승만 라이벌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 한 인물을 신채호라 말한다. 우리 사회 김구 숭배도 따지고 보면 신채호 숭배 연장이라 말한다.

 

왜 그는 김구 선생을 이승만과 비교하지 않았을까? 이한우는 김구 선생을 이렇게 언급한다.

 

"남한에 김구 정권이, 북한에 김일성 정권이 들어서는 경우다. 이미 1948년 4월 남북 협상에서 응했다가 나아 어린 김일성에게 기민당했다는 사례가 보여주듯, 김구는 지사일뿐 국가의 경영을 맡기에는 부적합한 인물이었다"(61쪽)

 

그럼 이승만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건국 직후만 해도 이승만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확고부동한 최고의 독립운동가였고 국부감이었다."고(92쪽) 추앙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한우는 김구 선생과 이승만을 직접 비교 선상에 올려 놓지 않는 다는 점이다.

 

이승만과 김대중, 박정희와 김대중, 이승만과 박정희와 김대중을 비교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은 대통령을 역임했고, 김구 선생은 대통령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61쪽 언급처럼 '국가의 경영을 맡기에는 부적합했고, 이승만은 국가 경영을 맡기에 적합한 인물이기 때문에 김구 선생을 이승만과 감히 비교할 수 없다는 인식이 이한우 생각이 아니었을까.

 

이한우는 103쪽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실패한 대통령으로 물러난고 하더라도 우리 역사 앞에 해야 할 몫은 다 했다면서 이승만의 장기 집권, 박정희의 유신 독재, 김대중의 실정을 들어 세 지도자 모두를 역사 속에 파묻혀버리는 사람 앞에 기다리는 것은 '난민촌'뿐이라고 한다. '이승만+박정희+김대중=난민촌' 등식을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이한우의 글을 읽어면서 일부 보수세력들의 의식세계를 알 수 있었다. 고상한 말, 비유, 예를 들면서 은근히 그들이 숭상한 이들을 잘못을 인정하는 것 같으면서도 칭송한다는 것이고, 그들이 비판한 이들을 은근히 칭송하는 것 같지만 나쁜 사람으로 모는 생각을 알 수 있다.

 

이한우가 난민의식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주체적인 '개인의 확립'과 좌파적 의미의 민주주의론의 허구성을 극복한 '민주주의 제도 수립'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화와 논쟁이 있는 비판 정신을 잃지 않는 지식인과 장인 정신은 한국을 난민촌에서 극복하게 하는 대안이라고 말한다.

덧붙이는 글 | <한국은 난민촌인가> 이한우 지음 ㅣ 책세상 펴냄 ㅣ 4,900원


한국은 난민촌인가

이한우 지음, 책세상(2002)


#대한민국#난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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