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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작년 시위가 한창일 때 시위의 중심 현장에 꼭 있었다. 꼭 그 앞의 자리를 지키려 노력했고, 왠만하면 지켰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사람들을 기억했다. 화물연대. 화물연대가 좀 나와주면 다를텐데, 다를텐데 하고.

민주노총을 안 믿고 화물연대를 믿는 이유는 간단했다. 민주노총이야 자신들의 '위치'를 위해 그런다 쳐도 화물연대는 자신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기 때문이다. 하이퍼 인플레이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최저임금의 현실적 인상이 안 되고 있는 지금, 그들의 궐기는 당연한 일이다. 너무나도.


2.

민주노총의 하부단체이지만, 민주노총이 화물연대와 다른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노총은 '브루주아 노동자'임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왜 그러냐! 왜 시비냐! 라고 하겠지만, 민주노총은, 너무나도 '브루주아 노동자'다. 정말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 솔직하게 말하자. 광우병 논란? 왜 문제였는가. 내가 먹고 죽을 수 있고, 내 가족이, 내 부모가, 내 자식이 먹고 죽을 수 있어서 그런 것 아니었는가. 적나라하게 말해 언제부터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리도 공동체와 민족을 생각하며 살았는가. 우리 그런 쪽으로는 좀 솔직해져야 하지 않는가?

우리는 '우리 일'이 아니면 관심 없는 거다. 그건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3.

화물연대의 파업을 내가 이해하는 것은 '그 수준'에서다. 나도 노동자니까. 언제나 어디서나 '꿈과 희망을 가지면 된다'라고 말하는 '사실은 맨 밑바닥 수준의 IT 노동자'이므로. 그들은, 단합이 잘 될 뿐이고, 이 바닥은 단합이 안 될 뿐이다. 언제나 어디서나,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위치에서 그냥 만족하고 살 뿐이고, 아니라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래, 그게 우리가 사는 이 사회 풍토다. 우리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하지 않는가. 분명히 인정해야 하지 않는가. 우리 그렇게 산다. 당장 무엇이 내 목에 칼이 안 들어오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사는거다. 개인주의가 아닌, 그토록 욕하는 이기주의, 우리 그렇게 산다.


4.

이명박 대통령은 그러고 보면 하늘이 내려준 지도자는 맞다. 참 대단한 이명박 대통령인게, 내부 문제가 일으켜질만 하면 외부 요소가 만들어진다. 개성공단, 끝내 주는 타이밍에 터져 줬지 않는가. 우리 내부 문제가 일어날 때면 꼭 외부 변수 요소가 터져줬지 않는가. 사람들은 언제나 언론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 마련이다.

솔직히 말하자. 청와대가 어제 말했다는 靑 "개성공단 어쨌든 유지해야 할 것" 이라는 뉴스는 전형적으로 독재정권이 쓰는 수법 아닌가. 생활과, 노동자와 직결되는 문제가 터질 때 마다 나오는 뉴스는 언제나 대한민국에서는 전형적인 수법 아니었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뭔가 오판을 하고 있는거다. 경찰과 검찰, 법원으로 국민을 억누른다 해서 그것이 잠잠해 지는 것이 아니다. 일시적인 착시 현상만 내 놓을 뿐이다. 오히려, 솔직히 밖으로 나와 자신이 잘못했음을 말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적인 굴욕을 내놓는 것이라 할지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사는 궁극적인 수다. 숨긴다고 숨겨질 정국이 아니다.

5.

우리 국민들, 지난 10년동안 엄청 똑똑해졌다. 정보의 범람은 이미 예전 통제되던 시절의 양이 아닌, 기존의 정보 수준보다 수십배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 예전, 어머니들이, 그저 우리 아이가 뒤에 서길 바라고, 위험한 데 안 나가길 바라는 세상, 이미 지났다. 어머니들도 이 사회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회피한다 하여, 내 자식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어머니들이 변화했다는 것을 이명박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비정규직의 숫자가 천만을 넘어가고 있는 세상이다. 자기 자식이 너무나 똑똑하거나, 혹은 너무나 똘똘하다 해도 사회구조가 변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세상보다 더욱 더 힘들게 살 것이란 걸 이제 체감하기 시작했다는 소리다. 명심하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어머님들의 한이고, 눈물이다.

6.

나는, 화물연대 파업에 무조건 지지를 보낸다. "살아야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었습니다" 라고 하는  [인터뷰]쌍용차 굴뚝농성 삼인방을 만나다 의 말처럼, 나도 언젠가 저보다 더한 짓을 할 지 모른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나도 노동자고, 당신도 노동자다. 이 사실을 깨닫자. 노동자는 노동자일 뿐이다.

7.

화물연대, 살아남으려는 당신들의 절박한 절규에, 절대적 지지와, 동참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보인다. 미안하다. 꼭 살아남아 다오. 당신들은, 내 이웃이자. 내 아버지이자,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동지이기 때문이다.

사랑한다. 당신들. 꼭 살아남아 다오. 비겁한, 이 나라 국민으로서 보내는 최대한의 응원이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화물연대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http://thistopia.biz)와 동시개제됩니다.


#화물연대#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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