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블라인드 스팟  표지그림
▲ 블라인드 스팟 표지그림
ⓒ 다산초당

관련사진보기

살다 보면 내가 '맞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보기 좋게  '틀린' 경우가 생긴다. 문제는 틀린 것을 아무리 고심 해봐도 도통 틀린 것 같지 않을 때다. 자신도 모르는 이러한 문제는 다른 이들의 시각을 통해 의외로 쉽게 풀리고는 한다. 내가 못 보는 내 사고의 맹점 때문이다.

맹점이란 운전을 할 때 사이드 미러에 보이지 않는 좁은 영역을 말한다.

이러한 맹점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심리학 책이 하나 있다. 매들린 L. 반 헤케가 쓴 <블라인드 스팟>. 이 책은 심리학책이다.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는 심리학 책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책이었는데, 청소년 권장도서라는 딱지를 보니 더 믿음이 갔다. 불경기 시대  '위로의 문학'이 대세여서 그런지 심리학 또한 '위로의 심리학'이 많은데, 이 책은 위로보다는 자기성찰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책은 총 10장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챕터마다 '돌아보기'가 한 장 씩 들어있다. 읽은 내용을 점검하고 나를 비추어볼 수 있어 좋았는데, 심각하게 상처받거나 자책하지 않게 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맹점이 존재한다는 것은 한번 심장이 깨지는 사고를 당하거나, 불운한 유년 시절 원칙을 지켜주지 못한 부모의 가치관이 그대로 전이되서라고 생각하고 원죄에 휩싸이기 쉬운데, 이 책은 차분하고 적절하게 독자를 설득한다.

모든 이들이 맹점을 갖고 있다. 다만 나 자신에게 맹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을 성찰하고 다른 사람 시각으로 처해진 현상을 파악해본 이가 많지 않은 것이다.

책이 중간에 보면, 마시라는 이름을 가진 한 여성이 나온다. 나는 이 여성에 대해 읽고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는데,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녀는 자신을 마더 테레사처럼 진실하고 자기희생적인 인물로 여기면서,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항상 먼저 배려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존심 때문에 자신도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속이 좁고 소심한 그녀가 이타심을 발휘한 것은 진심으로 타인을 배려했기보다는 타인의 칭찬과 인정을 받기 위해서였다. 자기 성찰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마시는 더 진실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나는 작년에 위와 같은 고민으로 사람을 잃을 뻔한 경험을 했다. '이타적인 나'에 대한 이미지를 다른 이들에게 강요한 것이다.

<블라인드 스팟>은 개인의 맹점 뿐 만 아니라 기업이나 종교단체, 국가도 맹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은 당황했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왜 그들은 우리 미국인들을 미워하지?"라는 의문을 품었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미국인들의 이런 의문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글을 보며 아쉬운 점은 미국인 개개인은 이런 맹점을 지닐 수 있겠으나, 자본주의를 쥐고 흔드는 미국 상류 깡패들은 아마 이 맹점을 알고도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 책이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어야 할 텐데 라고 생각했다.

저자 후기를 보면 낡은 물결과 새로운 물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민족중심주의의 낡은 물결이 세계중심주의의 새로운 물결로 변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세계화'라는 말에 거부감이 있어서인지 이런 모호한 말이 선뜻 동의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모두가 맹점을 깨는 세상이 된다면, 이 말은 지당 맞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도 분명 낡은 물결이 존재할 것이다. 낡은 물결의 장점을 잘 보존한다면 희망의 부표를 잡고 새로운 물결 위로 힘차게 떠오를 수 있다는 책의 저자의 마지막 말이 우리에게도 들어맞아 보였다. <블라인드 스팟>은 변화를 꾀하는 자들의 책이다. 그러므로, 당신을 위한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노동세상> 서평으로 송고되었습니다.



블라인드 스팟 - 내가 못 보는 내 사고의 10가지 맹점

매들린 L.반 헤케 지음, 임옥희 옮김, 다산초당(다산북스)(2007)


#블라인드 스팟#맹점#심리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