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자동차도 좋아하지만 기차는 더 많이 좋아합니다. 기차를 타거나 보는 것을 아주 좋아하지요. 타기가 어려울 때 보기라도 해야죠. 오랫만에 반곡역엘 들렀습니다. 반곡역은 원주역에서 제천 쪽으로 갈 때 처음 만나는 역입니다. 아주 작은 역이라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이죠. 건물이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것이라 근대문화유산으로 올려져 있기도 하고요, 역 바로 앞에 아주 커다란 벚나무가 좋아서 봄철엔 제법 많은 이들이 들르기도 합니다.
기차가 서지 않아도 역은 역입니다. 제법 볼 것이 많고요. 기차를 더 가끼이에서 잘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오늘은 역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세워둔 노란 기차를 둘러보았습니다. 뜻하지 않았던 일인데 우리 아들이 무척 좋아하기도 하고 쉽게 볼 수 없는 기차라 다른 나라 기차같은 느낌도 나서 사진을 올려봅니다.
사는 곳 가까이에 기차가 서지 않는 역이 있다면 한 번 들러보세요. 기차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으시다면 더욱 좋겠지만 아니라도 말입니다. 떠나는 설렘도 돌아오는 기쁨도 없는 그저 멈춘 시계 같은 곳이지만 가끔씩 지나는 기차에 손을 흔들면 '빵' 기관사 아저씨가 기적을 울려줍니다. 사람들 북적이는 역에서 느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게다가 아주 운이 좋으면 표도 없이 기차를 만져보고 타보고 바퀴도 만져볼 수 있답니다.
화물 열차 네 차례, 여객 열차 한 차례를 보고 돌아오는 길, 역 앞에 있는 산들이 벌건 속살을 드러내고 사라져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반곡역으로 들어가는 길목이 원주에 새로 들어서는 혁신도시가 자리하기로 된 곳입니다. 먼저 들렀을 때는 철거를 둘러싸고 문제가 있는지 현수막을 내건 집이 한둘 있었는데 모두다 사라지고 없네요. 이제 한두 해가 지나면 반곡역도 오늘 본 반곡역이 아닌 낯 선 모습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많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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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에서 내려다 본 모습 혁신도시가 코 앞에 들어서기로 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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